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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영화 속 사랑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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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보면서 예술과 외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 아가씨의 여러 장면들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이토록 섬세하게 아름다움을 직조할 수 있는 사람이 동시에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인 관계, 관음증, 신체절단을 표현하는 변태일수도 있구나... 싶었네요.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던 문학인이었다가 몰락한 시인 ㄱㅇ처럼.

 

 

위의 장면을 보면서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가씨가 비스듬히 누운 자세, 하녀가 있는 설정 등이 비슷합니다.

 

 

1863년 올랭피아가 살롱에 전시됐을 때 외설로 취급되었습니다. 당시에도 누드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신화 속 여인들이었고 누드화 주인공의 시선은 정면을 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랭피아는 누드임에도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목의 리본 초크, 팔찌 등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여인었습니다. 꼬리를 세운 고양이, ‘올랭피아라는 이름 모두 사창가의 여인을 암시한다는 해석입니다.

 

이렇게 밑바닥까지 떨어진 예술이라면 비난할 가치조차 없다.’ - 라 프레스, 1865

마네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겠다.” 말합니다. 오늘날 올랭피아는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예술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의 외설 논란을 예견했기에 올랭피아를 연상시키는 구도를 넣은 걸까요.

 

타이타닉 김서린 자동차 유리창 씬

 

영화 아가씨의 육체적 사랑 묘사 방식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특히 마지막에 은방울을 사용하는 장면은 감독이 변태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저의 취향을 저격한 장면은 영화 타이티닉의 자동차 유리창 손바닥 씬입니다. 차가운 공기의 바깥과 다르게 차 안은 두 남녀의 뜨거움으로 후끈 달아올라 차창이 뿌예졌습니다. 절정에 이른 여인의 전율을 손바닥 씬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합니다.

 

사랑과 영혼 도자기 씬

 

영화 사랑과 영혼의 도자기 씬은 어떤 까요. 그 어떤 장면보다 관능적인 느낌이라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구동매가 고애신의 치맛자락을 붙드는 장면은 제가 애정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구동매는 어린 시절 백정의 자식인 자신을 구해준 애신 애기씨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일본 낭인으로 살아가며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이지만 애기씨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죠.

 

미스터 션샤인 치맛자락 씬

 

신분 차이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애기씨와 한 공간에 있게 된 구동매. 구동매의 손등에 애기씨의 붉은 치맛자락이 스칩니다. 늘 품고 있던 사랑과 동경, 그 순간 꿈틀 일어난 색정이 뒤얽힌 구동매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저는 구동매가 기어이 치맛자락 끝이라도 잡아보는 장면보다 치맛자락이 구동매의 손등을 스칠 때가 더 아찔했습니다.

 

 

고애신 : 뭐하는 겐가?

구동매 : 아무것도요, 애기씨.

아무리 절절히 사랑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동매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마음이 아렸습니다.

 

 

장면 장면의 아름다운 색감과 미장센은 대단했지요. 집으로 온 고애신은 바로 비단 치마를 벗어 함안댁에게 주며 태워버리라고 합니다. 일편단심 자신을 향한 구동매의 연모와 감출 수 없이 드러나버린 색정이 물든 치마를, 차마 모른 척 입을 수 없는 양반댁 아가씨의 결벽증일겁니다. 미스터 션샤인, 강추하는 드라마입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시한부인 정원(한석규 분)이 다림(심은하 분)을 그리워하는 사진관 유리창 장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정원은 청초한 다림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시한부인 자기 때문에 상처 입을까봐 밀어냅니다. 그럼에도 사랑은 싹 터서 초원 사진관 유리창 너머 다림을 발견한 정원은 유리창으로 손을 내밀죠. 다림이를 쓰다듬듯 유리창을 쓰다듬습니다. 다림을 불러 아는 체 하지 않고 단지 그렇게.

 

아가씨를 인생 영화로 꼽는 분들도 많은데 사랑 표현에 있어서 저랑은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타이타닉의 자동차 유리창 씬, 사랑과 영혼의 도자기 씬, 미스터 션샤인의 치맛자락 씬,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관 유리창 씬의 공통점은 절제된 표현 속에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행간에 더 깊은 울림이 있듯 상상을 통해 더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과 아찔한 애로티시즘을 느끼는 게 저의 영화 취향입니다. 어디까지나 영화 취향이 그렇다는 것이고요. 현실에서는...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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