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폴 고갱,
알고 보니 원조 퇴사학교 선배?’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저의 학창 시절,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고갱의 그림입니다.
제목은 ‘언제 결혼하니?’
보는 순간 원시의 순박함이 느껴졌고
결혼이라는 인류 최고의 관심사가 제목이라 더 끌렸지요.
소설 ‘달과 6펜스’에 영감을 준 폴 고갱은 증권맨이었습니다.
증권맨이 화가가 되는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프랑스는 1848년 2월 혁명 후 공화국을 선포하지만
첫 대통령으로 왕정시대 인물 루이 나폴레옹이 당선됩니다.
진보주의 정치부 기자였던 고갱의 아버지는 실망합니다.
프랑스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여겨 페루행을 결심합니다.
1849년, 한 살이던 고갱은 어머니의 고향 페루로 갑니다.
고갱은 여섯 살까지 남미의 뜨거운 태양과
야생의 자연 속에서 ‘페루의 소년’이 됩니다.
고갱이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유산 상속차 프랑스로 돌아옵니다.
대자연 속 자유인이었던 고갱은 파리 생활에 적응이 힘듭니다.
10대 후반에 국제상선 선원이 되어 세계를 누빕니다.
5년 동안 바다 위에 머물며 남미, 북극 등 세계 곳곳을 체험하지요.
1871년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프랑스로 돌아오고
어머니의 친구이자 후견인이 된 귀스타브 아로사를 만납니다.
아로사 소개로 증권중개소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고갱은 증권맨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스물세 살에 메트 가드와 결혼합니다.
10년 간 착실히 회사에 다니며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됩니다.
귀스타브 아로사는 고갱에게 직장만 소개한 게 아닙니다.
아로사는 아마추어 화가이자 사진가였고
실험적인 낭만파,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합니다.
아로사로 인해 고갱도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재테크 수단으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합니다.
당시 파리는 ‘아마추어 회화 붐’이 일고 있었고
미술의 매력에 눈 뜬 고갱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직장과 병행 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던
고갱에게 또 한 명의 귀인이 나타났습니다.
아로사의 소개로 인상주의 거장 카미유 피사로를 만난 겁니다.
피사로의 소개로 마네, 모네, 드가, 르누아르, 세잔과 교류하며
드디어 1879년 인상주의전에 고갱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서른한 살에 고갱이 그린 그림입니다.
대부분 사물보다 인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꽃이 전면에 있고 인물들은 얼굴도 없이 제일 안쪽에 자리합니다.
이 독특한 구도는 드가의 영향이겠지요.
서른세 살, 경기 불황으로 해고당하자 전업 화가가 됩니다.
그러나 그림은 팔리지 않고 부양해야 할 가족은 많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내 매트는 고갱을 원망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이 있는 덴마크로 떠납니다.
고갱도 덴마크로 뒤따라가서
방수원단 공.장.일., 벽.보. 붙.이.는. 일.들을 전전합니다.
1886년 마지막 열린 인상주의전에 열.아.홉. 점의 작품을 출품합니다.
위 두 문장의 행간이... 보이시나요?
당시 고갱의 심정입니다.
“지금 나는 용기도 재능도 부족하다.
곡물 창고로 가서 목을 매는 게 낫지 않은가 매일 자문한다.
그림만이 나를 지탱해 준다.”
끔찍한 생활고 속에서도
당시에 잘 팔리는 화풍을 따르지 않고
유일무이한 고갱만의 예술 세계를 끝까지 추구했습니다.
고갱은 말합니다.
“나는 원시와 야생이 살아있는 시골을 사랑한다.”
‘설교 후의 환상’이란 작품은
‘강렬한 원색과 파격적인 구성’이 돋보입니다.
"색체가 생명이다"라고 강변한 고갱답지요.
한 여인이 예배 후 영적 환상을 보는데
구약에 나오는 야곱과 천사의 씨름 장면입니다.
야곱과 천사가 씨름하는 들판이 붉은색입니다.
고갱은 실재와 상관없이 색을 마음대로 쓰기 시작한 선구자입니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거죠.
고갱의 색 사용은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에게 영향을 줍니다.
원시와 야생을 찾아 헤매던 고갱은 드디어 타히티로 갑니다.
“예술가의 삶은 기나긴 고난의 길이다!
우리를 살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런 길이리라.
정렬은 생명의 원천이고
더이상 정열이 솟아나지 않을 때 우리는 죽게 될 것이다.
가시덤불이 가득한 길로 떠나자.
그 길은 야생의 시를 간직하고 있다.”
그는 타히티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진정한 야만인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열서너 살의 원주민 소녀와 결혼까지 합니다.
방구석 미술관 저자는
‘타인의 이해를 떠나 오직 자신의 예술에 침잠했다’고 표현하네요.
그 결과 ‘마리아를 경배하며’라는 작품이 탄생합니다.
저자는 ‘그림에 타히티와 유럽이 반반 섞여 있다’며
‘태초를 꿈꾸지만, 여전히 문명을 벗어날 수 없었던
고갱의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집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제 느낌은 약간 다릅니다.
‘태초를 꿈꾸며 몸부림치던 고갱은
드디어 원시의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화폭에 재현했다.’
르네상스의 마리아와 너무도 다른 느낌의 마리아입니다.
제게는 고갱의 마리아가 더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10여 년간 파리에 그림을 보내지만
팔리지 않다가 죽기 3년 전부터 조금씩 인정받습니다.
말년에는 지독한 성병에 시달리며 자살 시도도 합니다.
고갱 최후의 걸작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단 한 번 명멸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그 행위 속에 ‘진짜 나’가 있는가?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완성하는 것인가?
그는 자신의 삶과 작품으로 이런 물음을 끊임없이 던졌던 것 아닐까요?’
요즘, ‘진짜 나’를 찾고자 명상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자세를 잡고 앉아 복식호흡을 할라치면
온갖 잡념이 일어납니다.
복식호흡에 숫자를 붙이는데 스무 개!!를 넘지 못합니다...
그래도 매일 실천해 보렵니다.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진짜 나’를 찾아 영혼.정신.물질.의 풍요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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