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비트코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24시간 거래 되는 특성상 잠도 자지 않고 가격 변화를 지켜보는 청년이 출연했다. 잔고가 수십억 원으로 불었다가 다시 수백만 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어떤 청년은 수익을 실현해서 명품 시계와 자동차를 샀다. 다큐멘터리의 논조가 비트코인에대해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3~4년 전, 가끔 안부를 전하던 지인이 비트코인 채굴에 천만 원 가까이 투자했다며 내게도 투자를 권한 적이 있다. 비트코인이 당최 뭔지 몰랐고 다큐멘터리의 영향으로 부정적 견해를 가진 지라 거절했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화폐가 될 수 있을까?
통용되는 화폐가 되려면 ‘교환의 수단, 가치척도의 수단, 가치보장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채굴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면서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변동성이 너무 커서 일상생활에 통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최근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 매입한 데 따른 모멘텀으로 48,000달러 가까이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구매 소식에 보다 많은 기업 및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캐나다 중앙은행(BOC) 부총재인 티머시 레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급등 현상은 트렌드가 아닌 투기적 광기다. 암호화폐는 결제 수단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중앙은행이 가까운 미래에 비트코인으로 준비통화를 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트코인이 실제 통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는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이 그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의 막대한 환경 비용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의 기본적 가치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화폐에 적합하지 않다면 미래 디지털화폐는 어떤 종류가 될까?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도입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화폐 도입 각축전에서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관련 법령 정비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개인당 200위안(약 3만 5000원)을 5만 명에게 배포하는 대대적인 '온라인 세뱃돈'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자국민들의 이해를 높여 보급 속도를 높이겠단 전략이다.
중국은 거지들도 QR코드로 적선 받는다는 기사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AI를 이용한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미국에서 화웨이를 퇴출한 사건만 봐도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의 첨단 산업 진출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다.
1인 독재라고 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통치, ‘지적 재산권’, ‘사생활 보호’ 등의 개념 정립이 없는 중국 사회가, 첨단의 기술력을 보유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자신들이 행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개념도 없이 잘못된 일을 할 수 있어서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해 5월부터는 디지털 위안화 실증 시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디지털 위안화 전면 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글로벌 경제의 기축통화를 위안화로 삼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법'등 법을 개정해 발행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외부연구 용역 결과'를 발간했다. 디지털화폐를 기존 화폐와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직접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로 본다. 디지털화폐는 현금이나 법화(法貨)와 같이 가치가 고정돼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발행될 디지털 화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법상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는 한국은행권과 주화로 정의함으로써 디저털화폐 개념을 포함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은 어떻게 될까?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디지털화폐로 교환해주는 '교환형', 한은이 직접 이용자에게 발행하는 '직접형', 한은이 또 금융기관 등 중개기관에게 발행하고 중개기관이 이용자에게 교부하는 '혼합형'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혼합형의 경우 중개기관에 금융기관 외의 핀테크 기업 등 전자 금융업자를 주체로 추가할 수도 있다.
민·형사상의 압류, 강제집행, 몰수 등 판결에 디지털화폐로 처리하는 시스템도 완비 돼야한다. 디지털화폐의 위·변조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 제·개정도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를 위한 보호 장치도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가상환경에서의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계획대로 이어간다고 밝혔다.
디지털화폐의 도입은 거대한 흐름인 거 같다. 우리는 이미 현금이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하며 변화에서 기회를 잡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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