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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최반도(손호준 분)를 통해 본 가장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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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rama만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어디서 누선을 건드릴지 기가 막히게 잘 안다는 것이 그중 하나.

고백부부도 그렇다.

작가와 감독이 의도한 장면에서 여지없이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서른여덟 살, 제약회사 영업 사원 최반도(손호준 분)의 삶은 영업이라는 특성상 조금 더 험한 꼴을 보는 거 같다. 병원 박 원장 쉐키(임지규 분)의 사적이고 더러운 일도 처리해 줘야하고.

 

밖에서는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한) 갑의 횡포를 견디고 집에서는 아내의 불만에 치인다. 아내를 행복하게 못해준다는 자괴감에 자꾸만 작아진다.

 

장모님의 장례식장.

마진주(장나라 분) : 너 때문에 우리 엄마 내 얼굴도 못 보고 갔어.

최반도 : 죄송합니다... 장모님...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최반도가 장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불량 청소년들을 계도하다 시비가 붙었고 경찰서로 연행되었기 때문이다.

최반도는 어른다운 행동을 한 건데 마진주는 청소년과 시비 붙는 철딱서니로 치부한다. 작은 오해들이 쌓여 부부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스무 살로 고백(go back)한 최반도. 고백부부 명대사 중 하나다.

난 왜 이 모양이냐... , ,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냐.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데...

죽어라고 노력했는데...

다 잘 살아보려고 죽을 만큼 노력했는데...

왜 맨날 죄송하고 미안하고...

나도 너처럼 장모님 보고 싶었다고...”

 

 

고백부부는

직장 생활의 애환과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남편,

생활비를 쪼개 쓰며 육아와 살림에 찌든 아내를 생각해 보게 하는 드라마다.

부부의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짝사랑, 우정...을 코믹과 감동을 절절히 배합해서 역어냈다.

시청 시간이 아깝지 않은, 참 좋은 드라마다.

 

대학 졸업 후 내 밥벌이는 내가 해 온 터라 직장 생활의 고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살림을 하면서 설거지, 청소, 밥짓기, 빨래 등등 가사 노동은, 멀리 멀리 도망치고 싶은 시지프스 형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회사냐 가사냐, 어느 쪽이 더 힘드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양 쪽 모두 결코 녹록치 않은 것 같다. 그러니 부부라면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보듬는 수밖에.

 

나는 서류작업(paper work)에 능해서 가사보다 회사 일이 훨씬 더 적성에 맞다.

애 볼래? 밭 맬래? 물어보면 다들 밭 맨다고 한단다.

 

맞벌이라면 가사 노동도 비슷하게 분담해야 한다. 맞벌이면서 어느 한쪽이 독박 살림을 하는 것은 육체적 힘듦보다 정신적 힘듦이 훨씬 클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희생해서 유지되는 가정은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

 

고백부부의 최반도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수년 전, 어느 약사가 영업사원에게 예비군 훈련을 대신 다녀오게 했던 사건이 뉴스에 보도됐었다.


도반(남편)이 운영했던 약국에 근무할 때, 종근당, 한미, 신풍, 유한, 보령, 경남, 동아 등등 제약사 영업사원들을 많이 봤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도반에게 “()국장님~” 이라며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내 기준에서, 갑질까지는 아니지만 영업사원을 대하는 도반은 상당히 권위적이었다. 갑의 위치에 있을 때 상대를 배려하는 인품이야 말로 존경스러운 건데... 영업사원들에게 수금은 시원시원하게 잘 해 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긴 우리 도반은 의사도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약에 대해서 의사가 뭘 알아? 무턱대고 의사 말 믿지 마라.”

 

자기애성 성격이 강한 도반과의 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다.

도반은 마흔 살에 수능 1% 성적으로 약대에 입학할 정도로 두뇌가 비상하다. 그 비상함은 종종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예민함으로 나타났다. 연애할 때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 주느라 몰랐던 점이다.

 

자기애성 성격의 배우자와 살다보면 정서적 지배를 당하게 되고 우울증, 의기소침, 자존감 하락, 의욕 상실 등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이전 글 읽기)  자기애성 성격장애 나르시시스트의 특징, 대처법

 

하지만 자기애라면 도반 못지않은 나는, 도반의 정서적 지배욕에 맞서 싸웠다. 이혼을 고민할 만큼 크게 다툰 후에도 원망보다 측은지심이 더 깊었다. 사랑보다 더 끈끈하고 질긴 게 정이더라.

 

도반의 부정적인 에너지가 내 삶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튼실한 정서적 방어벽을 쌓았다. 블로그나 일기장에 상처 입은 감정을 토로하며 스스로를 치유했다... 

 

도반은 거의 항상 밝음을 유지하는 내게 말하곤 했다.

오늘도 조조하구나.(조울에서 울이 없고 조조) 자중해야 좋은 것이다.”

차분함을 좋아하는 도반은 나의 깨방정 밝음이 싫었던 거다.

 

그랬던 도반이 점점 온화해지더니 작년 12월부터 매일 하나님 말씀을 듣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어제 저녁 식사 시간.

도반 : 날순이가 하나님 말씀에 따라 살고 있었더구나.

: 모든 일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거?

도반 : 그래. 감사도 하나님 뜻이지.

그리고 또... 날순이가 늘 조조한 게 하나님 뜻이었어.

항상 기뻐하라고 하셨으니까.

 

(도반이가 내 조조함을 긍정하고 있다니!)

 

: 오빠. 난 하나님 믿고 제일 좋은 게 바로 그거에요.

하나님을 믿든 믿지 않든 누구나 길흉화복을 겪게 되거든.

근데 믿는 사람은 무슨 일을 만나도 평안을 누리는 능력을 주셨어요!

주님이 주시는 이 기쁨은, 믿지 않는 사람은 알 길이 없는 기쁨 같아요.

 

도반 : 날순이는 성품이 어질고 이해심도 깊은 사람인데

그걸 잘 알면서도 내 성질이 모나서 가끔씩 화를 내게 되는구나...

 

~~ 사람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런 말은 결혼 후 처음 들어본다, 정말!!

어질다는 사극에 어울릴 법한 표현이 이렇게 심쿵할 줄이야.

 

: 내가 가끔 뜬 구름같은 얘길 하니까 오빠가 답답해서 그런 거겠지~

도반 : 너는 사실만 말했어. 지금도 봐라. 구름이 떠 있지 땅에 가라앉아 있겠니?

 

도반의 아재 개그에 빵 터져서 배를 붙잡고 웃었다.

 

대박~대박~ 대박 사건!!

조셉 머피 목사님의 잠재의식의 힘을 읽은 후 내가 원하는 배우자 상을 생생하게 상상하곤 했다.

건강하고 온유하고 겸손하고 배려심 깊고 사랑 많은 도반을 상상했다.

 

도반의 성품 변화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 그러나 그 무엇보다

어른 주먹만큼 커다란 암을 자연치유하며,

평안을 누리는 도반과 나의 하루하루가 기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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