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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면 왜 슬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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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님의 에세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었다.

아주 오래 전,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를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재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류시화님의 글에는 맑은 감동의 재미가 있다.

류시화님의 글을 읽고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이들도 꽤 있었다.

인도에 대해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말도 있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는

류시화님의 팬이 매달 사과를 보내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거절해도, 매달 보내주는 사과는 참으로 맛있었단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만약 더 이상 사과를 보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만약 언제부턴가 사과가 오지 않는다면?’

 

류시화 시인은 썼다.

‘사과의 중단이 필연적이라면,

그리고 그 필연적인 변화를 내가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사과를

마지막 사과인 것처럼 최대한 맛있게 음미하는 일이다.

싱그러운 그 깨묾,

내 손에 알맞은 그 둥굶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일수록 더 쉽게 부서진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배우 최민수님이 결혼 후 얼마 안 됐을 때,

귀가한 후 갑자기 주저앉아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너무 행복해서.

 

서른 초반의 나도 그랬다. 너무 행복해서... 슬펐다.

맑은 슬픔이었는데 왜 슬픈지는 몰랐다.

착한 일도 안하고 교회에도 안 나가는데 이다지 행복해도 되는 걸까 생각했다.

 

영화 ‘남태평양’의 촬영지였다는 말레이시아 티오만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많이 슬펐다.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운 풍경... 느낌... 분위기는... 평생 잊을 수 없겠구나.’ 생각하면서.

 

 

 

이후 친목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묻곤 했다.

“지극히 행복하거나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슬퍼졌던 경험이 있나요?”

“행복하면 행복한 거지 왜 슬퍼요?”

...... 나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었다.

 

정신과 의사가 쓴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왜 슬픈지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슬픈 거라고 했다.

현재의 아름다움이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멸 이후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다시 류 시인의 에세이.

태국의 아잔 차 스님이 말했다.

“나는 이 유리잔을 좋아한다. (......)

햇빛을 아름답게 반사한다.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낸다.

그러나 나에게 이 유리잔은 이미 깨진 것과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유리잔의 속성 안에 ‘필연적 깨어짐’이 담겨 있다.

그것은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유리잔이 이미 깨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이해할 때,

그것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해진다.

그것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

 

류시화 시인은 썼다.

‘그 유리잔처럼 나의 육체도, 내 연인의 육체도

이미 부서진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 때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소중함과 가치가 두려움과 슬픔보다 앞선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덧없고 영원하지 않으니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음은 평화롭다.’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비현실적으로 행복할 때,

슬퍼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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