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는 시래기 된장국을 끓이고 화요일에는 카레와 어묵탕을 끓이고 수요일에는 양파 듬뿍 넣은 햇감자전을 부쳤다. 나물집에서 취나물, 깻잎순 나물, 우엉조림, 파래무침 등을 공수해서 먹었다.
드디어 오늘은 목요일. 저녁상 차릴 걱정 없이 퓨전 한식 뷔페 다빈치에서 외식하는 날~ 차를 타고 가면서 도반(남편)에게 말했다.
“원주에서는 버거킹 한 번도 안 먹어봤어요. 명일동 살 땐 집앞 길 건너에 바로 버거킹이 있었는데. 원주에는 법조 사거리에 딱 한 군데 있는 거 같아요. 버거킹 먹고 싶다~”
다빈치에서의 식사는 항상 즐겁다. 다이어트는 당연히 잊게 된다. 청포묵과 양배추 샐러드, 크림소스에 버무린 브로콜리, 매콤 양념 옷을 입힌 바삭한 느타리버섯 튀김, 돈까스...
페퍼민트 차로 저녁 식사 마무으리. 집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도반이 버거킹 앞에 차를 세웠다. 어우~ 츤데레.
트러플머쉬룸와퍼주니어 with 치즈, 크리미모짜볼 5조각을 키오스크로 주문했다. 최저임금인상 수혜주인 키오스크 관련 <한국전자금융>을 눈여겨본 적이 있다. 주봉이 하락 추세라 매수하지는 않았다.
크리미모짜볼은 차 안에서 먹어 치웠다. 짭쪼롬한 치즈를 기대했는데 크림치즈라 달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집에 와서 보니 치즈가 없다. 내가 주문을 잘못했나? 영수증을 보니 치즈가 있네. 아주 살짝 빡치고 let it go~ 치열하게 바로 잡아야 할 정의나 도덕이 아닌 이상, let it go는 정신건강에 좋다.
트러플오일은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비교하기 어렵지만, 버거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참 좋았다. 새송이, 양송이, 백만송이, 포토벨로(양송이 개량종) 4가지 버섯이 들었단다.
1. 부하직원 L.
1998년 즈음, 테헤란로 벤처기업 근무 시절, 유난히 애정 가는 부하직원 L과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L이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잔다. 햄버거가 한 끼 식사가 된다고?? 된장찌개, 김치찌개에 익숙한 내게 요즘 것들과 세대 차이를 진하게 느끼는 사건이었다. 속이 더부룩했던 기억.
2. 연하의 L.
심한 일 중독으로 일밖에 모르는 안경잡이 노처녀 팀장인 나에게, 연하의 L은 많은 문화를 체험하게 해 주었다. 음악, 영화, 음식, 여행... 와인과 스테이크, 코스요리, 한정식... 비로소 버거킹의 와퍼에서 나는 불맛을 느끼게 되었고 치즈를 추가하면 풍미가 더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돈이 많다는 것의 가장 큰 덕목은 다양한 경험을 향유할 수 있는 여유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그와 헤어진 후, 서른 중반 넘어 미혼인 남자 중에 돈 많은 사람이 참 드물다는 사실과 설혹 돈이 많다 해도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은 참참참 드물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3. 수학 공부방 운영할 때, 제자 W.
- 샘은 어디 햄버거가 제일 맛있으세요?
* 버거킹. 너는?
- 전 입맛이 싸서 그런지 롯데리아가 제일 맛있어요.
* 그건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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