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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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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중략)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중략)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방중 자다 께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신협중앙회 어부바 효 예탁금

 

엄마가 한 사람의 여인으로 보인 건, 내 나이 스물일곱 즈음이었다.

 

내가 열네 살 무렵, 연립주택으로 이사했는데 우리 가족 모두의 영전榮轉이랄 수 있었다. 스무 평 남짓의 주택에서 일곱 식구가 복작거리며 살아야 했지만 네모반듯한 방이 세 칸이나 되었고 욕조가 딸린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 재래식 화장실의 여름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엄마는 공공주택의 마당 한켠에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으셨다. 개나리, 진달래, 장미, 라일락, 국화... 덕분에 철따라 꽃을 구경할 수 있었고 입주민들도 만족해했다.

 

스물일곱 즈음, 라일락이 피는 계절이었다.

열린 안방 창문으로 흰색 라일락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였고 방안 가득 라일락 향기가 스며있었다. 라일락의 자잘한 꽃모양은 농염하기보다 귀여운데 향기는 어찌 그리 화사하고 짙은지.

 

pixabay.com

 

엄마는 누워서 창문을 바라보고 계셨다.

창문을 닫으러 걸어가며 말했다.

엄마, 아직 바람이 차가운데 왜 창문을 열고 있어?”

그냥 나둬라... 향기가 참 좋잖니...”

 

그리고 흥얼거리셨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

 

그 순간,

내 의식과 무의식에 깊이 뿌리박힌 엄마

라일락 향기를 좋아하고

산울림의 청춘을 흥얼거리는,

한 명의 여....이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엄마 나이 쉰일곱 즈음이었다.

 

사춘기 시절,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었다.

엄마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럼!! 그래야지!!

나처럼 살지 말라고 이 고생하며 너희들 공부시키는 건데!!!”

 

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 가셨을 때도 씩씩한 나의 엄마는 울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몸을 떨며 통곡하신 적이 있다...

 

엄마의 희생을 거름삼아 나를 꽃피웠던 시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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