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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me to the moon 듣기,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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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서비스가 공급되는 83개국 all kill 1위를 차지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에 삽입된 재즈곡이 ‘fly me to the moon’이다. 쥴리 런던이 부른 원곡을 편곡해서 신주원이 불렀다.

 

게임 탈락은 곧 죽음인 아비규환의 현장. 탈락자의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고 참가자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그 때 울려 퍼지는 몽글몽글한 사랑 노래,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 듣기

 

 

날 달나라로 데려다 주오. 날 별들 사이에서 놀게 해 주오. 화성과 목성의 봄은 어떤지 보게 해 주오. (중략) 그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너님을 사랑한다는 거임~’

 

잔혹한 장면과 행복한 음악이 빚어낸 어그러짐이 묘한 감정을 촉발했다. 슬픔인 듯 슬픔 아닌 슬픔 같기도 한... 절대 불가역하면서 때때로 지난한 인생에 대한 페이소스 같기도 한...

 

타인의 영화평을 읽으면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돼서 좋다. 나와 다른 생각과 느낌과 이해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또 영화 기생충이나 노벨상 수상 작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을 떠올린 평을 읽으면 나도 그랬는데 하며 반갑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에 얽힌 이별 이야기

아주 아주 오래 전.

류는 기념일이 아니어도 종종 프리지어나 장미 꽃다발을 건네곤 했다. 말보다 더 깊은 마음을 전해주는 꽃다발을 받아들고 세상 행복했었지.

 

나는 서른다섯 살에 노처녀가 되었다. 스스로 노처녀라고 느낀 게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나이 드는 것도 류의 탓인 양, 그에게 짜증이 났다.

 

어느 날, 그가 웃으며 프리지어 꽃다발을 건넸는데 과하게 활짝 펴서 곧 시들게 생긴 상태였다. 평소의 나라면 프리지어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짜증이 났다. 그런 상태의 꽃을 판 가게 주인에게, 그런 꽃을 사 온 류에게.

 

그러던 중 국민학교(그랬다. 난 국민학교 세대다.) 동창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W, 5학년 때 짝꿍이었던 K, 6학년 때 한 반 이었던 S...

 

W는 만능 스포츠맨에 까무잡잡한 피부, 탄탄한 몸매, 한 눈에도 테스토스테론 활력이 느껴지는 친구였다. 동창들과 지산 스키장에 간 적이 있는데 초급자 코스를 벗어나지 못한 나와 달리 W는 최상급 코스를 멋지게 활강했다.

 

W의 재치 있는 입담에 친구들이 빵~ ~ 터지며 웃던 끝에.

: 얘들아~ W는 여자들에게 인기 많을 거 같지 않니?

W : 너는?

: 나도 여자니까 니가 멋있다고 생각하지~

W : ~ 조심해. 나 지금 흔들렸어.

: (뭐지? 이 심쿵은.) 어머?! 쉽게 흔들리는 남자 매력 없어~ , 애인 있어, !

W : 조케따아아~ 난 술이나 마셔야게따아~~

 

W, 쉽게 흔들렸던 게 아니라 깊게 외로웠던 걸 거다. 나중에 W는 여우같이 예쁜 여자를 만나 알콩달콩 잘 지냈다.

 

류와 이별하고 나서야 알았다. 권태기라서 류에게 자꾸 짜증이 났다는 걸. 권태기라서 아주 잠깐이지만 W에게 눈길이 갔다는 걸.

 

아픈 말로 먼저 헤어지자 해 놓고 정작 이별을 실감하지 못했다. 헤어지자는 말 처음 했으니까, 잘못했노라 하면 다시 만나질 줄 알았다. 이별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류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끝내 연결돼지 않고, 하염없이 흘러나오던 통화 연결음, ‘fly me to the moon’.

그렇게,

살랑살랑 어깨로 웨이브를 만들 만큼 감미로운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내게 가장 아픈 이별 노래가 되었다.

그렇지만,

세월은, 아팠던 노래를, 다시, 감미롭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구나.

 

[도깨비 김신 :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딨겠어,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딨고.

지은탁 : 난 있다에 한 표.

도깨비 : 어느 쪽에 걸 껀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지은탁 : 슬픈 사랑...? -------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도깨비' 중]

 

없다에 한 표.

천년만년 가는 슬픈 사랑은 없지만

평생을 품고 사는 그리움은 있다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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