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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 - 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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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님이 엮은 <마음 챙김의 시>를 읽었다.

파블로 네루다가 썼다는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라는 글귀에 시선 고정.

무채색 마음에 주홍 불빛 하나 반짝 켜졌다.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

돌아보니

사랑이 내게 왔던 계절은 대부분 봄이었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서른 살에 이미 늙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봄에는 시냇물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도랑물도 노래한다.

봄에는 아가씨만 설레는 것이 아니다.

나이든 아낙도 설렌다.’고 썼다.

 

서른 살에는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고 싶었다.

오죽하면 두 살 연하의 민재가 말했다.

“나는 누나가 하도 어른인 체해서 서른이 되면 뭔가 크게 달라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뭐야?! 서른이 되도 그대로잖아!

정신 차려, 아미네! 자넨 아직 젊다구!”

 

 

 

 

아주 오래 전.

류는 봄으로 다가와 나를 화르륵 꽃피우게 했다.

그와 처음으로 우산 하나를 나눠 썼던 날.
그날의 비 향기와 류의 따스했던 체온을, 기억한다.

우산을 내 쪽으로 한껏 기울이는 바람에 그의 왼쪽 어깨가 흠뻑 젖었던 것도.

“남자는 자기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면서

수컷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해요.”

 

 

 

 

오래 전.

단골 식당에서 도반(남편)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장대같은 비가 퍼붓고 있었다.

동네 식당이라 차를 가져오지 않았고 우산도 없었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굵은 은실처럼 빛나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도반 : 여기서 잠깐 기다려~!

도반은 맹렬하게 쏟아지는 빗속으로 달려 나갔다.

 

잠시 후.

흠뻑 젖은 채 우산 두 개를 구해 온 도반을 보며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났더랬다.

‘산다는 건,

비 오는 세계에서

작은 우산으로 비 오지 않는 세상을 받쳐 드는 것.’

 

도반이 구해온 우산으로

비오지 않는 세상을 받쳐 들고서
우.리.집.으로 가는 길.

한. 걸.음. 한. 걸.음...... 아껴서 걸었다.

 

얼마 전.

향 좋은 커피를 즐기고 싶어서 비알레띠 모카포트를 들였다.

모카포트에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기 시작하면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커피에 관심 없던 도반이 말했다.

“향이 참 좋네. 한 모금만 줘 봐.

...... 햐... 정말 맛있구나.”

 

엊그제.

다른 곳에 두었던 모카포트 사발이가 가스렌지 오덕 위에 얹혀 있었다.

 

 

 

도반이 사발이를 요모조모 살펴보고

가스렌지 오덕과 홈을 맞춰 올려놓았을 모습을 상상하니

움트는 벚나무처럼 가슴께가 몹시도 간질거렸다.

 

서른에 인생 다 산 거 같았던 나는,

쉰셋에도 여전히 서른 살의 감성으로 또 한 번 ‘새 활짝’ 피려나보다.

올리브나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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