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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고한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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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미국에서 발간 후에 전미 도서상후보에 올랐었다.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이 있다. 나이든 선자 역에 윤여정님, 고한수 역에 이민호가 캐스팅 되었다는데 확정인지는 알 수 없다.

 

소설 파친코 등장인물 고한수는 독특한 캐릭터다.

고한수는 가난한 제주도 출신으로 오사카로 건너가 재력가 집안의 사위가 된다.

선자 집에 하숙하는 어부들의 표현을 보면 이렇다.

 

괜찮은 중매상이드라고잉. 나는 고한수처럼 멍청이들을 못 봐주는 똑똑한 사람이 좋당께. 고한수는 흥정도 안 해부러. 가격을 딱 정해놓고 부르제. 그 정도면 공평허고. 고한수는 다른 인간들처럼 니를 뜯어먹으려고 들지 않을 거여. 하지만 그 인간한테 거역할 수 없제이.”

 

파친고 고한수역 캐스팅 설 이민호 : 유니세프한국협회

 

선자가 오사카에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자 헤어지기 전에 고한수가 선물한 고급시계를 전당포에 팔게 된다. 전당포 주인이 한수의 수하이기에 한수는 선자의 행방과 자신의 아들인 백노아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후 선자 모르게 계속 도움을 준다. 한수의 수하가 운영하는 음식점(사장은 한수)에서 선자가 김치를 만들도록 일을 꾸며 높은 급여를 주는 식이다.

 

이후 1943년 전쟁 중에는 비로소 선자 앞에 나타나 선자 가족이 굶지 않도록 농장에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선자 엄마인 양진을 한국에서 데려와 함께 살게 해 준다.

 

가지 마.” 한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깐만 여기 있어.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잘 지냅니더. 감사합니더.” 선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를 데려와주셔서 고맙십니더.”

 

선자는 미망인이 되었지만 한수와의 관계는, , 거기까지다.

 

한수가 생각하는 정치는 이렇다.

난 내 자신과 내 사람들을 돌볼 거야. 내가 정치인들에게 내 목숨을 맡길 거라고 생각해? 책임자들은 아무것도 몰라. 알아도 신경 쓰지 않지.”

한수는 신문을 꼼꼼히 읽고 민심과 사회 변화를 읽으며 자신의 삶과 주위 사람들을 보살핀다.

 

그가 살던 시대에 을 두는 것은 유별난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남자의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수는 자신의 재력을 보고 불나방같이 달려드는 여자들을 많이 봤는데 선자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서 당신 도움을 받고 있지만예, 전쟁이 끝나면 제가 일해서 아이들을 돌볼 낍니더. 지금 생활비를 벌려고 일하고 있고......”

전쟁이 끝나면 집도 구해주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돈도 줄게. 아이들은 소똥을 치울 게 아니라 학교에 가야 해. 당신 엄마와 언니도 같이 지낼 수 있어. 당신 아주버니에게 좋은 일자리도 구해줄 수 있고.”

 

그러나 선자는 거절한다.

이런 면이 한수가 선자를 더 연모하게 했던 거 같다.

 

엄마 양진의 장례식장에서 선자는 늙어 지팡이를 의지한 고한수를 보며 생각한다.

어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고한수가 그녀의 인생을 망쳤다고 말했지만 정말 그랬을까? 고한수는 그녀에게 노아를 주었다. 그녀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이삭과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삭이 없었다면 모자수와 손자 솔로몬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선자는 더 이상 고한수를 미워하기 싫었다. 성경 속 요셉이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린 형제들을 다시 만났을 때 뭐라고 했던가? “형들은 나를 해치려고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셔서 오늘날 내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당신이 괜찮은지 보러 왔어.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

고맙심더.”

내 아내가 죽었어.”

안됐네예.”

아내의 아버지가 내 보스라서 나는 아내와 이혼할 수가 없었어. 장인은 나를 데릴사위로 삼아 자기 성을 물려줬어.”

저한테는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심더. 우리가 서로 할 얘기가 뭐 있겠습니꺼. 오늘 와줘서 고맙심더.”

왜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거야? 이제는 당신이 나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어.”

뭐라고예? 지금 당신은 우리 엄마 장례식에 온 깁니더. (중략)”

(중략)

선자는 지팡이를 기대 서 있는 한수를 내버려두고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끝까지 품위를 지키는 선자가, 존경스럽다.

 

파찡코 한수에게 선과 악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사소한 실수를 한 조직원의 넷째 손가락 일부를 자른다.

 

개념 없는 행동을 한 열여덟 살 호스티스를 반쯤 죽을 때까지 폭행한다.

고등학교는 다녔니?” 한수가 물었다.

아뇨, 삼촌. 전 범생이 스타일 아니예요.” 노리코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이런 멍청한 년 같으니라고. 난 멍청한 것들은 참고 봐줄 수가 없어.”

 

제주도에 살던 어린 시절 한수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버려진 식재료를 줍거나 도둑질도 했다.

술에 절어 살던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기도 했다.

오사카로 건너가 야쿠자 거물의 데릴사위가 되고 권력과 부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한수에게는 끼니가 절실했던 어린 시절도

부유한 야쿠자의 삶도 하루하루 전쟁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를 닮은, 생명력 넘치는 선자에게서 안식을 얻고 싶었는지 모른다.

 

빠찡코의 한수가 끔찍한 행동을 했음에도

격변의 시기, 굴곡진 한국 근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그에게 연민이 갔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박동훈(이선진)의 말은 이런 경우에 들어맞는 거 같다. 

이지안 : 정말... 내가 밉지 않은가...?

박동훈 : 사람을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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