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랑의 불시착’ 유튜브 영상을 자꾸 보게 된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해서 끌고 나가는 작가의 재능이 부럽다.
봤던 드라마를 또 보게 만드는 힘은, 배우들의 연기력인 거 같다.
작가가 부여한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한 명품 연기, 마이 칭찬해~
윤세리(손예진 분), 리정혁(현빈 분), 표치수(양경원 분),
서단(서지혜 분), 나월숙(김영선 분), 고명은(장혜진 분),
고명석(박명훈 분), 마영애(김정난 분), 김주먹(유수빈 분), 양옥금(차청화 분)...
등장인물 모두,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살고 있을 거 같다.
사랑의 불시착에도 나의 경험과 오버랩 되는 장면들이 있다.
윤세리는 우연히 스위스에서 리정혁과 서단 커플을 만나 사진을 찍어 주게 된다.
혼자말처럼, 그러나 다 들리게. “남자가 아깝다.”고 말한다.
차암 도덕 없는 말이다.
스물아홉에 적극적으로 다가온 스물일곱의 민재(가명).
옛날 사람인 나는,
나보다 어린 남자랑 사귀는 게 남사스러워서 그를 밀어냈다.
그가 떠난 후에야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를 참 좋아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후회해도 때는 늦으리.
헤어진 연인을 잡지 마라. 버스는 또 오나니.
민재가 말했었다.
“누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야.”
서른한 살에 스물아홉의 류(가명)가 다가왔을 때,
민재의 조언을 고이 받아 들여 탈대로 다 타는 열애를 했다.
민재와 류.
만나는 순서가 바뀌었다면 지금 민재와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민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
민재 : 누나와 나는 전생에 오누이였을 거야.
민재 아내 : 부부는 아니었구?
민재 : 아니!! 전생에도 이생에도 부부의 연은 당신뿐이야!
햐~ 사랑꾼 쉬키!
“누나는 나랑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야.
난 언제나 누나편이고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지만
누난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날 만나주지도 않겠지.”
캬~ 나를 정확히 아는 쉬키...
류를 통해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깨물어 주고 싶게 사랑스러워서 류의 어깨를 깨물기도 했다.
류와 헤어진 후 왕가위 감독 영화 ‘2046’을 보게 되었다.
장쯔이가 남자를 깨무는 장면에서 주책스럽게 눈물이 주르륵...
영화 동호회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뒷풀이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짧은 커트에 머리색이 밝은 갈색인 여성회원 L이 류 옆에 앉았다.
증권사 직원이라나 은행 직원이라나.
대화 중에 L은 류와 내가 연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짙은 쌍꺼풀 진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L이 말했다.
L : 류 오빠랑 아미네 언니가 커플이라구요? 정말??
에이~ 오빠가 아깝다!
이런 삐라루꾸같은 nyon~!
(삐라루꾸 : 피라루쿠, 물고기의 일종. 드라마 ‘김과장’에서 언급됨.)
류가 파안대소했다.
햐~ 눈치 없는 쉬키!
북쪽에서는 저런 경우 ‘도덕 없다’고 표현한다.
윤세리는 남한에는 유사어로
‘싸가지 없다, 싸갈머리, 싹퉁 바가지, 재수 꽃다발’이 있다고 알려준다.
☞ 싸가지 : 싹수의 방언.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 싹수 : 앞으로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
☞ 싸갈머리 : 싹수머리의 방언.
☞ 싹수머리 : ‘싹수’를 속되게 이르는 말.
☞ 싹퉁 바가지 : 예의 없고 제멋대로인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재수 꽃다발 : 어학사전에 없는 말.
재수 없는 언행을 꽃다발 같이 한아름 한다는 뜻의 은어 같다.
L은 얼굴은 예쁘장했으나 아토피로 손이 한센 병 같았다.
나중에 류에게 화를 냈던가?
교양을 쌈 싸 먹은 거 같은 수준의 L 때문에
화내는 게 우스워서 그냥 지나간 거 같기도 하다.
내 남자를 탐내는 여자가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했던가.
잘 사귀는 커플을 보면서
‘여자가 아깝네~ 남자가 아깝네~’
이런 싹퉁 바가지같은 언행은 삼가야겠다.
리정혁 : 잊지마시오.
인생에서 절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사람은
미운 사람이 아니구 좋은 사람이오.
미운 사람 가슴에 담고 살면
담구 사는 내내 당신 속에 생채기나구. 아프구.
당신만 손해요.
누구보다 싫어하지 않소. 손해보는 거.
윤세리 : 그쵸. 나 사업하는 사람이라구!
손해 보는 거 제일 싫어해.
리정혁 : 그럼 좋은 사람만 가슴에 품고 사시오.
그래야 잘 먹고 잘 잘 수 있으니.
윤세리 : 그 사람이 곁에 없어두?
리정혁 : 곁에 없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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