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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전, 일상이 빛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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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열무 두 단을 사서 열무김치를 담궜었다.

실온에서 하루 반나절 잘 익힌 열무김치를 먹으며 도반(남편)이 감탄했다.

다음 날 주방 조리대 위에서 발견한 쪽지다.

 

포동전

1 : 1 때는 춘삼월 개나리시절이라.

원주에 포동이라는 아낙이 있었으니

일찍이 마음먹은 바 있어 열무김치를 담근지라.

 

1 : 2 갖은 재료를 열무에 버무려 넣으니

그의 남편이 먹어보고는 눈물을 흘린지라.

이는 김치 중에 김치요 국물 중에 국물이로다.

 

 

1 : 3 이때 포동의 나이 오십이 세였더라.

이에 자신만만 포동이는 깍두기에도 도전하니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나중은 창대하였더라.

 

1 : 4 포동이 그 김치에 복을 더 하사

그 김치는 날로 맛을 더하여 갔더라.

- 포동전 end -

 

 

도반을 처음 만난 날, 2:8 머리와

느긋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 점잖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재미는 없지만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도반은 현란한 말솜씨로 나를 크게 웃게 만들었고

느리고 점잖기보다 날쌔고 재치 있었다.

 

현호색, 산책길 현호색 군락지 

 

결혼 후 수년 간,

나는 거의 항상 즐거운 상태인 반면 도반은 조와 울을 오갔었다.

도반 스스로 여자들처럼 달의 영향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랬던 도반이 하나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표정도 훨씬 편안해지고 언행도 온유해졌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은 하신다.

 

루피너스 : 누군가 길가에 내 놓은 화분

 

도반은 매일 성경책을 열심히 읽고 기독교 방송 설교를 듣더니

성경의 형식을 본뜬 포동전을 쓴 것이다.

포동전이 성경 말씀을 망령되이 사용한 것이냐

일상의 농담조차 성경의 말씀을 사용하는 믿음이냐를 잠깐 생각해 보았다.

이성으로는 전자를 감정으로는 후자를 선택했다.

 

만델라 : 루피너스 화분 옆에 있던 꽃

 

포동전에 재치는 있으되 품위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하긴. 도반이 오빠라고 불러 달라했을 때,

배를 잡고 웃으며 품위는 기대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다.

중년 남녀의 호칭이 오빠라니.

 

지인들 모임에서 오빠라는 호칭은 가벼운 놀림이 되기도 했다.

도반이 오빠라고 불려서 행복하다면 까짓 놀림이야 문제삼지 말야지 했다...만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앵초

 

나 역시 품위가 없는데, 품위를 알아보는 눈은 있다.

유튜버 장명숙님의 밀라논나 채널을 보노라면 품위가 보인다.

 

오빠! 포동전 너무 웃어서 배가 아파~ 오빠 재치 짱이네요.

근데 내 나이 쉰세 살이야. 아내 나이도 모르는 거야?”

우리 포동이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많아 졌나~”

눈 깜짝할 새야. 일장춘몽이지, .”

 

칼랑코에 : 현호색 옆에 피어 있던 꽃.

 

포동전이 품위는 부족해도

평범한 일상에 반짝 빛나는 순간을 선물해주었다.

 

산책길 걸음을 멈추고 봄꽃에게 시선을 주는 순간.

그 꽃의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들도 반짝 빛난다.

 

후리지아 : 너는 뿌리가 있구나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을, 놓치지 앙을 거예요~

무당벌레 : 횡단보도 신호 대기중 내 앞으로 날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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