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카페 활동 당시, 게시판에 모임 후기를 올리며 인싸가 되었다.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은 글 속에 등장하는 자기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거 같았다.
참석하지 않았던 분들은 모임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나 보았다.
카페 홍보에 도움이 되기에 운영진은 내 글을 공지란에 올려주었다.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며 키보드 워리어인 여성 회원 Y가 내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나의 글 : 인생에는 ’고통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모두에게 할당된 고통의 총량은 같기에 오늘도 내 몫을 잘 감당해낼 뿐이다.
Y의 댓글 : 아프리카에서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이
하루 종일 다이아몬드 탄광에서 일하는 것도 고통 총량의 법칙에 해당하나요?
생각 좀 하고 글 쓰세요!!
나의 댓글 : 제 생각이 깊지 못했네요.
다이아몬드 탄광의 어린 아이들이 착취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의 글 :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고 적혀있다고 합니다. 블라블라...................................
Y의 댓글 : 니코스...뭐요? 겉멋 부린 글 말고 본인 이야기를 쓰세요, 네??
나의 댓글 : 겉멋을 느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제 글에서 어떤 멋도 못 느꼈거든요^^
Y는 내 글에 호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도 공격적인 댓글을 달았다. Y는 마음이 아파보였다. 서로 본 적도 없고 서로 이해관계도 없는데 내 글을 따라다니며 댓글을 다는 게 참 열성이다 싶었다.
G는 나보다 한참 어린 남성 회원인데 역시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며 일찐 키보드 워리어였다. 왜때문인지 G는 내 글을 좋아해주었고 Y와 댓글로 원색적인 싸움을 벌였다. 댓글로 말려 보았으나 소용이 없어서 둘이 댓글을 못 달게 내 글을 지워버려야 했다.
G에게 쪽지를 보냈다.
‘G님, 저를 옹호해 주는 건 고맙지만 Y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G님의 귀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Y님의 댓글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습니다.
약간의 호의를 담아 여유롭게 응대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예상대로 Y의 댓글은 멈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닉의 남자회원 D가 공격적인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D : 이번 주에도 모임에 갔네요. 모임 중독인가? ㅋㅋ~
나 : 모임은 언제 참석해도 즐겁습니다~
D님도 참석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D : 저랑 식사 한 번 하실래요? 내숭떨지 말고요. ㅋㅋㅋ~
느낌이 쎄~했다.
Y보다 D의 댓글 품격이 훨씬 떨어지는데, D에게서 Y가 느껴졌다.
D는 내 글에 따라다니며 불쾌한 댓글을 달았다.
나는 D를 겨냥한 글을 썼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건, 만난 적은 없지만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준다.
비록 원하지 않는 댓글이 달린다 해도 좋은 사람들이 주는 긍정 에너지가 훨씬 크다.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호를 떠나기 전 장미에게 유리덮개를 씌어주려 하자 장미가 말한다.
“유리 덮개는 필요 없어.
나비를 만나려면 벌레 두어 마리 정도는 견뎌야지.” .........................
D : 아~ㅋㅋㅋ 본인이 장미래!! 장미님~ 나랑 식사합시다! ㅋㅋㅋ
눈치 없는 F : 아미네님, D님과 식사 한 번 해 주세요~ 저렇게 애원하는데...
D에게 보다 눈치 없는 오지라퍼 F에게 더 신경질이 났다.
저 비아냥이 진지한 식사 제의로 보일 정도로 눈치가 없다니!
진지한 식사 제의라 할지라도 저런 수준의 사람과 식사하라는, 주책바가지 오지랖이라니!!
내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진심과 진심이 만나야 할 식사 자리가,
싸구려 관심 하나 던져주는 자선 행위란 말인가???
얼마 후 운영진이 강퇴자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 Y와 D가 있었다.
‘여자회원 Y와 남자회원 D는 동일인물이며
건전한 카페 분위기에 방해되는 활동으로 영구 강퇴 한다.’
D에게서 Y를 느꼈던 내 육감이 맞았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Y가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했나 안타깝기도 하고
내 글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내심 관심을 받고 싶었나 짠하기도 하고......
이후 Y는 다른 닉으로 다시 카페에 가입했다.
외로웠던 거다, Y는.
아무리 외로워도 비뚤어지는 건 아니다 싶지만~
Y에게 따뜻한 댓글을 달아 주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나를 향하던 Y의 불쾌한 댓글은 사라졌다.
Y가 쪽지로 식사 하자고 제의했다.
거절했다.
나의 호의는 따뜻한 댓글까지, 딱 거기까지.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에 대한 두려움도 늘고 있다고 한다.
부모 보다 경제력이 낮은 최초의 세대, MZ세대의 불안과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마음을 몸을 잘 돌봐야 하는 시대인 거 같다.
심신이 건강해야 인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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