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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더라도 측은지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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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바 같은 사람들은 외로움이 뭔지는 알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오랜 고독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빨래방이나 서성거리며 주말을 보내는 게 어떤 건지,

스킨쉽에 굶주려서

버스 차장의 손만 스쳐도 흥분되는 감정이 어떤 건지 모른다.

이런 고독에 대해 쉬바같은 사람들은 전혀 알리가 없다.’

 

내가 구독하고 있는 나에대한 열정님의 포스팅에서 위의 글을 읽었다.

https://change-me-first.tistory.com/298

 

김나영 : 제가 많이 힘들었을 때, 유재석 씨는 전화주셨었어요. 김구라 씨는 전화 안 주시대요?

김구라 : , , 저는 그런 일에 전화 잘 안합니다.

 

나도 김구라 스타일이다. 타인의 불행에 대해 알은체하고 싶지 않다. 더불어 나의 불행에 대해서도, 내가 밝히지 않았는데 알은체한다거나, 내가 괜찮다는데 위로하려는 언행이, 불편하다.

 

대외적으로 밝고 애교 많은 편이어서 둔한 사람들에게 그냥 마냥 편한 사람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센스 있는 사람은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안다.

 

바리스타 학원 선생님 : 강 선생님은 무척 예의 바르고 부드럽게 말하시지만 왠지 어렵게 느껴져요.

: 하하~ 정확히 보셨네요. 선생님도 섬세하고 예민하시죠?

선생님 : ~ 많이 예민해요.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 그 거리가 주는 조심성, 격식이 좋다.

혼자서도 자기 할 일 하면서 잘 지내는 사람이 좋다.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 안부는 톡으로 간단히.

 

평창 집 앞마당 옆에 타인 소유의 너른 밭이 있었는데, 퇴직한 분이 사들여서 집을 지었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지척에 새 이웃이 생긴 거다. 나뭇잎이 바람에 쓸리는 소리, 새 소리만 가득했었는데.

평창집 뒷마당, 잡초 무성한 밭

 

새 이웃 : 바깥어른이 많이 아프다고 들었어요. 힘드시겠어요.

: , ...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초면에, 내가 밝히지 않은 사실을, 마을 소문으로 듣고 전달하는 거, 별로네요.’)

 

이웃 : 평창에 자주 오세요. 집을 비워두니까 빨리 낡아가는 거 같아요.

: 자주 오는 게 여의치 않아서요.

 

이웃 : 옆에 사람 안사는 집이 있으니까 밤에는 좀 무서워요.

: 어머나~ 부부가 같이 계셔도 무서우세요? 하하하~ (‘평창 산 속으로 자기 발로 찾아 들어와서는 무섭다니요~’)

이웃이 밤에는 무섭다는 우리 집

 

젊은 시절, 다이어리에 적어 두었던 글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은

외롭게 가라기보다는 의연하게 가라는 뜻일 터.

맹렬히 뻗는 칡덩쿨에 핀 칡꽃

 

2년 전 가을.

큰 사건과 맞닥뜨린 후, 내가 풀어야할 숙제라면 하나하나 풀어 가리라 마음을 다잡았었다. 어떤 원망이나 불평도 없이 의연한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그랬는데.

당시 일 때문에 서너 번 만난, 다시는 만날 일도 없을 남자.

일 때문에 서로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었던 그가

‘00,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하는데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 울컥했다.

당황스러운 감정이었다.

그에게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낀 건 아니었는데, ?

단지, ‘00라는 호칭과

친절하고 부드러운 말투에 왜 나는 서러움이 복받쳤을까.

 

자기애성 성격인 도반(남편)과 살면서 나의 자존감을 지켜내느라...

, 많이 힘들었구나...

, 많이 외로웠구나...

, 많이 위로 받고 싶었구나...

오롯이 혼자서도 옹골차게 영위하는 삶...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너 나 없이 외로운 인생길.

측은지심으로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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