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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성 성격인 사람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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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면 배우자에게서

기대에 못 미치는 면, 예상치 못한 실망스러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쓰던 연애 시절에는 알 수 없는,

주구장창 같이 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갈등 끝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갈등 해결법을 찾지 못하면 끝내 각자의 길로 헤어지기도 한다.

 

도반(남편)의 자기애성 성격으로 이혼을 결단할 만큼 힘들었었다.

명문 부평고 출신, 법학과 졸업, 삼성맨.

마흔에 수능 다시 봐서 약대 합격.

가세가 기울어 공사장 잡부, 배달 아르바이트 등 휴학을 반복하면서도 약사고시 합격.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다보니 형성된 성격일 수도 있겠다.

 

도반은 2년 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자기애성 성격에서 이해심 많은 성격으로 자연스레 전향했다. 놀라웠다.

 

요 며칠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도반은 계피가루, 생강, 꿀에 내가 모르는 약재들을 섞어 약을 끓여주었다.

한두 번 약을 먹고 나면 신기하게 몸이 개운해졌다.

 

어제, 몸이 개운해진 참에 욕실 청소를 했다.

깔끔한 살림꾼들은 욕실에 곰팡이가 생기기 전에 청소를 하지만 나는 곰팡이가 보이면 한다.

 

신림면 텃밭에 다녀온 도반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신림면에서 남편과 자연이 키운 배추. 자랑스럽다~

 

도반 : 몸이 힘들면 청소는 다음에 하지!

: 곰팡이가 보이면 빨리 해야지 그냥 두면 번져요.

도반 : 행운동이 몸도 힘든데 저녁 차리지 마. 외식하자.

 

오랜만에 남원추어탕에 갔다.

 

맛있는 식사 시간.

실로 오랜 만에 도반의 자기애성 성격과 대면했다.

도반 : 수련(가명, 내 친구)씨를 안 만나는 건 행운동이가 교만한 거야!

: 맞아요. 수련이의 좋은 면이 9개인데 안 좋은 면 1개가 더 크게 보이니까요.

매일 하나님께 겸손한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는데 쉽지 않네요...

 

도반 : 그게 무슨 친구야?! 그냥 아는 사이지!

: 그러게요. 수련이가 자기가 부족해서 미안하다는 톡을 보냈을 때, 나는 너의 친구가 될 그릇이 못 된다고 했어요. 그냥 조금 아는 사이로 서로 적당히 예의 차리며 지내자고.

......

 

: 오빠가 나한테 교만하다, 일머리 없다, 계산할 줄 모른다...’

이런 말을 해도 내가 기죽지 않는 게 너무 다행이지 않아요?

내 기가 약했으면 오빠 말에 영향 받고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몰라.

내가 교만한 거, 또 어느 면에서는 일머리 없고 계산할 줄 모르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나한텐 좋은 면이 훨씬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학교다닐 때는 선생님들한테 칭찬만 들었고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입니다'라는 통지표도 받았어요.

벤처기업에서는 기획 팀장으로 고속 승진도 하고요.

이런 외부 평가뿐 아니라 내 언행을 스스로 봐도 난 참 괜찮은 사람이야.

오빠가 나에 대해 아무리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인정할 건 하고

아닌 건 훌훌 털어버리고 즐겁게 살래요~ 오케이??

도반 : ...... 다행이다...... 시원하게 한 잔 쭈욱 마셔~

 

저녁 식사 후 어두워진 거리를 걸으며 도반에게 팔짱을 꼈다.

도반 : 치대지 좀 마라~

: 귀찮아도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은 내 남편이고 내가 팔짱 낄 수 있는 유일한 남자니까. ㅎㅎㅎ

 

: 곰팡이는 어쩜 그렇게 힘이 셀까?

도반 : 곰팡이나 세균 덕분에 지구가 자정능력을 갖는 거야.

곰팡이나 세균이 없었다면 온갖 쓰레기와 사체들로 멸망했겠지.

 

도반 : 집에 먼저 들어가. 공원에서 운동하고 들어갈게.

: 공원 입구까지 함께 갈게요. 오빠랑 조금 더 걷고 싶어서 그래.

도반 : 다 늙어서 연애하냐~?!

 

말은 그렇게 해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내가 팔짱 낀 쪽 팔에 힘주어 옆구리에 딱 붙여 주었다.

 

: 여기까지~ 이제 집에 갈게요. 운동 적당히 하고 와요.

도반 : 저어기 신호등까지 데려다 줄게.

: 뭐야~!? 정말 연애하는 거 같잖아~

......오빠가 운동 나간 지 한 시간이 지나도 안 오면 많이 기다리게 되요.

밖에 인기척에 나가보면 오빠가 아니고.

정작 오빠가 올 때는 소리를 못 듣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하지만.

‘지난 잎 부난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도반 : 서경덕인가?

: 네~ 화담 서경덕.

마음이 어린(사랑으로 어리석은) 후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 님 오리랴만

지는 잎 부는 바람 행여 긘가 하노라.’

 

어쩜 이렇게 기다리는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황진이가 답시도 지었어요.

내 언제 무신하여 님을 언제 속엿관듸

.... 중간은 기억이 안 나고.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서경덕도 황진이도 송도삼절 다워요.

 

도반은 끝내 집 앞 까지 데려다 주고 운동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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