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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당신의 컨텐츠/도서리뷰

자기 앞의 생 -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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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에밀 아자르의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지하철에서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있었는데요. 승객 중 한 분이 말을 걸었습니다. “무슨 책인데 그렇게 재밌게 읽어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거 같네요.” 저는 정말 책 속으로 들어가서 주인공 모모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아랍인인 모모는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에서 부모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모모를 키워주는 사람은 유태인 로자 아줌마입니다. 로자 아줌마는 세계 2차 대전 때, 아우슈비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몸을 파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쉰 살이 되자 로자 아줌마는 그 일이 더 이상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몸을 파는 사람이 낳은 아이들 예닐곱 명을 돈 받고 키워주는 일을 합니다.

모모의 말을 들어 볼까요?

 

처음에 나는 로자 아줌마가 매월 말 받는 우편환 때문에 나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쯤에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로만 알았고, 또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

 

내가 몹시 슬퍼하는 것을 보고 로자 아줌마는 가족이란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집에서 기르던 개를 나무에 묶어두고 바캉스를 떠나는 가족들도 많고, 해마다 그런 식으로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죽어가는 개가 삼천 마리씩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나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그녀에게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라고 몇 번이고 맹세했다.’

 

소설에는 웃기면서 동시에 슬픈 상황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로자 아줌마가 나이 들어 쇠약해지면서 거동이 힘들만큼 아파집니다. 그런데 누군가 로자 아줌마가 죽었다고 잘못알고 조화를 보냅니다. 로자 아줌마는 조화인데도 몹시 기뻐하는데요. 누군가로부터 꽃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우슈비츠의 지옥을 경험했고, 젊을 때는 먹고 살기 위해 몸을 팔았고, 나이 들어서는 먹고 살기 위해 그 힘들다는 어린 아이들을 키워야하는 로자 아줌마의 신산한 삶이 와락 느껴졌습니다. (녹음 하다가 또 울게 돼서 목소리 톤이 바뀌었습니다...)

 

90kg이 넘는 거구인 로자 아줌마에 대해 모모가 회상합니다.

그녀에게 덜먹으려면 살을 빼는 수밖에 없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세상에 혼자뿐인 노친네에게 그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로자 아줌마는 죽어가면서도 화장해 달라며 예뻐 보이고 싶어합니다. 나중에 모모는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다.’

 

사랑이 많은 아이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졸라 개를 한 마리 키우게 됩니다. 자신의 식사를 나누어 주며 키우는데요. 하루는 좋은 차를 탄 귀부인이 개를 자신에게 팔라고 합니다. 모모는 너무 비싸서 사지 않을 거 같은 가격을 불렀는데 귀부인은 돈을 주고 개를 데려갑니다.

 

나는 그 오백 프랑을 하수구에 처넣어버렸다. 그러고는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로자 아줌마 집은 별로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돈 한 푼 없고 늙고 병든 아줌마와 함께 사는 우리는 언제 빈민구제소로 끌려가게 될지 모르는 처지였다. 그러니 개에게도 안전하지 못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도 펑펑 울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는 자전거 이야기입니다. 모모와 가끔 보게 되는 어른이 말합니다.

["모모야, 널 보니 우리 아들 생각이 나는구나. 방학이라서 엄마와 함께 니스 해변엘 갔는데, 내일 돌아오지. 녀석의 생일이거든.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줄까 한단다. 우리 아들 녀석 하고 놀고 싶으면 우리 집에 오도록 해라."

 

그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도 아빠도 자전거도 없이 지낸 지 벌써 몇 년째인데, 이제 와서 이 작자가 나를 못 견디게 만들다니.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좋다, '인샬라(신의 뜻대로).' 하지만 이건 진심이 아니다. 단지 내가 훌륭한 회교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뿐이다.

 

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 나는 어떤 끔찍한 폭력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 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녀석이 다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도 마음속에 다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 녀석이 조금은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

 

로자 아줌마는 울부짖고 뒹굴고 머리를 찧는 모모를 보고 크게 놀라서 의사인 카츠 선생님께 모모를 데려가 진정제라도 처방 해 주기를 바랍니다. 모모의 이야기를 다 들은 카츠 선생님은 말합니다.

로자 부인, 걱정 마십시오. 모모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카츠 선생님은 모모가 아니라 많이 놀란 로자 아줌마에게 진정제를 처방해 줍니다.

어린 모모가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울분이 어떤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모모처럼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자기 앞의 생을 읽은 후로는 상대가 갖지 않은 것에 대해 자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모모의 이웃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는 평생 양탄자를 팔러 다녔던 분입니다. 모모에게 삶의 지혜를 말해주곤 합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 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 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하밀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육십 년 전쯤, 내가 젊었던 시절에 말이야, 한 처녀를 만났단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여덟 달 만에 끝장이 났어.

그런데 육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거든. 그때 나는 그 처녀에게 평생 잊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단다.

 

사실, 가끔씩 걱정이 됐지.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 많았고, 더구나 기억을 지워버리는 지우개는 하느님이 가지고 계시니, 보잘 것 없는 인간인 내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었겠니?

그런데 이제 안심이구나. 나는 죽을 때까지 자밀라를 잊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모모는 자신이 열 살인 줄 알고 살고 있었는데 사실은 열네 살이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자기 앞의 생은 재밌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니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소설가 조경란은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합니다.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으로 1975년 콩쿠르 상을 수상했습니다. 1956하늘의 뿌리로 콩쿠르 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는, 자신이 에밀 아자르임을 밝히고, 1980년 권총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에밀 아자르이면서 로맹 가리는 한 작가에게 단 한 번 주어지는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자기 앞의 생구절로 소개를 마칩니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

 

▼ 오디오클립 듣기

 

자기 앞의 생 - 강추! 재밌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by 올리브나무)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지하철에서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있었는데요. 승객 중 한 분이 말을 걸었습니다. “무슨 책인데 그렇게 재밌게 읽어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거 같네요.” 저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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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책 소개하는 친구, 책소친 올리브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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