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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자서전? 어머니 자서전, 송충이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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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앞두고 추천 선물로

빌립어스에서 어버이 자서전을 내놨습니다.

아들, 딸아 내 소개를 다시하마.’라는 소제목도 있네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노래, 영화, 음식, 계절...

설문지를 작성하듯 칸을 채워가는 겁니다.

오프라인 영풍문고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검색해도 없고 블로그 후기 글들만 남아있어요.

 

출처 : 뉴스퀘스트

 

저는 2018년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주관으로

천 개의 스토리 천 개의 공감을 통해 어머니 자서전을 만들어 드렸어요.

책 제목 내 마음속 눈물 별들이 되어

원고를 읽은 남편이 감동해서 지어준 겁니다.

 

2018년, 어머니 자서전

 

올해 여든둘의 어머니는

서른한 살에 저를 낳으셨어요.

저를 낳으실 때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산고를 겪고 있는데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난한 살림에 애를 많이 낳는다고 흉보는 소리였다.

넷째 역시 딸이었다.

당시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한 집 걸러 한 명 낳자.'라며

산아제한을 하던 때였지만 아들을 꼭 낳고 싶었다.

누가 뭐라든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낳아보자고 결심했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남아선호사상이라고,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하겠지.

 

저는 유리로 된 알을 깨고 나오듯

사방에 유리 파편을 튀기며 사춘기를 통과했습니다.

노점에 행상에...못 배우고 가난한 부모님이 너무도 창피했어요.

늦게 철이 들면서 부모님에 대한 존경이 생기더군요.

 

어머니 자서전 중 제가 좋아하는 꼭지 소개합니다~

 

화가가 꿈이었던 아버지가 여든 일곱살에 문화센터 미술반에서 그리신 꽃

 

제목 : 송충이 반장이 되다

 

새마을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니 그마저 일이 없었다.

주민등록증과 작업표가 있는 사람만 일하고 일당을 받을 수 있었다.

작업표를 얻기가 힘들었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산에서 송충이를 잡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기에

부지런히 부엌 일을 끝내고 30분 넘게 걸어서 송충이 잡는 장소로 갔다.

 

마침 인부로 쓸 사람들의 주민등록증을 걷는 여자가 있었다.

그이는 새마을 사업 관리자의 부탁을 받았는지 좀 거만해 보였다.

대충 몇 장을 받더니 마감이란다.

우리 것도 받아 달라고 하니 안된다며 자리를 피했다.

나를 포함해 주민등록증을 안 받아 주어

일을 못 하게 된 사람이 약 50명은 되는 듯했다.

애써 찾아왔는데 그냥 돌아가야 한다니 슬그머니 약이 올랐다.

사람을 쓰지 않으려면 오라고 하지 말든지,

오라고 했으면 일을 시키고 일당을 줘야 옳은 거 아닌가.

부당함을 책임자에게 따지고 싶었다.

 

일을 못해서 웅성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 말고 주민등록증을 나한테 주세요.” 했더니

순식간에 두 손 가득 주민등록증이 걷혔다.

작업 반장이 우리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까 우리의 주민등록증을 안 받아 준 여자보다

먼저 뛰어가서 주민등록증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내게 주민등록증을 건네주었던 사람들이 크게 박수치며 좋아했다.

참 용기 있는 아줌마네.” “저런 사람이 크게 돼야지.”

정치인이 되면 성공하겠어.” 갖가지 말로 칭찬해 주었다.

이후로 '송충이 반장'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날의 일당이 그날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이다.

굶는 이에게 한 끼 식사는 절박한 것이다.

주민등록증을 받아 줄지 안 받아 줄지 알 수 없지만 시도해 본 것이다.

사람들은 도전도 해 보지 않고 안 될 것부터 생각할 때가 많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슨 일이든 시도하고 도전해 볼 일이다.


나의 엄마, 아빠가 아닌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한 사람의 여자, 한 사람의 남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고요와 평안 가운데 풍요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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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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