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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칼비콩 칼국수 맛집, 마음으로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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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날 있잖아요. 뜨끈하고 맛있는 국물이 땡기는 날.

토요일 점심이 딱 그랬습니다.

개운동 원주의료원 옆 원주 칼비콩 칼국수 집으로 향했습니다.

작년 여름 콩국수를 먹은 이후 거의 1년 만이네요.

전에 없던 도로 광고물을 세워두었군요.

 

실내도 깔끔합니다.

 

닭칼국수, 비빔국수, 장칼국수, 콩국수, 팥칼국수.

모두 먹어보았는데 닭칼국수가 최고입니다.

물론 개취입니다^^

 

 

천연조미료만으로 맛을 낸다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유황 황토지장수 닭을 기본으로

멸치 다시마 홍합 바지락 황태 등 해산물과

무 마늘 양파 파 등 야채를 12시간 고아서 육수를 만듭니다.

다진고추가루 양념과 청양고추를 넣지 않고 국물을 한 입 떠 먹습니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그냥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첨가해서 이 맛을 덮어버리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가 이런 게 아닐까.

맛있는 음식이, 영혼까지 터치한다는 거, 있을 수 있구나...

보통보다 발달된 미각이이서 무슨 재료가 들어갔나 잘 맞추곤 하지요.

근데 칼비콩 칼국수 육수는 재료 하나하나를 떼어낼 수 없습니다.

테이블 세팅지에

칼비콩의 육수는 실로 오묘한 조화입니다라고 써 있습니다.

마음을 달래는 감칠맛, 영혼을 위로하는 담백한 맛...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지 못하는 가벼운 나도 돌아보게 만드는 맛.

 

 

매일 새로 담근다는 겉절이와 석박지같은 깍두기는 별로입니다.

고춧가루가 숙성되지 않고 생고추가루 냄새가 나거든요.

매일 새로 담지 말고 하루 숙성시키면 어떨까 싶어요.

작년에 주인장에게 칼국수 칭찬을 엄청하고

슬쩍 겉절이에서 생고추가루 냄새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자부심 높은 주인장 말씀이

저희는 매일 새로 담거든요.

겉절이가 떨어져서 오후에 다시 담갔더니 냄새가 났나봐요~”하네요.

육수가 먹고 싶어 냉면집에 가고

겉절이가 생각나 칼국수집에 가기도 하는데

이집은 그냥 닭칼국수로 승부 봐야겠네요.

 

 

참 만족한 점심 식사였습니다~

 

토요일 아침,

남편은 구학산방에 있는 손바닥만한 땅에 옥수수를 심으러 간다고 합니다.

농사라면 쫄아버리는 내게 같이 가잔 말도 안 꺼내니 감사할 뿐입니다.

과일을 챙겨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농 흑과립을 찾습니다.

니가 치우지 않았냐. 왜 마음대로 치우냐.

다람쥐 같이 치우고 기억도 못하냐.

그거 아주 비싼 건데 갖다 버렸냐...’

감정의 에너지 상태가 무척 낮은 남편은 원망과 분노의 에너지를 마구 방출합니다.

내가 치운 기억이 전혀 없어서 많이 억울한데

나이가 쉰을 넘으니 내 기억을 내가 믿을 수 없고.^^;

 

결혼 초기에는 상대의 부당함을 알렸습니다.

기분 좋게 상황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내 안의 붉은 악마가 깨어나 죽기살기로 맞짱도 떠 보고

큰 결단으로 보따리를 싸기도 하고...

남편의 성격은 본인이 대오각성해야 변할 거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평생 남편과 살겠다는 각오로 나를 보호할 방법도 찾아야겠지요.

작년까지는 백조 권법을 썼습니다.

겉으로만 네네~

속으로는 남편의 부정에너지를 그대로 남편에게 반사~

연꽃 권법도 익히려 했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려고 두꺼운 벽을 쌓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마음공부를 시작했으니 조금은 달라져야겠지요.

하나님. 그 큰 물건이 어디로 갔을까요? 찾을 줄 믿습니다~’

여기 저기 찾던 걸 멈추고 생각을 했습니다.

‘3주 전쯤 남편이 뒷배란다를 정리했다.

거실에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남편이 뒷배란다로 옮겼다...’

뒷배란다에서 짠! 찾아냈습니다.

 

오빠~ 찾았어요~!

오빠가 뒷배란다 정리한 게 생각나서 거기 가보니 있네요~”

... 그랬구나... 찾아서 다행이다...”

감정 에너지가 낮아서 사과가 힘든 사람에게 사과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빠 나한테 화내서 미안하지? 라는 말도 삼킵니다.

(이렇게 신나게 뒷담화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남편은 마음이 풀려서 구학산방으로 떠났지요.

 

마음공부 효과에 자만하며 노트북 작업 중 갑자기 슥~ 꺼져 버리네요.

다시 켜면서 F11을 눌러도 반응하지 않고요.

하나님 고쳐 주실 줄 믿습니다~’ 아무리 되뇌도 무반응.

동네 수리 센타에 가니 LG전자 수리 센타로 가라고 합니다.

LG 수리 센타에서 바로 고칠 수 없다고 맡기고 가라네요.

처박아 두었던 구형 노트북을 꺼내 이 글을 씁니다.

마우스는 가져올 걸. 오른손이 자꾸 없는 마우스를 잡으려 해요.

 

노트북을 맡기고 나오는 길에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같은 칼비콩 닭칼국수를 먹었습니다.

닭칼국수 국물 한 방울까지 뚝딱 비웠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현금결제를 하곤 합니다.

육천오백 원 하는 닭칼국수인데 칠천 원을 내밀었습니다.

제가 먹은 칼국수 중 최고입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잔돈 받으세요.”

잔돈은 됐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500원의 Flex~ 자아도취됩니다~

비 깡처럼 고릴라 스텝 밟아봅니다~

 

지금, 여기, 가진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위로해 주는 음식과 더불어 사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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