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술술 읽히도록 쉽게 씌여진 인문교양서 한지우님의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미디어숲 출판)’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인문적 소양’이라고 말합니다. 르네상스부터 1차 ~ 4차 산업혁명을 아우르는 역사적 사건들이 흥미롭게 소개됩니다. 페스트로 초토화된 유럽에서 르네상스형 인간의 등장으로 문예부흥을 이끌었듯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1세기 르네상스형 인간의 등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조용필님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가사가 연상됐습니다.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이십일 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핵심 비밀은 무엇인가?,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어떤 인문학적 소양으로 유니콘 기업을 일궈냈는가?, AI 시대 나의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떤 인문학이 필요한가?’ 등을 생각하며 읽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프롤로그와 4개의 장,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 : 코로나가 앞당긴 인공지능의 시대
1장 암흑 이후의 세계
2장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3장 코로나19가 앞당긴 4차 산업혁명
4장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법
에필로그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1장 암흑 이후의 세계
페스트의 암흑 이후,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의 영향 아래 새로운 방식의 문예사조 부흥인 르네상스가 꽃피기 시작합니다.
캐나다의 ‘멍크 디베이트’는 매년 정상급 지식인들이 모여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개 토론하는 행사입니다. 2015년, ‘숨 가쁘게 다가오는 미래, 인간은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인가?’라는 안건으로 토론이 진행되었고 후에 ‘사피엔스의 미래’라는 책으로 출간될 정도 화재가 되었습니다.
낙관적 의견을 피력한 사람은 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와 스티븐 핑커 교수였지요.
‘인류는 매년 조금씩 경제적으로 부유해져서 절대빈곤이 축소되고, 보건 개선으로 수명도 연장되었으며, 과거보다 안전하고 전쟁이 감소한 민주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관적으로 미래를 본 사람은 작가 알랭 드 보통과 저널리스트 말콤 그래드웰이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존재라 어설픈 낙관론의 ‘파괴성’을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 시민들 중 많은 수가 여전히 불행을 호소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말콤 그래드웰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좋아졌기에 미래에도 좋아지리라는 건 사고의 오류다, 과학기술로 편리해진 만큼 위험성도 높아졌다, 인류 역사상 기술 혁명의 수혜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빈부격차로 인한 삶의 만족도가 저하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토론을 지켜본 사람들의 투표 결과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73%로 집계되었다고 하네요. 저는 한스 로슬링 공저 ‘팩트풀니스’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한스 로슬링은 통계를 숫자가 아닌, 숫자가 의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딱딱한 통계에 재미를 불어 넣었습니다. 몽상가라 대책 없이 낙관적인 저는 팩트풀니스를 읽고 낙관적인 시각을 더 공고히 했습니다.
2장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프랑스어로 ‘재생, 부활’을 뜻하는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영광을 부활시키자는 의미로 시작된 움직임입니다. 그러나 영남대 박홍규 교수는 르네상스를 고대의 재발견이 아닌 사회를 이루는 ‘나와 우리’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미래학자 안종배 교수는 인간의 행복과 생명 가치가 중심이 되는 변혁이 찾아온다고 예고했습니다. ‘기술혁신보다 환경과 자연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지구를 위한 미래 지향적 발전을 꾀할 것’이라는 거지요.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미래 사회를 ‘리스크 소사이어티, 그린 소사이어티, 드림 소사이어티’ 등 크게 3가지로 정의합니다.
1) 리스크 소사이어티
기술발전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는 리스크 소사어티를 경계해야 합니다.
유발 하라리(‘사피엔스’ 저자)는 AI가 더 발달하면 대다수 인간은 ‘무용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로봇공학 연구자 한스 모라벡은 앞으로 지구의 주인은 ‘로봇 사피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봇 사피엔스는 인간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인공지능 존재들을 칭합니다.
2) 그린 소사이어티
환경을 우선시 하는 그린 소사이어티를 지향해야 합니다. 실리콘벨리를 중심으로 집 마당에서 직접 닭을 키워 달걀을 얻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네요. 실리콘벨리에서 최첨단 시설을 갖춘 닭장을 갖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닭장 플렉스(flex)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 기업들도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경영을 중요시하는 소위 ESG 경영을 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3)드림 소사이어티
꿈과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아 파는 감성 사회가 드림 소사이어티입니다.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찾으며. 경제적 여유보다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MZ세대는 야근 수당을 받는 거 보다 정시 퇴근 후 여가 생활을 선택하죠.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 육체 노동의 99%, 지능 노동의 99%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 인간은 뭘하면 될까요? 저자는 ‘인간은 오직 즐거움을 위해 근력을 사용하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뇌를 사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매력적인 이야기(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분야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엔터테인먼트, 심리 상담 같이 감정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물리적 상품을 취급하는 시장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보입니다.
‘제품에 이야기를 만들어 포장할 줄 아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르네상스형 인간은 첫째,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둘째, 생소한 주제나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족할 때까지 새로운 도전을 즐깁니다. 셋째, 다른 분야도 열정적으로 개척합니다. 넷째, 수많은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창의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창의성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경험과 결합될 때 얻어집니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의지로 모르는 것들 사이의 공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상상력을 키워가는 것이지요.’
3장 코로나19가 앞당긴 4차 산업혁명
‘미래는 우리 안에서 변화하기 위해 훨씬 전부터 우리 내부에 들어와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 날’의 시인 릴케의 말에 무릎이 탁 쳐졌습니다. 코로나는 변화의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이미 우리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던 변화의 속도를 가속시켰다고 하지요.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처음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소셜 미디어와 사물인터넷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전망했습니다.
우리는 1차~3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겪으면서 소외되고 피해 받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전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인구가 약 13억 명에 이르고, 40억 명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접하지 못합니다. 농촌 해체와 도시화 진행으로 대기와 수질이 오염됐으며 전염병이 이전보다 더 자주 발생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제한적 수혜보다 보편적 이로움을 추구’해야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혁신은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프린팅 기술 등’을 들 수 있는데요. 특히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정보 통신 환경인 유비쿼터스’가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력까지 추월할까요?
레이 커즈와일(‘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 저자)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에 이르렀다고 분석했습니다. 뇌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나노봇을 인간의 뇌에 주입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지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결합해 인간의 뇌를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의학연구소입니다.
네~ 저도 메트릭스의 네오가 연상되었습니다. 컴퓨터 능력을 탑재한 만능 인간이 되는 거죠.
https://youtube.com/shorts/rL29dNqa1h4?feature=share
프로젝트 ‘2045 이니셔티브’는 ‘몸이 사라지더라도 뇌에 담긴 기억과 정보를 복사해 저장할 수 있다면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에서 진행 중인 연구입니다. 로봇의 인공두뇌에 사람의 뇌 데이터를 모두 옮겨 저장한 뒤 홀로그램의 가상 신체 아바타에 이식한다는 프로젝트입니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연결되어 정신세계를 구성하는지 알려지지 않아 정확한 구현이 아직은 불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술력을 가진 사업가는 돈을 더 많이 벌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더 빈곤해질 수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들의 꿈은 의사, 과학자가 아닌 ‘행복한 사람, 여가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시대의 가치관이 될 것이다.’
4장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법
‘인공지능 시대 꿈과 이야기를 파는 자들이 승리한다.’
미래는 아이디어와 가치관으로 승부하는 콘텐츠 전쟁의 시대입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K-Culture가 전 세계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꿈을 만들어주는 디즈니를 가장 유망한 회사로 꼽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권력, 돈, 힘’이 아닌 ‘즐거움, 행복, 의미, 유대’ 등이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롤프 옌센은 탈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며 ‘믿음, 정서, 예술, 사랑, 아름다움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호모 이모셜리스트’로 명명했습니다.
구글 검색 엔진을 개발한 산토시 자야람은 공학은 집중해서 교육 받으면 1년 과정으로 끝날 수 있지만 기발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만들고 신제품이 소비자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만들지 상상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며 후자는 문학을 공부한 사람이 잘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은 인문학 중 인류학 분야 인재를 선호합니다. 인류학 분야는 개인과 집단의 행동과 그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심리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형 인간 스티브 잡스는 첨단기술에 인문학적 요소를 결합하여, 타사 제품과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애플의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는 금기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애플의 문화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이제 더 이상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주체가 아닙니다. 사용자, 소비자의 요구가 제품에 효과적으로 반영 될 때 최고의 제품이 탄생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하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라이크 커머스’가 소개되었지요. 기업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주도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간 쌍방향 소통이 활발해진 요즘, 소비자의 기호(라이크)가 적극 반영된 제품만이 살아남습니다.
부자들은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고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인문학을 배웁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공저자 이지성님은 십여 년 전에 국내 굴지의 CEO들을 상대로 인문학 강의와 인문학 토론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최첨단기술 기업이 인문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문학이 새로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비즈니스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핵심요소이다.’
책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일 만큼 흥미롭고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지우님이 유명 석학들의 저서 핵심을 쉽게 설명해 주어서 참 재미있게 읽었네요. 실력이 뛰어나야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한 분, 인간의 인지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가져올 변화를 알고 싶은 분,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르네상스형 인간이 되는 법을 알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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