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그려내는 인물의 특징을 보면
작가의 생각과 품격이 어떠한지 [느낌]으로 온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도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도 건전한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분들 같다.
양진의 딸 선자는 1917년, 부산의 작은 섬 영도에서 태어났다.
양진이 세 명의 아이를 차례로 잃고 얻은 아이였다.
모든 사람이 끼니를 위해 아등바등하느라
아이들은 잡초처럼 스스로 커야하는 시기였다.
선자는 부모, 특히 아버지 훈으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란다.
선자는 부잣집 아이들이 금을 자랑하듯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하고 싶어 했다.
열세 살에 아버지를 잃고 서른셋 젊은 과부 엄마와 하숙을 꾸려나간다.
열여섯 되던 해 찬거리 장을 보러 갔다가 생선 도매상 고한수를 만난다.
제주도 출신에 오사카에 사는 고한수는 한 눈에 봐도 부자였다.
양진과 같은 연배의 고한수는 선자의 생명력 넘치는 육체와 영민함에 반한다.
그러나 한수가 선자에게 말을 걸어도 선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자가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일본인 학생 3명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끔찍한 일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 한수가 나타나 구해준다.
이일을 계기로 선자는 한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한수는 선자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석 달 후, 한수는 오사카에서 사온 고급 시계를 선자에게 선물하고
선자는 자랑스레 임신 사실을 알린다.
한수는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러면서 오사카에 일본인 아내와 세 명의 딸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결혼을 할 수는 없지만 큰 집을 사 주고 풍족한 생활비를 주겠다고 한다.
한수는 신경질적인 아내와 똑똑하지 않은 딸들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한수의 장인은 일본의 야쿠자 거물이었고 한수에게 부와 사업권을 물려주었다.
한수는 선자와 영민한 아이들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그러나 선자는 그 자리에서 이별을 고한다.
‘선자는 자신이 남자가 원하는 대로 몸을 내준 어리석은 시골 처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늘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몸을 맡겼다. 자신이 한수를 사랑하는 만큼 한수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수와 결혼을 하지 못하는 한 자기는 평생 손가락질 받는 매춘부와 바를 바가 없었다. 배 속의 아이는 성도 없는 사생아가 되고......’
‘아버지는 긴 하루 일을 끝내고 나면 마른 옥수수 속대와 나뭇가지로 인형을 만들어주곤 했다. 주머니 속에 동전이라고 남아 있으면 선자에게 엿을 사다 주었다. 선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자신의 추한 모습을 못 보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이삭 목사는 선자의 사연을 다 알고도 선자를 아내로 맞이한다. 이삭 목사를 따라 오사카로 이주한 선자는 일본에서 백노아를 낳고 수 년 후 백모자수를 낳는다. 이삭 목사는 아내를 아꼈고 두 아들을 똑같이 사랑했다.
이삭 목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해서 2년 간 옥살이 끝에 죽게 된다. 선자는 시장에서 김치와 장아찌를 파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선자는 가혹한 현실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선자는 왜 나이 많은 외지인 고한수와 사랑에 빠졌을까?
1. 선자의 아버지는 언청이(구순구개열, 유전병)였기에 선자에게 혼처가 없었다.
2. 다정한 아버지를 일찍 여의면서 부정이 그리웠다.
3.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한수에게 호감을 느꼈다.
4. 한수는 선자가 봐온 어부들과 다르게 고급스런 외양을 하고 있었다.
......
내가 열일곱 살 소녀 선자였다해도
몹쓸 짓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부유한 남자 한수를 좋아했을 것같다.
내가 한수의 아이를 갖게 된 선자였다면,
현지처가 되는 걸 용납할 수 없어서 한수의 보호와 경제력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자처럼 한수를 내칠 수는 없을 거 같다.
혼자 아이들 낳아 기르는 게 너무도 두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자의 강단 있는 선택이 존경스러웠다.
자신을 첩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높은 자존감은,
부모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키워진 거 같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선자처럼 단칼에 돌아설 수 있을 거 같다.
한수의 경제력이 주는 안락함보다
한수가 다른 여자의 남편이라는 괴로움이 더 크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내나 남편이라는 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이다.
선자는 남편인 백이삭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첫사랑인 한수를 평생 마음 깊이 간직하고 살아간다.
사랑을 다해 사랑했지만 거기까지가 인연이라 헤어진 사람이 있었다.
나의 지독한 그리움이 그를 불렀던 것일까.
다른 여인과 결혼을 앞두고, 그가 찾아왔었다.
나는 선자처럼 도덕적이거나 자존감이 높아서라기보다
그가 다른 여인과 함께 있다는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그를 내쳤다.
이성이 마비된 열정 후엔 무엇이 남을까.
(새 사랑을 하려거들랑
옛사랑과는 마음도 몸도 깨끗이 이별하고 시작하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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