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5 구스타프 클림트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사실은 테러를 일삼은

내 성질 긁지 마! 희대의 반항아?’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저라면 ‘내 성질 긁지 마!’를 빼겠어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의도이나 전체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네요.

글쓰기에서는 더하기보다 빼기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의 ‘고품격 반항아’에 대해 알아볼게요

 

1862년 태어난 클림트는 가난한 유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성공에 대한 끈기와 열정,

귀금속 세공사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적 재능이 있었지요.

14살에 최고 명문 ‘빈 미술공예 학교’에 입학합니다.

가난으로 자퇴하려는 걸 교장 선생님이 말리며 장학금을 줬다네요.

 

1884년, '목가'

 

최상의 미술 교육을 받은 스물한 살의 클림트는 승승장구합니다.

동생 에른스트 클림트, 프란트 마치와 ‘예술가 컴퍼니’를 창업합니다.

신 부르크극장 내부 벽화, 빈 미술사박물관

내부 벽화 등 국가 주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황제로부터 거액의 상금과 훈장을 받습니다.

‘구 부르크 극장의 내부’라는 아래 그림은

빈 유명인 250명 얼굴이 보이도록 그리라는

권력의 지식에 따라 그린 겁니다.

 

1888년, '구 부르크 극장의 내부'

 

위의 두 그림은 우리가 알던 클림프의 그림과 사뭇 다르지요?

네~ 르네상스 이후 500 년 간 지속 된

고전적인 화풍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답습하던 시기입니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는

‘당시 그의 그림에 빼어난 기교는 있었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개성은 빠져 있었습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클림트가 서른 즈음에 동생 에른스트가 뇌출혈로 사망합니다.

곧이어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돌아가시자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집니다...

이 시기에 자신의 삶과 예술을 돌아보기 시작하지요.

권력의 지시와 검열에 맞춰

개성 없이 그린 그림이

자신의 동료와 판박이처럼 닮았다고 깨닫습니다.

서른다섯의 클림트는

19C 말, 빈 미술계를 장악한 ‘빈 미술관협회’에 대항하는

‘분리주의(제체시온 Secession)’라는 새로운 미술 그룹을 만듭니다.

<베르 사크룸(성스러운 봄)>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분리주의 전시관 제체시온을 빈 한복판에 세웁니다.

건물 외관 정면에는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메시지를 새겼습니다.

너무 멋진 글귀라 반복 반복 읽었습니다.

 

빈 소재, 분리주의 전시관 제체시온

 

1898년 두 번째 분리주의 전시회에서

클림트가 선보인 그림은 ‘팔라스 아테나’입니다.

 

1898년, '팔라스 아테나'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메두사가 새겨진 황금 갑옷을 입고 용맹하게 서 있습니다.

아테나의 오른쪽, 우리의 시선 왼쪽에

승리의 여신 니케가 승리를 확신하듯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네요.

이 그림이 왜 반항적인지 살펴볼까요.

고전주의 화풍에서 여신은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클림트의 아테나는 푸스스한 머리결부터 거칠어 보이네요.

눈빛도 도발적이고 뇌쇄적이며 전체적으로 무서워 보입니다.

과거 화풍의 어둡고 경건한 느낌과 달리

물고기 비늘 같은 황금색 갑옷이 황홀한 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원근법을 중요시하던 과거 화풍과 달리

‘팔라스 아테나’ 배경은 원근 없이 완전 평면입니다.

 

클림트는 또 하나의 문제작

‘누다 베리타스’(벌거벗은 진실) 맨 위에 이런 글을 새겨넣습니다.

“너의 행동과 예술작품으로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소수의 사람을 만족시켜라.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누다 베리타스’에서 성스러운 이브를 에로틱하게 그렸습니다.

21C를 사는 제 눈에도 거슬리는데 19C에는 어땠을까요...

성을 금기시하는 시대에 클림트는 에로티시즘을 당당히 표현했어요.

성욕은 자연스런 본능이므로

예술에 진실을 담기로 한 이상 캔버스에 자유롭게 표현한 겁니다.

‘키스’, ‘다나에’, ‘유디트’ 같은 작품이 탄생합니다.

 

1908년, '키스'

 

성욕이 저렇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거늘

n번방 사건의 참담함이라니......

 

출중한 실력으로 부유하게 살 수 있음에도

클림트는 일생일대의 반항으로 가난으로 추락합니다.

빈대학교는 클림트에게 대강당 천정화를 의뢰합니다.

철학, 의학, 법학의 세 가지 주제를 주문했지요.

대학관계자는 ‘인간의 이성이 이룩한 학문의 위대함’을 기대했을 겁니다.

1900년 ‘철학’을 선공개합니다.

 

1900년, 철학

 

고통과 고뇌에 빠진 인물들이 검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주 또는 모래바람을 연상케하는 배경으로 신(스핑크스?)의 형상이 보입니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는

‘인간이 아무리 철학을 한다 한들,

결국 고통과 번민 속에 있을 뿐이다. 그것이 진실이다.’라고 해석합니다.

 

저는 조금 다릅니다. 화면 밖을 응시하는 여인을 보세요.

‘고통과 번민이 가득한 인생일지라도,

결국에는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지는 인생일지라도,

허무함에 매몰되지 않고 삶 자체를 응시하며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철학이다.’ 라고 해석하고 싶네요.

 

모든 예술작품의 해석은 향유하는 자의 것입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의도와 타인의 해석을

참고하는 것은 나와 다른 타인과 소통하기 위함이지요.

클림트는 이 그림으로 학계와 언론의 지독한 뭇매를 맞게 됩니다.

그럴 줄 알면서도

자신의 느낌과 가치관을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예술가 정신...

 

작품이 흑백인 이유는

히틀러가 퇴폐 미술로 낙인찍어 불태워버렸기 때문입니다.

 

클림트의 마지막 작품은 ‘아기(요람)’입니다.

1918년 뇌졸증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그렸던 것으로 미완성입니다.

 

1918, 아기(요람)

 

‘여자’와 ‘죽음’이라는 주제에 몰두하던

클림트가 ‘아기’를 그린 이유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마음에 듭니다.

니체는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3단계를 이렇게 밝힙니다.

1단계 낙타.

삶에 놓인 고통이라는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 사막을 걸어간다.

2단계 사자.

고통의 인내를 넘어 세상 문제와 맞서 싸우는 투쟁정신을 가진다.

3단계 어린아이.

1, 2단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만드는 창조정신을 가진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는 말합니다.

‘빈 예술계를 테러했던 희대의 반항아 클림트.

그의 요람 속 아기는 혹시

니체가 말하는 어린아이를 뜻하는 것 아닐까요?(중략)

그렇다면, 이 요람 속 아기는

클림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화상이 아닐런지......’

 

클림트에 대한 이번 장은

‘키스’, ‘유디트’, ‘생명의 나무’만 알고 있던

저에게 좋은 지식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제가 낙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자각도 했네요. 참 고마운 책입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여러분은 어느 단계의 삶을 살고 계신지요.

지금, 여기, ‘있음’에 감사하며

건강과 풍요를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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