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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술 리뷰 술 먹고 울어본 자의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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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쑬딴님의 개와 술(술딴스북 출판)은 하루아침에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동네 책방을 차린 저자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마셔본 술과 인생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기 전의 스토리 예상은, 저자가 술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세계 유명 술을 마셔보고 그 맛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추천해 주는, 미식 프로그램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개와 술』은 그런 것과 관련 없는 술과 인생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닙니다. 글에서 묻어나오는 작가의 따뜻한 심성과 재치 있는 표현에 이따금씩 기분좋게 웃을 수 있었으니까요

개와 술 표지

 

제일 인상 깊었던 꼭지는 얼음공주와 쉬라즈 와인입니다. 저자가 두바이에 주재하면서 테헤란 출장갔다가 두바이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쉬라즈 와인을 마시고 애니메이션 ‘Frozen’을 보게 되었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겨울왕국으로 개봉됐지만 한국 사정을 모르니 저자는 얼음공주라고 명명했구요.

‘영화에 보면 언니 공주가 산에 올라가는 명장면이 나온다. 그 유명한 노래 ‘Let it go’를 부르며 손을 뻗는 순간 모든 게 다 얼음으로 변하는 그 장면이다.(중략) 그런데 바로 그때! 그만 어이없게도 나는 오열을 하고 말았다.(중략) 나를 내버려 둬. 나 좀 내버려 두라고! 언니 공주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저자는 다른 승객들이 흘끔 거릴 정도로 오열합니다.

‘덩치가 산만한 웬 동양인 남자가 항공 담요를 부요잡고 만화영화를 보면서 울고 있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저자가 얼마나 펑펑 울었으면 승무원이 놀라서 달려오기까지 했답니다. “Are you Okay?” 그 말이 또 그렇게 서러워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군요.

‘괜찮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타지에서 껌 한 통, 과자 한 봉지를 팔기 위해서 얼마나 개고생을 하고 있는지 다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나는 절대로 Okay 하지 않다고.’

, 정말, 진짜! ‘밥벌이의 지겨움과 서러움을 모르는 이 있겠습니까. 

겨울왕국 명장면

 

이탈리아 여행 중 이탈리아 경찰에게 50유로를 삥 뜯겼지만 9유로짜리 와인 끼안띠 클라시코맛이 감동적이어서 여행이 만족스러웠던 썰, 마티니 마시고 꽐라가 되어서 두바이 몰에서 자그마치 이슬람교도(!)들에 둘러싸여 술주정했던 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술주정 내력과 이제는 다 커서 늙어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고 술마시다 아버지 볼에 뽀뽀한 썰, 1일당 800만원하는 크루즈 여행을 부인 김 여사와 다녀와서(심지어 김 여사에게 여행 경비를 알려주면 안가겠다고 할 거니까 김 여사는 모르고 갔다가 빚 갚아야 하는 날벼락.) 지금도 할부금을 갚고 있다는 썰 등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개와 술 사케 완샷

 

저도 내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요라는 생각으로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는 부류의 사람입니다.이었습니다. 이십대에는 회사 때려치우고 퇴직금을 받아 유럽 여행을 간 적도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요? ......

 

술을 적당히 드시는 분은 저자 쑬딴님의 필름이 끊기기까지 마시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너무도 이해합니다. 필름이 끊겨보기도 하고...... 하여간 그랬습니다.

 

부서회식 자리에서 남자 직원과 대작한 날, 술 취한 채 집에 들어가면 혼날까봐 집 근처 벤치에 앉아서 술 깨기를 기다렸지요.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나봅니다. “저기요! 정신 차려요! 여기서 자면 얼어 죽어요!!” 눈을 떠보니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검은 실루엣의 사람 형체가 서 있었습니다. 어느새 굵은 눈발이 흩날리고 있더군요. 그분은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저의 수호천사였던 걸까요.

다음날 제일 먼저 출근해서 부서원들 책상마다 숙취해소 드링크제를 놓아두었습니다. 회식 다음날 늘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부서원들을 배려하는 마음 조금에다가 나는 건재하다는 과시의 마음이 한가득인 행동이었지요. 대작한 남자 직원은 결근했습니다.

개와 술 말하는 대형견의 인터미션

 

저자 쑬딴님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책방 쑬딴스북카페를 운영하며 리트리버 탄이와 산책하고 책 읽고 글 쓰면서 지낸다고 하니 기회 닿으면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책이 많이 팔려서 쑬딴님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좋은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술값을 척척 내기를 응원합니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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