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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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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방을 10년 넘게 운영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어린 시절에 새로운 자극을 적절하게 경험한 아이들의 창의력, 사고력도 좋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극에는 여행, 음식, 책, 영화, 스포츠 관람, 미술 관람, 각종 공연 관람 등이 있겠다.

평창전원주택 거실에서 바라본 풍경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 시대를 살아낸, 60년대 생인 나는, 새로운 자극이 거의 없는 유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쳤다.
그.랬.기.때.문.에. 내가 창의력, 사고력이 부족하고 어리바리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또래 중에 창의력과 사고력 훌륭한 분들이 천지빼까리다.

원주 치악산 금대계곡 입구


아! 근래에 나보다 더 어리바리한 분을 즉문즉설 동영상에서 봤다.
사례자(여자분) : 스님, 제가 쉰 살이 넘었는데 블로그를 하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스님 :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뭘 물어봐요.
사례자 : 블로그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싶거든요.
스님 : 누가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그래~?!! 내 좋아서 블로그 운영하면 그걸로 된 거지. 요즘 사람들 남 이야기 그렇게 듣고 싶어 하지 않아요~

반백년을 살고도 블로그 운영을 할지 말지 타인에게 물어보는 분이,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좋은 말이란 대체 뭘까 궁금했다.

마을 산책길 풍경


대학에 진학하며 여행을 접하게 되었고 내가 여행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부모님이 3박 4일 부산 여행을 반대하시기에 몰래 부산으로 떠난 후 부산에서 전화드렸다. 다리 몽댕이가 뽀사질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부모님은 ‘어디서 저런 게 나왔나’ 한숨을 쉬셨고 같은 일이 반복 되자 체념하셨다.

다시 법륜스님.
“남편이 정법회 가지 말라 그러면 ‘네~’ 그러세요. ‘네~’라고 하는 뜻은, 당신의 마음을 알았다는 의미예요. 그러나 정법회에 가고 안 가는 건 내 자유예요. 나는 남편의 노예가 아니야. 그러나 가지 말라 했는데 갔기 때문에 남편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거예요. 남편이 화를 내면, ‘죄송합니다.’하면 돼요. 내가 정법회가 가서 죄송한 게 아니라, 당신의 뜻을 따르지 못해서 죄송한 거예요. 알겠어요?”

원주 치악재 초입 도로


여행은 출발하면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순간 시작된다. 때문에 막히는 도로 위에서도 즐거울 수 있다. 여행이니까~! (그런데 여행 다녀온 지 너~~무 오래돼서 지금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같은 길도 밝을 때와 어두울 때 다르고, 갔던 길과 왔던 길이 달라 보이는 심한 길치라서 파리나 동경, 시드니나 서울이 큰 이질감이 없었다. 어차피 나에게는 몇 번 갔던 길도 새로운 길이다.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 윤동주, 새로운 길

희망을 노래하는 윤동주님의 시가 길치인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원주 박경리 문학공원


이정향 감독(영화 ‘집으로’)에게 심하게 동질감을 느낀 적이 있다. ‘집으로’ 촬영 당시, 감독과 스텝들이 몇 달 동안 촬영지와 숙소만 오가다가 하루는 다른 곳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단다.
이정향 감독 : 아~ 역시 새로운 공기를 마시니까 참 좋네!
운전하던 스텝 : 매일 오가던 길에서 아직 벗어나지 않았는데요?!!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여행할 때 길치여도 괜찮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폐역이 된 원주 반곡역


김영하 작가는 수필집 ‘여행의 이유’에서 데이비드 실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를 인용한다. ‘여행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함이다.’

글쎄다. 주변에 나의 슬픔이 흡수된 물건이 없다고 느끼는 건, 집안 살림에 애착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주변 물건에 내 슬픔을 나눠줄 만큼, 관심이 없다.

마을 산책길 풍경


데이비드 실즈의 말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란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랬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대학 때는 시험과 과제, 부모님의 간섭이 부재했다. 지금은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잡다한 일상이 부재하기 때문에 여행이 좋은 것이다.

아무리 매일의 일상을 긍정하고 순간을 사랑한다한들 켜켜이 쌓인 일상이 커다란 무게로 짓누를 때가 있지 않을까.


여행지의 새로운 풍경 속에서 ‘우아한 헛걸음’으로 사부작사부작 걷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자유로운 여행의 날이 속히 오기를~!!

(원주 여행은 뮤지엄 산(SAN), 백운산 휴양림, 간현 관광지, 치악산 휴양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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