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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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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지난 주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스크립트를 써 놨는데 녹음을 자꾸 미루게 됐습니다. 지난 여름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을 시작할 때는 녹음이 재밌고 신났는데요. 겨울이 시작되니까 의욕이 많이 꺾였습니다. 일조량이 줄어서 그런 걸까요.

 

오늘은 책 이야기 보다 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네요.

여러분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지혜로운 사장님 달러구트는 신입사원 페니에게 삶을 사랑하는 2가지 방법을 알려줘요. 첫 번째 방법은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한다.

 

두 번째 방법은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해요.

 

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해서 매일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다일 정도로요. 그러면서 매일 아침,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명상을 하고 있는데요. 범사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일, 이게 쉽지가 않아요.

 

저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위로 세 언니가 있는 넷째 딸로 태어났어요. 제 밑으로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여러 별명 중에 이 있었어요. 그 왜 사장에서 과일 같은 거 사면 서비스로 하나 끼워주는 덤이요.

 

내 이름 석 자 쓰기, 1부터 10까지 쓰기, 1부터 100까지 세기만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요. 4학년부터 공부를 잘 하기 시작했어요. 5학년 때 주산을 배우기 시작했고 주산 4단에 합격하자 학원 대표로 전국 주산대회에 출전해서 트로피랑 매달 들을 따기도 했어요.

 

충남 아산 음봉초등학교에서 줄곧 1등만 하던 엄마의 머리를 물려받았고 주산으로 두뇌 계발이 됐는지 중학생 때는 전교 1등도 하고 그랬네요. 2때 담임 선생님이 어느 날 저를 교무실로 불렀어요. 오렌지 가루로 주스를 타 주시며 그러군요. “지난 달에 실시한 지능 검사 결과 나왔어. 니가 우리 학교에서 아이큐 제일 높아. 그러니까 전교 1등 놓치면 이상한 거야. 알겠니?”

 

중학생 때 화장품 외판원이던 엄마가 학교에 오신 적이 있는데요. 마침 자율학습 시간이었고 반장이던 제가 아이들에게 수학 가르치는 모습을 보신 엄마가 나중에 말씀하셨어요.

네가 칠판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수학을 가르치는 데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그날은 화장품 리어카를 끌고 여기저기 많이 걸어도 하나도 안 힘들더라.”

 

스물일곱 살에 이틀 동안 접신한 듯 썼던 콩트로 백만 원의 상금을 탄 적도 있고, 서른 살엔 테헤란로 벤처기업 기획실 팀장도 됐어요. 이렇게 작은 성공들을 맛보며 자기애가 강한 성격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서른 중반부터 일이 참 안 풀렸어요. 척추뼈 압박 골절로 3주간 입원했는데 식사는 물론이고 대소변도 침대에 누워서 해결해야 했어요.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려고 하기에 무슨 주사냐고 물었더니 진통주사래요. 제가 거부했더니 의사가 왔어요. 진통제 안 맞으면 고통이 심할 거라고. 부작용 없으니 맞아도 된다고. 참을만하다고 했어요. 정 아프면 말씀드리겠다구.

 

당시 골절된 뼈보다 마음이 더 아팠거든요. 뼈 아픈 것에 집중하면 마음 아픈 게 조금 잊혀질까 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심장이 날카로운 톱니바퀴에 갈갈이 찢기는 느낌이었죠. 

 

24시간 병상에 누워 기도문처럼 주술처럼 계에~~속 되뇌인 말이 있습니다.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다는데 정말 그래요. 세월이 가니까 고통도 희미해지고 웃을 일들이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이후로도 인생이 활짝 펴지지는 않았어요.

 

콩트로 상을 받을 때,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시상식을 했거든요. 이계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김남조 시인이 축사를 했어요. 시상식 후에는 고급스런 스테이크도 먹었구요.

그렇게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또 경험하고 싶었는데... 욕심만 있고 실천은 없는 삶을 살았던 거 같아요.

 

요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계절이 되자 세월에 쫓기는 거 같이 불안하고 이뤄놓은 게 없어서 서글프고... 그런 감정이 자꾸 일어났습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16회를 정주행했는데요. 이뤄 논 게 없어서 불안하고 서글픈 저를 위로해 주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드라마 속 인물 박기훈(송새벽 분)은 칸영화제 단편부문에서 수상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장편 영화가 촬영 중 엎어지고 망하게 돼요. 이후로 10년 간 영화 찍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백수로 전전하다가 건물 청소일을 시작합니다.

 

박기훈이 청소하는 건물 중 하나에 망했던 영화의 주연배우 최유라(권나라 분)가 살고 있어서 만나게 되요. 최유라는 영화 촬영 당시 박기훈에게 하도 구박 당해서 연기 울렁증까지 생겼습니다.

 

박기훈이 거의 매일 가는 동네 술집에서 사람들과 합석한 최유라의 대사입니다.

 

좌중의 한 사람이 박기훈을 향해.

오늘부터 난 너를 존경하겠다.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널 좋다고 하고.

우리 기훈이 어디가 좋아요?”

 

최유라 : 전 망가진 게 좋아요. 사랑해요.

박기훈 : ~ 너는 언제가는 진짜 한 번은 남자한테 다구리로 쳐 맞어! ?

그 중에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조심해라!

 

최유라 : 좋아하는데 왜 맞아요?

박기훈 : 망가지는데 왜 좋아하? 너보다 못한 인간들 보면서 아~ 나는 쟤보다 저 인간들 보다 낫지~

뭐 그런 거 아니야, 지금!

그런데 그걸 지금 사람들 앞에 앉혀 놓고 지금 대 놓고 말하는 거야?

최유라 : 그게 아니구요.

박기훈 : 뭐가 아니야이씨!

최유라 : 전 여기 있는 분들 다 존경해요

박기훈 : ! 너 지금 어떻게 존경으로 막 이어서 마무리 지으려는데, 너 머리 나쁘다! 지금 안이어 진다!

 

최유라 : 들어봐요, ! 이어지나 안 이어지나.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 까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구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루.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저를 포함해서 인생이 뜻대로 안 풀리는 분들께

망해도, 빛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올리브나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p.s.

화장품 리어커를 끌면서 하루 종일 이집 저집 다녀도 힘들지 않았다던 엄마는 올해 여든둘 이십니다. 어제 엄마가 부친 김장 택배를 오늘 받았습니다......

엄마는 제 오디오클립 애청자세요. 요즘 책 소개가 안 올라와서 궁금하다고 카톡을 보내셨어요.

부모님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내봅니다.

엄마, 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439/clips/31

 

올리브나무 이야기 (by 올리브나무)

오늘은 책 소개 말고 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스크립트 원문 보기 https://cess88.tistory.com/482

audiocl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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