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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 사랑.../일상 소소한 이야기

생긴대로 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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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감수성이 발달해버렸는지 모르겠다. 보통의 사람들이 무덤덤하게 좋네.” 한마디로 넘어갈 것을 나는 좋아 치겠는 거다.

오래 전, 나리타 공항에서 귀국길에 만난 한국인 여행객.

모네 전에 가려고 일본에 왔었어요. 모네 그림들 너어~무 좋았어요.”

여행객과 멀어진 후 친구의 말.

나는 뭔가 너무 좋았던 적이 없어서 저런 사람 이해가 안 가.”

나는 그 여행객이 너어~무 이해가 갔다.

 

~~~래 전, 컴퓨터 화면으로 암청색(차이니즈 블루) 물감이 힘차게 꿈틀대고 노랑 별빛이 소용돌이치는 그림을 맞닥뜨린 후, ! 얼음이 돼서 바라본 적이 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야 땡! 풀려났다. 고흐의 스타리 나잇이었다.

 

나중에야 얼음땡의 경험이 미약한 스탕달 신드롬이란 걸 알았다. 원본의 아우라가 아닌 컴퓨터 화면으로 접했는데도 그랬다.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 초상화. 스탕달에게 예술적 감동을 강타한 그림

 

프랑스 여행에서 에펠탑, 센 강, 몽 마르트, 베르사유 궁전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스푸마토 기법으로 몽환적인 미소를 머금게 된 모나리자 앞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후 서울에서 고흐전이나 인상파 화가전이 열리면 찾아갔다.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강추), 한젬마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을 재미있게 읽었다.

고흐 못 잃어~

 

나의 경우, 예민한 감수성은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는 것에 방해가 됐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 같은 나, 끊임없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 같은 나는, 좌정하고 명상하기가 힘들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세포의 감각으로 느끼며 몸이, 감정이 반응했다. 가끔은 남이 불러도 듣지 못하고 지금 여기가 아닌 먼 곳을 헤매곤 했다.

 

벤처기업 팀장시절, 친하게 지내던 두 살 연하의 L이 있었다. 서울대 물리학 박사 출신인데 첨단 테크놀로지에 해박했다. 사장은 수천만 원을 주고 그의 사업 기획서를 샀고 그를 회사에 붙들어두기 위해 이사 직함을 주었다. 그의 기획서로 벤처기업 육성자금 수억 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획서로 그치면 사기겠지만 그의 기획서는 사업적 가치가 충분했다.

사장 : 강팀장 L이랑 친하지? L에게 기획서 좀 자꾸 푸시 하라고. 우리는 L의 기획서 대로 부지런히 팔로우업 하면서 사업 추진하면 되니까.

산책길 만난 새끼 길양이. 어미와 한 배 새끼들 모두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 다행이다.

 

어느 날, L이 재미삼아 주역과 사주를 공부한다며 사주를 봐준다기에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알려주었다.

L : 00씨가 왜 몽상가 기질인지 알았어. 사주에 용이 두 마리 들었거든. 용이 한 마리 더 들었으면 도 닦으러 산으로 갔을지도 몰라.

 

그랬구나.

그래서 파란 바람이 부는 날에,

하늘이 째앵하게 푸르른 날에,

벚꽃이 흐드러진 날에,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계절에......

머리에 꽃을 꽂고 펄쩍펄쩍(칠렐레 팔렐레) 뛰어다니고 싶었던 거구나.

그래서 어느 시인의 시처럼 절망에 폭폭 고아지다가도

어김없이 희망의 움을 포릇포릇 틔우며 다시 머리에 꽃을 꽂고 싶은 거구나.

슬픔의 소화기관을 가지지 못해서 슬픔은 먹는 대로 (글로) 토해버리는구나.

 

몇 년간 소설보다 수필을, 수필보다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도서를 찾아 읽었다. 덕분에 알게 된 지식들이 좋았다. 그러나 최은영 작가의 장편소설 밝은 밤을 읽으면서, ‘역시 나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때 행복하네.확인했다. 

타고난 기질을 더 긍정하며 생긴대로 사는 행복을 누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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