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저녁 설거지를 9시까지 미루다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식사가 끝나고 도반(남편)이 저녁 운동을 나가면 바로 했는데 지난 월요일에는 유튜브 영상이 너무 재밌어서 미뤘네요. 뭐... 가끔 그렇게 설거지를 미룬답니다.
나 : 오빠. 나한테 스스로 말하곤 해요.
“설거지 미뤄도 대신 해 줄 사람 없어! 그러니 빨리 해~”
그러면서도 미루게 되요. 훗~
도반 : 그러게. 잘 알면서 그런다~
도반이 가사에 완전 무심한 건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적인 시대에 나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생활비를 함께 분담한다 해도 도반의 기여도가 더 높으니까 이해합니다. 그런데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라서 아주 가끔 서운함이 빼애꼼 올라올 때도 있지요.
요즘 세대는 공정성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똑 같이 쓰는 시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렌드2022를 읽으며 놀랐습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들었는데 나는 1개 먹을 때 파트너는 3개를 먹어서 고민’이라는 사연이 소개되었습니다. 하... 참...
저는 사랑하는 이가 뭘 잘 먹으면 무척 사랑스럽고 그래서 자꾸 사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파트너가 더 많이 먹어서 아깝다면 데이트 통장 해지하고 헤어지는 게 맞을 듯 싶습니다만.
다음 날 화요일.
도반 : 오늘은 저녁 설거지 안 해도 돼.
새로 생긴 생선구이집 가자.
오후 6시.
오픈한 오메가 생선구이집은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아서
그 옆에 날마다 코다리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동태찌개 2인분, 소주 1병, 막거리 1병을 주문합니다.
밑반찬으로 단출하게 김치, 멸치고추조림, 무말랭이무침, 양배추샐러드가 나왔네요.
밑반찬은 다 맛있었습니다.
동태찌개는 된장을 넣어서 구수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맛입니다.
맵고 칼칼하고 깔끔한 국물을 좋아하는 분은 글쎄요.
호불호가 갈릴 거 같네요.
까다로운 미식가인 도반은 쏘쏘하다는 평이었고
저는 웬만하면 맛있게 먹어서 잘 먹었습니다.
그래도 동태찌개 국물이 약간 텁텁한 느낌이었어요.
매장도 넓고 인테리어도 깔끔한데 매출이 잘 나올까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둠이 짙게 내렸더군요.
늦가을 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요.
평상시 도반이 저녁 운동으로 다니는 근린공원으로 갔습니다.
평지의 공원이 아닌 야산의 산책로라 가로등도 없습니다.
아파트와 상가 불빛이 산 속까지 비쳐들어 어둡지는 않았습니다.
앞장 선 도반은 나무뿌리 조심해라, 미끄러우니 조심해라 알려주며 걸었습니다.
이런 길을, 매일 혼자 걷는 도반을 생각하니 마음이 살짝 아려왔습니다.
나 : 오빠, 불빛 밝은 대로로만 산책해요.
여긴 좀 위험한 거 같아.
도반 : 나무가 많은 곳을 걸어야 공기가 좋지 않겠냐~
나 : 그럼 운동화 좋은 거 신고 다녀요.
미끄럽지 않고 튼튼한 밑창달린 운동화 내가 사 줄게!
도반 : 됐다~ 운동화만 다섯 켤렌데 뭘 또 사냐.
나 : 내일부터 나도 같이 나와야겠네.
오빠 혼자 이런 길 걸으면 위험해서 안 되겠다.
다음 날 수요일 저녁 식사 후.
도반 : 자! 이제 같이 운동가야지~
나 : 오빠... 제가 지키지도 못할 말을 했나봐요. 죄송해요...
도반 : 하하하하~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 0일이구나~
분명 화요일 저녁에는
도반에게 힘을 실어줄 겸 같이 운동하려는 진심이 있었는데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묵상하며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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