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출생의 비밀, 내로남불?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젊은 층이 더 재미있어 할 소설로 보인다.

등장인물 게이브의 출생 비밀은 인물이 처한 상황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게이브는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불안과 공황장애를 앓으며

청년이 되기까지 모태솔로다.

 

출생의 비밀이 작가가 말하려는 방점은 아니었으나

작가의 관점이 나와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게이브는 열세 살 즈음에

아빠의 동료 교수이자 절친인 이웃 아저씨와

엄마 사이에 미묘한 기류를 감지한 후 몰래 숨어서 둘의 밀애를 목격한다.

 

충격으로 얼어붙은 그에게 결정타가 날아든다.

다양하게 퍼포먼스를 끝낸 엄마와 이웃집 아저씨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물학적 친부는 이웃집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다.

 

게이브가 태어나기 전으로 세월을 거슬러 가보면

게이브를 임신한 엄마는 남편과 애인을 불러 앉히고 그 사실을 밝힌다.

남편은 크게 상처 받았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에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자신의 아이로 키우겠다고 한다.

또 자신의 집에서 둘이 사랑을 나눠서는 안 된다고 못 박는다.

이웃 아저씨의 알콜 중독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한다.

 

한밤중 밀애를 위해 외출하는 아내를 보는 남편의 마음...

 

세월이 흘러 게이브의 아빠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파킨슨 병을 앓게 된다.

교수인 이웃 아저씨는 병이 깊어진 자신의 아내가 죽고 나면

게이브의 엄마와 재혼하고 싶다고 밝힌다.

세월도, 파킨슨 병도 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나 보다.

 

게이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후

엄마와 이웃 아저씨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사랑의 열정을 통해 태어났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작가를 향해 욕 나오는 거, 나만 이상한 건가?

내가 크리스털처럼 깨끗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내로남불이라지만

긴긴 세월 이웃 아저씨의 아내는 감쪽같이 속았고

게이브를 키워준 아빠는 질투와 분노로 치를 떠는 시간들을 견뎌야 했을 것이다.

그 옛날 일부다처가 이상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시앗(남편의 첩)을 보면 부처도 돌아앉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게이브를 키워준 아빠는 진심으로 게이브를 사랑했다고 한다.

처용도 울고 갈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시다.

아니지.

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했으니 부처보다 더한 성인납셨다!

그게 가능할까?

게이브 엄마와 이웃 아저씨는 가장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게이브 아빠의 영혼을, 감정을... 토막 내고 잘근잘근 다지는 고문을 했다.

이웃 아줌마는 열외다. 모르는 게 약이니까.

 

 

소설을 읽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스토리는 이해되기보다 싸잡아서 사이코로 보인다.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인다는데

내가 사이코라서 그런가?

내 안에 엄청난 똘끼가 있으니 억울하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일부일처의 부자연스러움을 주장하기도 한다.

금슬 좋기로 소문난 원앙새조차 알의 30% 이상이 다른 수컷의 DNA라고 한다.

‘한강에 배 지나가기’라는 표현을 읽은 적도 있다.

혼전순결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당당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히려 혼전순결이 주변머리 없음이라는 유머가 되기도 한다.

‘내 몸이니 내 맘이다’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로남불에 충실할 때 고통당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결혼했음에도 어쩌다 실수로,

운명적으로 강하게 끌려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일단 멈춤 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한 사람의 영혼을 죽이는 짓임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일단 멈춤이 되겠냐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는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가지면 부자연스럽다고 여긴다.

자연임신은 철저하게 피하고 아기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신세계> 도래 전까지, 현생 인류가 존속하는 한

내로남불 스토리는 끊임없이 변주되며 회자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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