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방영 초기, 사채업자 이광일이 채무자 이지안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쳐) 맞은 이지안이 소리친다. “너 나 좋아하지?”
자기를 때리는 사람에게 좋아하냐고 묻는 것이 정상일까.
다수의 시청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드라마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아이유가 말했다.
“저희 드라마는 로맨스물이나 판타지물이 아니고
현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미화하라는 것도, 이런 현실을 미워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살고 계세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드라마다.”
이광일이 이지안을 향해 던지 대사가 떠올랐다.
“야~ 신박한 nyon~”
어린이 동화책에는 선인과 악인의 구별이 확실하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여러 겹의 내면, 여러 층위가 있는, 다면적인 인간을 묘사한 작품을 읽게 된다.
이광일이나 이지안, 강윤희를 보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지안의 엄마는 여러 사람에게 빚을 잔뜩 지고 어린 지안과 할머니를 버려두고 도망간다.
빚쟁이 중에 한 사채업자가 수시로 찾아와 지안과 할머니를 가혹하게 때린다.
중학생으로 자란 지안은
할머니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채업자에게 달려들어 죽이게 된다.
광일이는 그 사채업자의 아들이었다.
어린 광일이는 지안이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대신 맞기도 했고 맞다가 기절한 지안이를 업어서 집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광일이는 지안이를 좋아했는데 지안이가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 아버지를 죽인 애를 미워하는 게 당연한데, 그래서 겉으로는 지안이를 괴롭히는데 지안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너무도 괴롭다.
명민한 지안이는 광일이의 마음을 안다. 적당히 광일이를 달래주고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안이는 광일이를 도발하는 말을 골라서 한다.
왜 그랬을까.
지안이는 아버지를 잃은 광일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광일이가 어두운 울분을 토해내도록 자극한 것은 아니었을까. 또 하나. 비록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자신을 도저히 용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광일에게 두들겨 맞음으로써 죄책감을 덜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광일의 폭행을 단순히 지안이의 신산한 삶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삽입했다는 건 너무 한 겹스러운 해석이다.
광일이는 지안이를 미행해서 박동훈과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박동훈의 지갑을 소매치기한다. 이를 알게 된 지안이가 광일이 사무실에 찾아간다.
광일 : 그 사람(박동훈)은 아냐? 너 살인잔 거?
지안 : 너는 아냐? 나 살인잔 거.
한 겹으로 보면 지안의 대사는 참으로 생뚱맞다.
그런데 두 겹, 세 겹 깊이 보면 참... 아픈 말이다...
‘내가 살인자인 거 알면서, 그것도 네 아버지를 죽인 나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냐?’는 뜻이 들어 있다.
지안 : 너는 나 못 죽여. 나는 너 죽여.
......
광일 : 박동훈. 이름도 알았고 회사도 알았고.
지안 : 그 사람 근처만 가. 진짜 죽어 너.
~*~*~*~*
광일은 지안이가 도청한 녹음 파일들을 손에 넣게 되고 지안과 동훈의 대화를 듣게 된다.
지안 : 착했던 애예요. 나한테 잘 해 줬었구.
걔네 아버지가 나 때리면 말리다가 대신 맞구.
그땐 눈빛이 지금 같지 않았어요.
걘 날 좋아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구,
난 걔가 착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구.
동훈 : 어른 하나 잘못 만나서 둘 다 고생이다...
지안의 도청 파일은 광일에게 1억 원의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정보가 들어있다.
1억 원을 포기하고 지안에게 돌려주면,
지안이가 연루된 재판에서 지안에게 유리하게 된다.
광일이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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