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출판)’을 소개합니다.
소설은 주방일을 하면서 전자책 듣기 기능으로 듣는데요. 귀에만 들리는 작품이 있고 마음까지 파고드는 작품이 있습니다. 평단과 독자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개인취향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하던 일을 멈추고, 물기 흐르는 고무장갑을 벗고, 듣기 기능을 끈 후, 스마트폰 화면을 드래그해서 하이라이트 한 곳이 여러 군데입니다. 김호연 작가의 세계문학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줄거리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 효과.’
책 표지의 카피성 문구에 소설의 성격이 짐작됩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서울역 노숙자 ‘독고’라는 남자가 70대인 염영숙 여사가 부주의로 잃어버린 파우치(지갑, 화장품 등을 넣는 미니 가방)를 주워서 그대로 돌려줍니다. 다른 노숙자들이 파우치를 가져가려는 걸 맞으면서까지 지켜냈죠.
염 여사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그를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데려가 가장 좋은 도시락인 ‘산해진미’를 대접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말합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그가 오면 언제든 폐기될 도시락이 아니라 좋은 도시락으로 주라고 당부해놓습니다.
그러다가 알바생 시현이 다른 일을 위해 그만두면서 염 여사는 독고씨를 채용하죠. 독고씨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아파트 단지가 아닌 청파동 외진 주택가에 위치한 편의점이라 구색이 부족한 불편한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이란 물건과 화폐의 거래 장소일 뿐인데 독고씨는 방문한 손님들을 기억했다가 따뜻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죠. 찬바람 부는 날 외부 테이블에서 소주를 마시는 사람 옆에 작은 전기난로를 내어 놔주고, 특정 도시락을 사는 사람을 위해 미리 하나 빼 놨다가 챙겨주고... 익명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게 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조명합니다. 교직에서 은퇴한 염 여사는 교원 연금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지만 편의점을 운영합니다.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편의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원들을 위해서입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20대, 등단했지만 잘 팔리는 작품이 없어서 생계가 막막하자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집필에 몰두하는 무명작가, 번번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엄마의 편의점까지 탐내는 아들, 무능한 남편과 게임에 중독된 아들을 먹여 살리느라 편의점 알바를 뛰는 중년의 아주머니...
그들과 일정한 거리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독고씨는 어떤 과거를 살았을까요. 소설 후반에 정신의 방어기제로 기억을 모두 지울 만큼 괴로웠던 그의 이야기가 밝혀집니다.
기억을 되살린 독고씨는 염여사에게 말합니다.
“죽어야 될 놈을...... 살려...... 주셨어요. 부끄럽지만...... 살아보겠습니다.”
용기를 그러모아 과거와 대면하고 극복하며 그는 독백합니다.
‘이 세계에서 신성을 얻는 자는 의느님이 아니다. 사장님(염 여사)같이 남에 대한 헤아림이 있는 사람이 그러한 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따뜻하고 맛난 국물같은 이야기가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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