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화 동호회 활동으로 하루에 세 편씩 영화를 보던 시기도 있었다.
지나고 나니, 열정과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VOD나 OTT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망설여진다.
2시간 넘게 투자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1.5배속으로 볼 때도 있다.
개봉관에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지도 않다.
그런데 미나리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보도, 윤여정님의 수십 개의 여우조연상 수상소식, 정이삭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스피븐 연은 유아인과의 인터뷰에서 연기자이면서 제작자로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다른 제작자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이야기가 바뀌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이야기를 그대로 지켜주고 싶었다.”
미나리 영화 줄거리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다.
삼십대의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 엄마 모니카(한예리 분),
아동기의 장녀 앤(노엘 케이트 조 분),
유년기의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이 가족구성원이다.
제이콥은 캘리포니아에서 십 년 동안 병아리 감별사로 모은 돈 전부로 아칸소의 땅을 산다. 한국 이민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에 한국 채소를 가꾸어 팔겠다는 계획이다.
사방에 잡초가 펼쳐진 너른 들판 한 곳에 바퀴달린 트레일러가 집이라고 소개하는 남편을 보며 모니카는 황당하다.
그러나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보다 농장 주인이 되어 가족들에게 잘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다.
농장에서 수익이 나기 전까지 부부는 아칸소의 병아리 부화장에서 감별사로 일하게 되고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 분)가 미국으로 온다.
순자는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등 식재료와 심장이 약한 손자 데이빗을 위한 한약재료, 그리고 미나리 씨를 담아온다.
데이빗은 함께 방을 쓴 한국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다. 냄새도 이상하고 밤에는 코도 크게 곤다.
이 가족은 아칸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데이빗은 외할머니 순자와 친해질 수 있을까.
제이콥은 농작물 재배에 성공하고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은 모니카와 제이콥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될까...
미나리 영화 리뷰
영화 미나리는 ‘2020년 선댄스영화제’ 드라마틱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정 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은 <문유랑가보>(2007) 이후 오랜만에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가 영화관에서 깜박 존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제목도 기억이 안 나는 예술 영화, 그리고 미나리.
미나리는 화면도 스토리도 담백하다.
개인적으로는 담백함을 넘어서 많이 싱거웠다.
관객이 이야기나 인물에 감정 이입하는 걸 일부러 방지하는 감독도 있다.
절제를 통해 전달되는 페이소스가 더 깊은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그것을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다.
봉준호 감독이 윤여정 배우와 인터뷰할 때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노스텔지어에 빠져 질척거릴 수 있는데 그런 것 없이 깔끔해서 좋았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들이 있어서 참 좋았다.”
친정엄마 순자가 딸 모니카에게 돈이 든 두툼한 흰 봉투를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자신의 전재산일 수 있을 터였다. 모니카는 한사코 거절하지만 결국 받게 된다.
모니카 : 엄마... 내가 사는 거 이렇게 다 보여주네...
엄마 : 괜찮아~ 바퀴달린 집 재밌다, 얘!
손자 데이빗과 할머니 순자 사이의 대화와 에피소드는 미소 띄게 한다.
순자 : 아우~ 프리티 보이~ 프리티 보이~
데이빗 : 아임 낫 프리티! 아임 굳 루킹!
물가에 미나리를 씨를 뿌린 후 푸릇푸릇 자란 미나리를 보고 순자가 말한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도 알아서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 줘.”
모든 것을 잃은 거 같은 상황에서
제이콥은 데이빗과 함께 잘 자란 미나리를 채취한다.
‘희망’, ‘삶의 의지’, ‘가족애’를 미나리에 함축해서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나의 공감능력과 감성이
미나리를 극찬하는 사람들과 접점을 찾지 못해서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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