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남편)이 어제 저녁, 말복 이브라고 복달임을 먹자고 합니다.
복달임은 복날에 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는 음식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복달임의 대표 주자는 삼계탕인데
도반이 선호하는 남원 추어탕 집으로 갔습니다.
남원 추어탕은 한두 달에 한 번은 가게 되는 곳입니다.
추어탕, 추어튀김, 밑반찬 모두 마음에 듭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도반도 남원 추어탕 식사는 만족스럽다고 하네요.
도반 : 종교가 기복신앙으로 변질되는 건 옳지 않아.
나 : 그래서 저는 기도할 때 ‘축복주세요’가 아니라 ‘축복 받을 그릇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해요.
나 : 기독교인인 내가 왜 목사님 설교보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더 좋아하나 알았어요. 법륜 스님은 ‘내 모습 그대로 괜찮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 마음대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라.’는 게 골자예요. 목사님 설교는 ‘이생의 자랑, 안목의 정욕’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쳐서 복종 시키며 예수님 닮아가는 삶을 강조하고요. 바울 선생님은 ‘날마다 나는 죽노라’고 까지 말씀하셨어요.
도반 : 사도 바울이 좋은 말씀을 많이 쓰셨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씀도 있어. 오히려 사도 베드로의 말씀이 더 진실 된 느낌이야.
나 : 성경은 사람이 쓴 게 아니라 사람을 통해 성령 하나님이 쓰신 거예요. 오해하는 건, 내 이해력이 부족한 때문이겠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아직 진리를 몰라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거고요.
도반 : 성경은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참고서로 생각해야지.
나 : 성경은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에요. 권위보다 더한 경외심의 대상인거죠.
오빠가 하고 싶은 말은, 구도자가 도를 깨달은 후엔 경전에도 얽매이지 말라는 거죠? 배로 강을 건넌 후 배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거처럼.
도반 : 기독교에서 이생의 자랑, 안목의 정욕을 경계했다면 불교에서는 ‘탐진치’를 깨달음을 방해 하는 세 가지 독이라고 했어.
나 : 탐진치가 뭐예요?
도반 : 간단하게 말하자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지. 석가모니는 니르바나를 강조하셨는데 사람들은 석가모니에 집중해서 불상을 만들어 기복을 하고 그렇게 변질 된 거지.
나 : 법륜스님도 말씀하셨어요.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자기수양과 깨달음의 분야라고요.
도반 : 니르바나에 이르는 수양에 집중해야 하는데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에 다니며 기도하는 것에 더 힘쓰는 건 좀 그렇지.
토실이(내 애칭)는 소승불교과 대승불교 알지?
나 : 학교에서 배운 거 같은데 다 잊어 버렸어.
도반 : 소승불교는 개인의 해탈을 위해 수행 정진하는 걸 더 강조하고 대승불교는 중생구원에 더 큰 초점을 맞추지. 불타는 집에 큰 수레를 끌고 들어가 많은 중생을 구원한다는 의미가 있어. 우리나라는 대승불교쪽이야.
나 : 그래서 승려 의병장도 많이 나온 거구나. 내 성향은 소승불교 쪽이네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세상 끝날 까지 전도하라고 하는데, 나부터도 제대로 믿지 못하면서 누굴 전도하나... 그런 생각이거든요...
도반은 양자이론이며 간디의 아힘사 비폭력 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나 : 오빠. 일전에 코다리조림 먹은 날에요. 시골 마을에 가서 틈날 때마다 커다란 봉투 들고 다니며 쓰레기 줍자고 했잖아요. 오빠, 예전에 길에다 담배꽁초 버린 거, 참회하는 거예요? 그땐 내가 오빠 꽁초 주우며 다니기도 했는데. 왜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린 거에요??
도반 : ...... 내가 나쁜 일 한 거지...
이럴 때 제가 빵 터집니다.
대승불교, 양자이론, 아힘사... 온갖 지식은 많은데 행동은 그에 미치지 못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자기애성 성격인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는 건 많이 힘든 일입니다.
도반이 하나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많이 온화해졌는데,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변화 중 일부입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은 하시네요.
말복에 복달임 드시고 날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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