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아처 리뷰

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아처’(문학동네)를 소개합니다. 아처(archer)는 활 쏘는 궁사, 궁수를 뜻합니다.

 

“진을 찾아왔다.”는 첫 문장으로 소설이 시작됩니다. 소년은 진을 찾는 이방인을 진에게 안내합니다.

 

진은 전설적인 명궁이었지만 사실을 숨긴 채 목수가 되었습니다. 이방인은 팔방으로 수소문 끝에 진이 있는 곳을 찾아왔고 진에게 자신의 궁술(弓術)을 시험받고 싶어 합니다.

이방인은 진 앞에서 뛰어난 궁술을 선보입니다. 그러자 진은 소년과 이방인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갑니다.

 

‘한 시간 남짓 걸어 그들은 양쪽 절벽 사이로 커다란 강이 세차게 흐르는 낭떠러지 앞에 도착했다.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밧줄이 닳고 해져서 금방이라도 끊어질듯 한 흔들다리뿐이었다.’

 

흔들다리 중간까지 간 진은 평정심으로 활을 쏘아 명중시킵니다. 그러나 이방인은 평정심을 잃고 화살이 빗나갑니다.

 

“당신은 실력과 기품과 좋은 자세를 모두 갖췄습니다.” 진이 말했다. “활쏘기 기술에 능통하고 활을 다룰 줄도 알지만 정신을 다스리는 법은 익히지 못했군요. 모든 상황이 순조로울 때는 잘 쏘지만 곤란한 상황에서는 표적을 맞히지 못합니다. 궁사가 언제나 전장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화살을 정확하게 잘 쏘는 것과 영혼의 평정을 유지하고 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이십대에 엄마랑 했던 대화를 잊을 수 없습니다.

나 : 내가 먼저 화내는 거 봤어? 상대가 시비를 거니까 화내는 거 아니야?!!

엄마 : 아무 일 없을 때 온화한 건 누구나 하는 거야. 화낼만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진짜 온화한 거지.

 

‘모든 상황이 순조로울 때는 잘 쏘지만 곤란한 상황에서는 표적을 맞히지 못합니다.’ 삶에 어떤 풍파가 몰아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일상을 살아내는 내공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궁사가 언제나 전장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생의 사건사고를 택할 수는 없습니다.

 

이방인은 진에게 예를 표한 후 떠납니다. 진은 궁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소년에게 좋은 궁사가 되는 궁도를 알려줍니다.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아. 마을로 돌아가는 한 시간 안에도 가르쳐줄 수 있단다. 어려운 건, 충분히 정확하게 터득할 때까지 날마다 연습하는 일이지.”

책과 영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체득하기까지 날마다 연습하는 일이 참 중요하겠지요.

 

여기까지가 소설의 도입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김미경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아처’의 내용을 접했습니다. 책의 내용이 궁도를 통해 인생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동료, 활, 화살, 표적, 자세, 활을 잡는 법’ 등 각각에 파울로 코엘료의 혜안이 돋보이는 구절들이 나옵니다.

 

‘동료’라는 꼭지에는 ‘다른 이들과 활과 화살의 기쁨을 나누지 않는 궁사는 자신의 장점과 결점을 결코 알지 못한다.’는 멋진 말이 나옵니다.

 

‘활을 만든 나무처럼 유연하고 길 위의 신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나거나 더 나은 기회를 포착하면 주저 없이 방향을 바꿀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아처 29쪽 삽화,  김동성님 그림

 

‘반복’이라는 꼭지도 인상 깊습니다.

‘직관은 틀에 박힌 과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기술을 초월한 정신 상태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연습을 거치고 나면 필요한 동작을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아도 동작은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이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연습과 반복이 필수다.’

 

피겨 선수 김연아에게 기자가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기술을 그렇게 잘 표현할 수 있습니까?”

“몸의 감각이라...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김연아 선수의 피땀눈물이 서린 반복 연습으로 ‘동작이 존재의 일부가 되어’ 나타난 거겠지요.

 

저도 그 느낌을 조금 압니다. 어린 시절 주산 4단이 되자 뇌를 거치지 않는 빠른 속도로 손가락이 주판알을 튕기더군요.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반복에 반복... 연습을 하자 속도가 더 빨라져도 손가락이 정확히 튕겨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는 몸의 감각이라 저 역시 말로 설명할 수 없네요.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양궁 금메달 리스트 오진혁의 ‘끝’한마디는, 직관이 뭔지 보여는 명장면이었습니다. 발시의 순간, 직관적으로 명중을 알았던 거죠.

 

파울로 코엘료의 아처는 글밥이 적어서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딱 읽기보다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며 읽기를 권합니다. 저는 천천히 두 번 읽었고 좋은 문장들을 타이핑했습니다. 곳곳에 삽입된 김동성님의 그림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아처,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의 다른 글 읽기

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도서 리뷰

fly me to the moon 듣기, 이별 이야기

부모를 위한 혼공 가이드 일곱 가지

(↓아래 공감♡ 누르기는 제게 더 잘 쓰라는 격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