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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원주 코다리조림 남애갯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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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저녁,

생선구이가 먹고 싶어서 찾은 식당이 개운동에 위치한 남애갯마을입니다.

도반(남편) : 모듬 생선 구이 주세요.

안주인 : 고등어가 떨어졌는데요.

도반 : 고등어 없으면 가격을 조금 빼주면 되죠. 

(님아~ 다른 생선을 더 달라고 하시지 가격을 빼달라는 건 지ㄴ사ㅇ...)

 

안주인 : (주방에서 바깥주인과 대화 후)

어쩌죠? 점심 때 이면수도 다 팔려서요...

코다리 조림 드시면 어떠세요?

도반 : 그럼 코다리 간장 조림 주세요.

 

코다리 조림은 덜 매운 맛, 매운 맛, 아주 매운 맛 3단계로 맵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먹는 것에 진심이지만 메뉴에 까다롭지 않은 편입니다.

텅 빈 매장을 보니 생선이 점심에 다 팔렸다기보다는 장사가 신통치 않아서 싱싱한 재료가 없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댓글 보고 수정합니다.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당일 준비한 생선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재료 소진 시 해당 메뉴 판매 불가입니다.) 

 

밑반찬은 정갈하게 나왔고 밑반찬 맛도 보통 이상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다리 조림은 비주얼이 조금 부족해 보였어요. 코다리 크기와 살밥도 아쉽고 맛도 평범했습니다. 청량고추를 많이 넣었더군요.

 

미각이 발달한 도반은 많이 실망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음식 만드는 사람이야 맛있게 만들고 싶었겠지요... 무엇이든 잘 먹는 저는 기대에 못 미치는 맛이었지만 잘 먹었습니다

 

코다리 큰 가시를 안주인이 직접 다 제거해 주고 밑반찬 리필도 푸짐하게 해 주는 친절함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남기면 음료수나 주류 1병을 서비스로 줍니다.

 

안사장님 말로는 점심에는 직접 재배한 쌈도 나오고 밑반찬도 매일 다르게 나온다고 합니다.

 

식당에 다녀온 후 남애갯마을 리뷰를 찾아보니, 맛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재방문한 분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찐 맛집인 거 같네요. 

식당도 자기랑 잘 맞는 곳이 있는 거 같아요. 남들 다 맛있다고 하는데 살짝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 직접 먹어보는 것이 좋겠어요.

 


 도반은 치병 중이라 채식 위주로 식사 하며 제일 좋아하던 생선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에 오염된 생선이 건강에 해롭다는 설이 많아서요.

 

그런데 왜 생선구이를 먹으러 갔을까요?

지난 월요일, 평창 전원주택에 가는 길에 해발 400m 치악재 초입을 지날 때였습니다. 안내표지판을 쓱 훑다가 빵 터졌습니다.

: 오빠~ ‘여기부터 고갯길입니다여기부터 고깃길입니다로 읽었어요!

도반 : 우리 날쑨이가 고기가 먹고 싶은가 보구나.

오늘 저녁에는 생선구이를 먹으러 가자.

 

? 나는 숯불고기가 먹고 싶은 거고 생선구이는 오빠가 먹고 싶은 거 아님?’

 

생선구이 대신 코다리 찜을 먹고 나온 후.

: 오빠, 뛰어난 맛집이 아니라서 좋은 점은 과식하지 않는다는 거 같아요.

 

과식하지 않았다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코다리조림과 밑반찬까지 싹악~싹 깨끗하게 비우고 나왔습니다.

 

도반이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줄 줄 알았는데 두부, 김치, 막걸리를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어무 퐝당한데 저도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안주로 먹을 스트링 치즈 2+1을 골랐습니다.

 

배낭에 편의점 음식을 담아 매고 자전거를 출발시켰습니다. 앞서서 페달을 힘차게 밟는 도반이 내가 잘 따라오나 힐끗 뒤돌아봅니다. 저도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소리쳤습니다.

문제 생기면 내가 부를 테니까 뒤돌아보지 마요! 위험해!!”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쪽쪽 찢어 먹는 스트링치즈가 의외로 막걸리와 어울리더군요.

 

도반 : 이다음에...병원도 약국도 없는 시골마을에서 다시 약국을 열고 싶어. 돈을 번다기보다는 약학 지식으로 봉사하는 거지. 그리고 여가 시간에는 날순이랑 커다란 봉투를 들고 다니며 마을 청소를 하는 거야.

 

: (? 갑자기 나도? 난 집 청소도 버거운 사람이잖어~ 돈으로 기부는 해도 시간과 체력은 기부가 힘든 사람이야... 이런 말을 해서 도반 마음 상하게 할 필요는 없지~ 마을 청소할 때가 오면 그때.^^;) 오빠가 마을 청소할 생각한다는 게 참 멋지다! 요즘은 조깅하면서 쓰레기 줍는 개념 있는 행동들을 해요. 그걸 줍깅이라고 하던데.

 

사이좋게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이런 저런 도반의 인생철학을 들었습니다. 듣다가 빵 터지기도 하지요.

도반 : 지금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크게 웃냐?

: 푸흡......푸하하하~ 오빠 표정이 도사님 같이 진지한데, 현실과 이상의 괴리랄까~ 본인만 모르는 오류랄까~ 그런 게 보여요. 풉...푸하하하~ (어머나! 취중이라 도반이 기분 나쁠 이야기가 술술 나오네. 그렇담 얼른 기분을 풀어 줘야쥐~) 그런데 오빠! 술 마셔서 그런가? 오빠가 너어무 잘생겨 보인다~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오면 세상이 아름답고, 사람이 예뻐보이는 건,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임.^^;)  

 

기습적으로 도반의 뺨에 뽀뽀를 날리며 황당해 하는 도반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도 광대승천하는 도반.

 

소소하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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