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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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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흡인력 강한 일본 소설, ‘기묘한 러브레터를 소개합니다.

 

기묘한 러브레터가 일본에서 발표되었을 당시 굉장한 파문이 일었다고 합니다. 작가인 야도노 카호루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었는데요. 이야기 중간 중간 반전이 기묘하다가 소름 돋는 결말로 충격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책 표지에 이 이야기는 친구의 실제 경험담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점입니다.

 

주인공 미즈타니()는 쉰 초반, 위암환자(초기)입니다. 30년 전 결혼식 당일 사라져버린 옛 애인 미호코를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세 번째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미호코의 답장을 받지요.

 

미즈타니는 미호코가 왜 결혼식날 사라졌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고 지인들 모르는 곳에서 중학생 딸과 살고 있는 미호코는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소설을 읽을수록 그토록 서로 사랑했는데, ‘미호코는 왜 사라졌을까?’하는 궁금증이 증폭됩니다.

 

대학생 때 만난 미즈타니와 미호코는 삼십 년 전 일들을 회상합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장면에서는 저도 아주 살짝 연애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연극부 부장이었던 미즈타니와 연극부 신입생 미호코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당시에는 서로 물어보지 못했던 심경을 서로 이야기 합니다.

 

미즈타니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고모부에 의해 키워집니다. 고모부의 의붓딸 유코와 미즈타니는 친오누이처럼 자랐습니다. 미즈타니가 대학생이 되자 고모부는 유코가 미즈타니를 좋아하니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미즈타니는 유코의 빼어난 외모에도 불구하고 여자로 보이지 않았지만 싫은 것도 아니고 고모부의 부탁이니 약혼하게 됩니다.

 

약혼녀가 있음에도 미즈타니는 미호코에게 끌립니다. 미호코는 평상시에 평범하다 못해 촌스러운 편인데, 연극무대에서는 농염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결국 미즈타니는 유코와 파혼 후 미호코와 사귀게 됩니다.

 

미즈타니는 유코와의 파혼에 미안함은 없다고 말합니다. 고모부께 무릎 꿇고 파혼 의사를 전달한 후, 모든 짐을 챙겨 나올 때였습니다. 이상한 힘에 끌리듯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유코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고 유코가 중학생 때부터 현재까지 고모부와 남녀 관계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미호코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미호코는 둘이 사귀기 전, 술집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연극부 모임 자리였는데 미즈타니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운동부 학생들과 시비 붙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미즈타니는 일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운동부 학생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합니다. 그런데 운동부 학생들이 연극부 여자들에게 술을 따르라고 합니다.

 

그때였지요. 미즈타니 씨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그런 건 절대로 못 시켜!" 하며 갑자 기 가게 벽을 맨손으로 후려쳤어요. 큰 소리가 나며 벽에 구멍이 뚫렸고요.

"내가 죽든지, 너희들이 죽든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은 놈은 덤벼!"

 

미즈타니 씨는 가게 전체에 울려 퍼질 것 같은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벽을 후려 친 오른손을 내질렀어요.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게 보였어요. 상대 학생들도 그 기백에 눌렸는지 입을 다물어버렸지요.’

 

미호코는 고등학생 때 가세가 기울어 대학에 입학할 처지가 못 되었습니다. 그래서 터키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손님들과 2차도 나가지요. 그렇게 돈을 벌어 대학에 다녔고 대학에 다니면서도 주말마다 터키탕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미호코는 자신의 직업을 미즈타니가 모르는 줄 알고 있었지요. 미즈타니는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연극부 학생들 중 몇몇을 손님으로 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요.

 

용서한다는 말은, 몹시 불쾌하네요. 제가 미즈타니 씨에게 용서받아야 할 일을 했던가요? 제 몸이 미즈타니 씨의 것인가요?(중략)

 

미즈타니 씨가 그 일을 알고 있는 걸 알았다면, 미즈타니 씨와는 헤어졌을 거예요. 부끄러워서가 아니에요. 그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면서 저와 사귀는 남자가 기분 나쁘게 여겨지기 때문이죠.

 

미즈타니 씨가 저한테 따지셨다면 저도 화를 내며 말다툼을 벌였겠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남자라면 당연히 따졌을 거예요. 그러지 않고, 제 행위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남자는 제 이해의 범주를 뛰어넘네요. 지금도 미즈타니 씨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미호코님,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말실수를 했어요. 용서한다는 건 불손한 말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정말로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것만은 이해해주십시오.

정조란 대체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 인간은 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걸까 생각도 했고요.

 

동물행동학이나 문화인류학 책도 읽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당신의 행위 는 사랑에 있어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섣부른 결론일까요? (중략)

 

하지만 무엇보다 큰 불신감을 품었던 것은,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입니다. 그 후의 제 불행은 당신이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기분이 듭니다.(중략) 저는 유코와 당신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미호코는 결혼식 당일 사라진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저는 주방 일을 하며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수돗물을 끄고 볼륨을 높였습니다. 마즈타니가 유코의 일기를 들춰본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을, 미호코가 보게 됩니다... 그게 뭘까요? 읽어보실 분들을 위해 여기에서 멈추겠습니다.

 

영리하게 복선을 숨겨 놓고 짠~ 밝혀지는 통쾌한 반전은 아닙니다. 화자가 술술 풀어 놓는 과거의 사실들이 상상을 초월해서 충격적인 거죠.

 

소설의 전개 부분, 미즈타니와 미호코가 추억하는 화양연화는, 시들기 시작하는 장미일지라도 향기는 여전해서 애달픈 느낌이었습니다. 그 분위기에서 미즈타니가 미호코의 주소를 물어봅니다. 찾아갈 일은 전혀 없으며 그저 어디 사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밝히면서요. 소설 결말에서 이 부분이 소름 돋더군요.

 

다음은 기묘한 러브레터를 읽고 나서 생각해 본 점들입니다.

1.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내가 아는 것은 누군가의 몇 퍼센트일까요.

섣불리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여러 겹의 층위,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졌음을 알면 기대도 실망도 줄어들 겁니다.

 

2. 상대의 마음을 부서지게 할 (현재 진행형)사실을 숨기면서, 진정한 사랑이 가능할까요.

미즈코는 성윤리의 부재를 넘어, 성 사이코패스인 거 같은데요. 진정한 사랑과 결혼을 전재로 한다면 자신의 직업, 경제력, 학벌, 결혼 경험, 비호감 습관(흡연, 과음...)등은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미즈타니가 여학생들이 술 따르는 것도 목숨 걸고 반대하는 성품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직업을 밝혀야했지요.

20년 전, 제 지인 중에는 흡연 때문에 이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금연을 약속하고도 몰래몰래 흡연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3. 인간은 어디까지 뻔뻔해 질 수 있는 것일까요.

미즈코의 뻔뻔함도 놀랍지만 미즈타니의 뻔뻔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주 어릴 적, 백조의 호수를 만화영화로 본 적이 있습니다. 착한 공주를 괴롭히던 왕비와 왕비의 딸이 쫓겨나는 장면인데요. 왕자 중 한 명이 모녀에게 수치를 알라고 말합니다.

: 엄마 수치가 뭐예요?

왕비 : 글쎄다. 잘 모르겠다.

수치심을 알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다운 거겠지요.

 

4. 나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릴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내가 아닐까요.

미즈타니는 자신의 불행을 유코와 미즈코 탓으로 돌립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남을 탓하는 마음이 얼마나 지옥일지 경험해 봤습니다.

 

제가 40대 초반에 시간, 마음, 금전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큰언니가 말해 주었습니다. “전생에 네가 그 사람에게 큰 빚을 져서 이생에서 갚은 거야.” 그 말이 깊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스승이라는 말도, ‘만나기로 예정된 사람은 만나고야 만다.’는 말도 좋은 위로가 되었지요.

 

내가 피해를 본 건 전적으로 상대의 잘못일까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건, 내 탓입니다.

 

소설 속 가장 인상 깊은 구절로 소개를 마무리 합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여차한 순간에는 배우도 아닌데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법이에요.’

 

연기가 필요 없는,

혹은 하얀 거짓말만 필요한, 환상적(^^)인 매일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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