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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줄거리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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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월 개봉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8.5라는 높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가 157천여 명에 불과했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과 경쟁했던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올해의 최고 영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줄거리와 대사가 흥미진진한 영화가 있고 행간의 메시지, 미장센, 분위기가 압도하는 영화가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후자다. 의상과 소품, 공간적 배경 등 영화 장면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사랑, 평등, 예술, 우정, 자유에 대한 감독의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줄거리

18세기 프랑스.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어머니인 백작 부인으로부터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 엘로이즈 모르게 그려야한다는 단서가 있다. 결혼을 원치 않는 엘로이즈가 화가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산책 친구로 소개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비밀스럽고 세세하게 그녀를 관찰하는데 엘로이즈를 바라볼수록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드디어 초상화가 완성되고 마리안느는 어머니에게 돈을 받고 조용히 떠나는 대신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화가임을 밝히고자 한다. 

엘로이즈 모친 : 그렇게 하세요. 엘로이즈가 당신을 좋아해요.

마리안느 : 어떻게 알죠?

모친 : 당신에 대해 얘기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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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를 본 엘로이즈 : 나를 닮지 않았어요.

마리안느 : (혹평에 당황하며) 초상화를 그릴 때는 규칙이나 관행이 있어요.

엘로이즈 : 당신을 닮지도 않아서 슬프네요.

초상화 속 엘로이즈는 둥글둥글 좋은 인상의 여자다.

 

 

마리안느는 예술가로서의 긍지에 상처 받아 초상화의 얼굴 부분을 문질러 지운다. 의뢰인인 모친에게 다시 그리겠다고 하지만 모친은 마리안느를 해고한다.

엘로이즈 : 그렇게(해고) 되지 않을 거예요. 내가 포즈를 취할 거니까.

모친은 닷새의 말미를 주고 닷새간 집을 비운다. 집 안에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 하녀 소피만 남아 생활한다.

 

 

마리안느는 모델이 된 엘로이즈를 향한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고 용기내서 표현한다. 두려움에 겁내던 엘로이즈도 화답하면서 '잊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을 쌓게 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명대사

엘로이즈 : (감정을 늦게 깨달은 것 등등) 후회돼요.

마리안느 :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요.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지만 이별로 끝난 모든 이에게 주는 따스한 위로의 말 같다.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요.'

 

 

엘로이즈 :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겠어요?

화가는 관찰자로 능동적이고 모델은 피관찰자로 수동적인 관계인 것인가. 감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가와 모델 모두 서로의 관찰자가 되며 함께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엘로이즈의 두번째 초상화는 생동감 넘치고 개성 있는 표정이 잘 드러나기에 둘 다 만족한다.

마리안느 : 내가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서 그런 거 같아요.

엘로이즈 : (당신과 관계를 통해) 내가 변화되기도 했구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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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마리안느가 소녀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소녀 중 한 명이 화실에 안 보이게 보관됐던 그림을 꺼내 놓았고 그것을 발견한 마리안느는 동요를 일으킨다.

소녀 : 저 그림의 제목은 뭔가요?

마리안느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마리안느는 과거를 회상한다. 쌀쌀한 날씨, 푸른 바다 위의 나룻배. 노 젓는 몇몇 남자들 틈에 끼어 앉아 파도에 흔들리며 중심 잡기에 애쓰는 마리안느는 캔버스와 화구가 든 커다란 나무상자를 붙들고 있다. 그런데 배가 크게 기울어지며 나무상자가 미끄러져 바다로 빠진다. 마리안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두꺼운 외투를 벗고 차가운 바다로 뛰어 들어 나무 상자를 건져낸다. 감독은 마리안느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외딴 성에서 지내는 마리안느, 엘로이즈, 소피가 마을로 내려가 여인들 모임에 동참한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맞은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다. 마리안느를 보느라 드레스 자락에 모닥불이 옮겨 붙은 줄도 모르고 걸음을 옮기는 엘로이즈의 모습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너만 보인단 말이야~' 누군가에게 그토록 몰입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마리안느는 의뢰받은 초상화 외에 자신이 갖기 위해서 엘로이즈의 그림을 몇 장 더 그린다. 엘로이즈도 마리안느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하자 마리안느는 가장 좋아하는 책을 가져오라고 한다. 28쪽 여백에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누드 포즈 그림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려준다. 그림 그리는 장면이 독특하면서 아름다웠다.

 

 

이별 후 5~6년이 흐르고 마리안느는 그림 전시회에서 엘로이즈가 그려진 그림을 본다. 엘로이즈 옆에는 금발머리 꼬맹이 여아가 서 있다. 앉아 있는 엘로이즈의 무릎에는 책이 놓여 있는데 손가락을 책갈피 삼아 살짝 벌어진 부분은 28쪽이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가 처음 만나 서로를 탐색하던 시기에 마리안느는 비발디의 사계 주 여름 앞부분을 조금 연주한다. 엘로이즈는 에스 께 쎄?(뭐지요?)’라며 크게 관심을 보인다. 마리안느는 거센 폭풍우와 벌떼의 비행을 연상 시키는 부분을 연주하다가 나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연주회에서 직접 들으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연주회장에서 마리안느는 멀찍이 앉아 있는 엘로이즈를 보지만 엘로이즈는 마리안느를 보지 못한다. 둘의 추억이 깃든 곡 비발비의 사계 중 여름이 연주되자 엘로이즈는 벅찬 감동에 심호흡을 한다. 눈을 감고 옛사랑을 떠올리다 가슴이 들썩이며 호흡이 가빠지고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격정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자 미소 짓는 엘로이즈. 엘로이즈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모든 이에게 인상 깊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의 시선

1. 사랑에 대한 감독의 시선

사랑의 감정은 이성애, 양성애, 동성애 모두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본주의 신앙인으로서는 입장이 난처하다. 사랑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사고 같은 거라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2. 계급 평등에 대한 감독의 시선

하녀 소피는 앉아서 수를 놓고 평민인 마리안느와 귀족인 엘로이즈가 식사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 여인의 공감과 연대를 통해 감독이 지향하는 계급 없는 평등한 세상의 평화로움을 보여준다.

 

3. 남녀 평등에 대한 감독의 시선

마리안느는 여자라서 자기 이름으로 화가 활동을 할 수 없다. 남자 화가는 남녀 누드 모델을 그릴 수 있지만 마리안느는 남자 누드 모델을 그릴 수 없다.

 

엘로이즈는 초상화를 혼담이 오가는 남자 쪽에 보내고 남자는 상품을 고르듯 초상화가 마음에 들면 혼인을 진행한다. 엘로이즈의 언니는 남성 위주의 결혼 관습과 원치 않는 결혼을 거부하며 절벽에 몸을 던져 세상을 등진다. 남자 쪽은 결혼할 여자가 언니든 동생이든 상관없기에 언니가 죽자 동생과 혼담을 이어가는 것이다.

 

 

하녀 소피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임신을 중절하기 위한 온갖 고생은 오롯이 여자인 소피의 몫이다.

 

감독은 '여자라서 겪는 삶의 무게를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남녀평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남자를 비난하는 어떠한 장면도 없기에 다소 호전적인 페미니즘과는 차이가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오르페우스의 전설 해석

세 여자가 탁자에 앉아 있고 엘로이즈가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읽어 준다. 소피는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오르페우스가 바보같이 돌아봐서 저승에서 어렵게 구해낸 아내 에우리디케와 다시 이별하게 됐다'며 애석해한다.

 

엘로이즈 : 만약 에우리디케가 "뒤돌아봐요."라고 했다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부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몰랐다. 이동진 평론가의 해석을 봤다. 저승에 간 것, 아내를 구한 것, 뒤돌아 본 것 모두 남자인 오르페우스의 주체적인 행동인 것에 반해 아내는 오르페우스의 행동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에우리디케가 뒤돌아봐요라는 말을 했다면 저승에 남게 되는 운명을 그녀 스스로 결정한 것이 된다는 해석이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오르페우스는 앞장서서 걸어가는 입장이라 뒤를 볼 수 없다. 에우리디케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고 의심이 일 수 있다. 그러나 에우리디케는 앞에 있는 오르페우스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보고 있는데 의심하게 될까? 때문에 에우리디케가 구태여 뒤돌아봐요.”라고 요청했을 개연성은 부족해 보인다. 감독의 말을 듣고 싶다.

 

매 장면이 한 폭의 유화 같았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강추는 아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았기에 추천 영화 리스트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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