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고한수를 닮은 듯 다른 도반

반응형

고한수에게서 도반(남편)과 비슷한 면을 발견했다.

도반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근무하다가 퇴사했다.

이후 직업을 전전하다가 마흔 살에 수능을 보고 약학과에 입학했다.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는 초인적인 의지로 약사가 되었다.

 

도반은 한수처럼 상황판단이 무척 빠르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제이슨 본같다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서 출구, 비상구, 사람들의 포진을 한눈에 파악하는 제이슨 본.

 

도반은 처음 가는 식당에 앉으면 계산을 하곤 했다.

도반 : 테이블이 00, 객단가 000, 회전율을 00. 하루 매출 0000, 한 달 매출 대략 000000일 거고.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기타 비용 합하면 0000정도. 수익이 짭짤한 매장이야.

 

엑시트(송희창 송사무장 저)’라는 책을 읽으며 잘 되는 매장의 매출과 수익을 계산해 보는 것이 부자들의 셈법이라는 걸 알았다.

 

신혼 초, 같이 마트에 가면 타임 세일 한정 상품을 날쌔게 득템하기도 했다. 사람들 바글거리는 곳에는 아예 가지 않는 나와 달랐다.

 

단어나 문장을 거꾸로 말해서 암호같이 전달하곤 한다.

생일 축하해 = 해하축일생

불쌍한 사람 = 쌍불이

락가숟이 없네.

 

도반이 한수와 다른 점은 판단 실수도 잘한다는 것이다.

 

판단 실수 하나.

오래 전, 전원주택을 사려고 이곳저곳 보러 다닐 때였다.

아름다운 주변 산세, 푸른 잔디가 깔린 앞마당,

깔끔하게 가꿔 놓은 텃밭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마신 도반이 집주인에게 말했다.

~ 시원하다~ 물맛이 참 좋네요.”

 

후에 잔금을 다 받고 이사 간 전 주인의 전화가 왔다.

저기... 거기 물은 석회가 섞여 있어서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요.

저희는 장수 약수터에서 길어다 먹었습니다.”

도반 : (낙담한 표정으로) 석회물이 원래 더 시원한 법이야.

 

판단 실수 둘.

연애시절 도반.

날순이()는 착하고 이해심이 참 넓은 여자야.”

 

평상시에 착하고 이해심이 넓기란 참 쉬운 일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술을 좋아하기에

웬만한 트러블에는 유순하게 대처하는 편이다.

근데 아주 가끔 좋게좋게 넘어가면 호구로 아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참지 않는다.

 

지금은 도반과 서로를 잘 알기에 다툴 일이 거의 없는데

결혼 초기에는 종종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배란다에서 담배를 피는 도반을 보니 측은했다.

싸워도 금방 풀어지는 성격이라 도반에게 말했다.

경치 좋고 물맛 좋아서 산 전원주택은 석회물이 나오고

착하고 이해심 넓어서 결혼한 여자는 호랑이같이 달려들고...

에휴~ 쌍불이 우리 오빠...”

 

도반 : 에휴~ 말이나 못하면...

 

내가 말을 잘해서 도반과 결혼한 거다...

말을 아꼈어야 했는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