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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비도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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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그렇고 해서' 옛 이야기나 해 보련다.

비가 온다고 해서 기분이 그...는 않는 편인데

잔나비의 그 밤 그 밤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기분이 그... 

 

비도 오고, 커피는 향기롭고, 블루베리 에그타르트는 새콤달콤하고.

 

윤계상의 결혼 소식을 듣고 부부의 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윤계상은 7년 열애 후 결별했고

헤어진 후 1년도 안 돼서 새 연인과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별 애도 기간이 어느 정도여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다.

결별 후 바로 그 날에 새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해도 운명이려니~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그럴 수도 있으려니~’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거다.

 

다시, 부부의 연에 대해서.

나와 햇수로 5년을 사귄 류(가명)는 결별 후 1년 정도 지난 후 결혼했다.

IT 강국에 사는 덕분에, 류의 아내를 홈페이지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웃는 모습이 정말 똑..

사진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닮으면 잘 산다는데 다행이다.’였다.

동생(류가 연하)을 장가보내는 누나의 심정인 스스로가 신기했다.

역시 부부의 연은 따로 있었던 것이려니.

 

반면 나는, 부부의 연을 만나지 못해 많은 방황을 했다.

나이는 너무 많이 먹어서 숨이 찰 정도지~

눈은 안드로메다 급으로 높아졌지~

앞으로 펼쳐질 여러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은 알파고 저리가라지~

 

데이트 중에 엄마와 통화를? 마마보이!

약속을 두 번 이상 바꾸네? 결정장애!

과묵한 게 아니라 아는 게 없어서 할 말이 없는 거네? 뇌순남 아웃!

......

 

H를 처음 본 건, 해사한 오월의 어느 토요일.

싱글 친목 모임에서 가평으로 나들이 간 날이었다.

H는 기타를 가져와 가요와 팝송을 연주하며 노래했다.

H가 김광석을 연주하자 내가 따라 불렀고 회원들도 하나 둘 따라 불렀다.

 

H가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연주했을 때,

나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는데 H와 눈이 마주쳤다.

H가 살짝 웃으며 눈길을 기타로 떨궜다.

 

나보다 여섯 살 많은 H는 매사에 점잖고 심각한 사람이었다.

H : 아미네님은 싱글 모임의 밤 문화를 잘 모르실 겁니다.

집에 데려다 주다보면 간혹 차에서 안 내리려는 여자분도 있어요.

 

여자분이 아무에게나 그럴 리는 없을 거고~

H는 보기 좋은 외모와 꽤 괜찮은 경제력이 있었기에 여성 회원들에게 인기가 좀 있었다.

 

H보다 11살 어린 회원 JH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돼서 HJ를 연결해 주려고 했다. J는 예쁘고 싹싹해서 남성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H는 세대 차이 나서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소소익선을 추구하는 남자들을 보다가 신선했다. H는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던 것.

 

H가 사당동의 카페를 빌려 밴드 연주를 한다며 일일스텝을 부탁했을 때, 흔쾌히 하기로 했다. 참석 댓글에 환영 대댓글을 달아 주고, 참석 회원 명단과 참석여부 체크, 회비를 관리했다.

 

당시 나는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사실과 다른 악플에 반응하지 않고(병.먹.금!) 밴드 연주회 게시글에 환영과 참석 독려 대댓글을 달았다.

 

한 회원의 댓글 : 악플에 동요 없이 즐겁게 댓글 다는 아미네님이 궁금해서 연주회 참석합니다.

 

여름날의 토요일 오후.

5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해서 마음껏 노래하며 즐긴 신나는 하루였다.

H는 기타 연주보다 드럼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H와 그저 좀 아는, 지인으로 지낸 지 1년 쯤 됐을 무렵, H가 말했다.

아미네님이 기독교인이라 데이트 신청을 많이 망설였어요. 내가 하나님을 믿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거든요. 이제라도 아미네님과 교회에 나가볼 생각입니다.”

 

바로 그 시기에 도반(남편)을 만났고, 친목 모임을 탈퇴했다.

H의 고백이 일주일 빨랐다면.

도반을 일주일 늦게 만났다면.

역시, 부부의 연은 따로 있는 거 같다.

 

젊어서 사랑에 빠지고 부부가 되는 사람도 많지만

나처럼 돌고 돌고 돌아 부부의 연을 만나기도 한다.

돌고 도느라 힘들었던 만큼 소... . ..

 

오빠~ 맛있는 옥수수를 먹다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오빠 덕분에 평창 전원주택에 가게 됐고

평창에 간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평창 옥수수를 먹게 된 거잖아.

오빠, 고맙습니다~!!”

평창 이웃 언니가 직접 기르고 삶아 준 옥수수

 

우리 옥순이(옥수수를 잘 먹는다고 부르는 별명)

작은 것에도 고마워할 줄 알아서 복 많이 받을 거야~”

"아~멘~!! 선포한대로 이루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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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공감누르기는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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