한군데 진득하게 붙어있지 못해서 여러 직업을 가졌습니다.
중견기업 전산실, 대기업 홍보실, 벤처기업 기획실,
수학공부방 운영, 남편이 운영하는 약국 직원......
이중에 제 적성에 가장 맞는 건 수학선생님이었습니다.
조금 우울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다~ 잊고 기분이 좋아졌지요.
처음에는 월 백 만원도 못 벌었습니다.
친한 집사님들께 기도를 부탁하고 6개월 만에
월 삼백 만원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재테크 개념이 1도 없던 때라
학생을 많이 받아 돈을 더 벌겠다는 욕심도 없었지요.
소수 정예로 운영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래야 더 정성껏 꼼꼼히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그러데 이게 웬일인가요?
대기자 리스트가 생기고 어머니들 사이에 경쟁이 붙은 겁니다.
제가 공부방을 연 곳은 허름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인데
학생들은 길 건너 롯데 캐슬 아파트에서 왔습니다.
(아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전화상담
영재 어머니 : 샘 우리 영재가 초등 3학년인데 중학과정 예습중이에요.
나 : 어머니, 저희 공부방은 초등 4학년부터 가르칩니다.
영재 어머니 : 우리 영재가 조숙해서 답답하지 않으실 거예요.
직접 뵙고 상담만이라도 해 주세요.
영재 어머니는 연예인처럼 화사한 화장, 구부구불 세팅 펌 머리에
손톱에서 큐빅이 반짝였습니다.
영재는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귀여웠지요.
함께 수업하기로 한 후 영재 어머니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펼쳤습니다.
영재의 요일별 스케줄이 빽빽하게 적힌 종이였어요.
영재의 스케줄과 저의 수업 시간을 맞추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영재 어머니는 영재를 이 학원 저 학원 픽업하고
일정을 하나하나 관리하는 영재의 매니저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영재가 목표하는 대학은 옥스퍼드.
사촌 형이 다니는 곳이랍니다.
영재 : 선생님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 아세요?
선생님도 들어보세요. 어떻게 목소리만으로 그런 소리를 만들까 신기해요.
나 : 목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말이 있단다~
영재 덕분에 펜타토닉스을 알게 됐네요.
학교에서 무척 장난이 심하다는 6학년 꾸러기가
같은 반인 별이랑 함께 수업을 했습니다.
별이가 나중에 말합니다.
“샘, 저는 꾸러기가 다른 애인 줄 알았어요.
장난기 없이 점잖게 공부하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요.”
기말고사가 끝난 후 꾸러기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습니다.
“선생님~ 꾸러기가 1학년 이후 처음으로 수학 백 점이 나왔습니다.
우리 꾸러기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감사합니다~”
칭찬은 꾸러기도 점잖게 만들고, 수학 백 점도 맞게 합니다.
근데 별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선생님, 별이를 꾸러기랑 다른 시간에 수업하게 해 주세요!
꾸러기가 학교에서 이상한 말로 자꾸 놀린대요.
수학 공부방 샘이 별이는 머리가 나쁘다고 했다구요!”
별이는 매 시험에서 백 점을 맞는 아이입니다.
유난히 저를 잘 따르는 아이였구요.
나중에 별이에게 물었습니다.
나 : 별이야 꾸러기가 놀려서 참 속상했겠다.
근데 왜 선생님한테 말하지 않았니?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하셨냐고 물어볼 수 있잖아.
별이 : 에이~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할 리가 없잖아요!
나 : ...... 넌 정말 멋진 아이구나!
별이를 꼭 끌어안아 줬답니다.
계리직님의 글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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