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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천선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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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 목 : 천 개의 파랑

저 자 : 천선란

출 판 사 : 허블

초판 1: 2020. 8. 19.

 

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는 작가 천선란님의 장편 소설 <천 개의 파랑>을 소개합니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입니다.

 

작가 소개에서 한강님의 <채식주의자>, 제목에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연상됐습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제 인생 소설 중 한 편입니다.

 

<천 개의 파랑>을 전자책 1.8배속으로 들으며 주방 일을 하다가,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부분을 놓칠 세라, 고무장갑과 손을 보호하는 속장갑을 벗고, 듣기 멈춤 후, 앞으로 이동해서, 하이라이트를 그었습니다.

 

천선란 작가는 담담한 문장들 곳곳에 마음을 터치하는 장면들을 심어 놓았습니다.

 

마음을 접촉하다, 마음을 감동시키다, 마음을 건드리다, 마음을 쓰다듬다, 마음을 스치다, 마음을 물들이다... ‘마음을 터치하다는 말과 적확히 대체할 수 있는 국어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소설 첫 문장은 기수騎手방은 성인 한 명이 웅크려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더 임팩트 있는 문장은, ‘이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자, 나의 최후이기도 하다.’입니다.

 

소설의 시대 배경은 휴머노이드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기 시작한 가까운 미래입니다. 소설의 장소 배경은 경마장과 경마장 부근에 사는 가족의 집입니다.

 

며칠 전까지 안락사가 확정된 말 투데이가 여러 사람의 노력덕분에 경마장에서 마지막으로 뛰게 되는 과정이 전개됩니다.

 

경주마의 속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기수 휴머노이드인 C-27은 인간의 실수로 두뇌 칩이 바뀌게 됩니다. 때문에 질문 하고 생각 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게 되었습니다

 

C-27은 함께 호흡을 맞춘 말 투데이를 타고 달리던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파란 하늘을 보려고 머리를 들었다가 중심을 잃고 낙마합니다. 폐기 처분할 정도로 망가져버렸는데 기적적으로 로봇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연재에게 발견됩니다. 연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장이 편의점용 휴머노이드 베티를 들이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불법이지만 연재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 전부를 내고 C-27을 삽니다. 그리고 브로콜리 색을 연상시키는 C-27에게 콜리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가난한 연재가 부서진 콜리의 몸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비싼 부품들이 필요합니다. 연재와 다르게 부유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 지수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엄밀하게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계약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지수를 귀찮아하던 연재가 지수에게 스며들며 우정을 느끼는 장면이 우아합니다.

 

연재의 집에서 함께 하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지수는 입시 준비로 더 이상 올 수 없다는 말을 전합니다.

 

[“내가 더는 못 온다고 해도 너는 알았어가 아니라 아쉽다고 했었어야지. 아쉬웠으면. 물론 네가 아쉽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때...”

순간 지수의 말을 끊고 연재가 말했다.

“아쉬웠어.”

(중략)

 

지수는 여전히 성난 투로 말했지만 표정은 아까보다 한층 누그러져 있었다. 연재는 그런 지수에게 아쉽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아쉽다.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은 지 오래돼서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쉬움에는 약간의 설움이 섞여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아쉽다는 단어를 꺼내면서, 아쉬움에 면역되지 않은 마음이 설움에 정복당하는 듯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었다가는 지수에게 평생 놀림을 받을 것 같았으므로 연재는 꾸역꾸역 참았다.

 

콜리에게 알려줘야겠다. 인간에게는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기능이 아예 없다. 다들 있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연재의 엄마는 신인배우로 이제 막 이름을 알리려 할 때 화재로 얼굴에 화상을 입습니다. 소방 AI가 화재 난 건물에 있는 생존자(연재 엄마)의 생존률이 희박하고 진입 시 몹시 위험하다는 걸 알려줬지만 소방관(연재 아빠)은 그녀를 구해냅니다.

 

희망을 잃었던 생존자는 소방관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두 딸 은혜와 연재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순직합니다.

 

연재의 언니인 은혜는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 생활을 합니다. 불편한 다리를 대체할 기술은 발달했지만 막대한 수술비용이 필요합니다. 휠체어 사용은 가난함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은혜는 안락사 될 운명의 경주마 투데이를 보며 말합니다.

“알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비통하네요. 저 같은 게 저 애를 위해 뭘 해줄 수 있겠어요? 슬프지만 아무 것도 못 해주는 주제에 슬퍼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그냥 보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때, 한 달 가까이 우울감에 빠져있었고 매일 쓰던 글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때의 심정이 바로 그랬습니다. ‘아무것도 못해 주는 주제에 슬픔을 표현하는 것도 죄스럽다...’

 

인간의 욕망으로 더 빠르게 빠르게 달리다 연골이 닳아버린 경주마 투데이, 마음이란 걸 가지게 된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 연재와 은혜, 지수, 경기장에서 말을 돌보는 민주와 수의사 복희, 경마장 승부 조작을 취재하던 기자 등이 힘을 합해 투데이의 안락사를 막으려는 이야기를 읽으며 애틋했다, 따뜻했다, 뭉클했다, 울컥했습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사람들은 투데이의 안락사는 막을 수 있었을까요? 소설의 첫 부분, 콜리가 말한 나의 최후이기도 하다의 최후는 어떤 모양으로 다가왔을까요?

 

동물과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엮어내는 울림 있는 이야기,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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