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 신형철(문학 평론가)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찌질한 안도를 준다. ‘모두가 도긴개긴, 나의 이기심과 단점들에 대해 과하게 자책하지 않아도 되겠구나.’하는 안도.
그러나 오래 전 내가 경험했던 질투의 감정은 정상범위를 벗어나 도찐개찐일 수 없을 것이다. ‘씨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속담을 온전히 이해한다. 깊이 사랑했던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선혈 낭자한 상처가 있다.
아주 아주 오래전.
이별에서 겨우 회복되어 가끔씩 그가 아닌 딴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다시 나타났다. 예비신랑이 되어서.
절절한 그리움이 정제된 그리움이 되는 건 세월의 힘이다.
정제된 그리움마저,
까맣게 잊고 있다 발견한 책갈피 속 마른 나뭇잎처럼 되는 건 망각의 힘이다.
절절한 그리움에서 정제된 그리움으로 넘어가려던 나에게, 그의 결혼은 들끓는 질투를 폭발시켰다. 치글치글 끓는 기름 가마솥에 튀겨지는 고통이었다. ‘너는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 결혼을 앞둔 주제에 내 앞에서 사랑을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시에 나는, 그가 나의 삶을 처참히 교란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삶을 교란시킨 건 나 자신임을 잘 안다. 그에 대한 미련(未練)이 미련스럽게 스스로를 괴롭혔다는 걸.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를 기도문처럼 수 없이 되뇌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도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그를 불행하게 만들 방법이, 내 손안에 있었다. 그를 불행하게 만들기는, 너무도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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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었던 나 : 언니, 내가 인어공주였으면 왕자를 찔렀을 거야. 왕자의 목숨도 구해주고 목소리도 잃고 걸을 때마다 칼로 찌르는 고통까지 견디며 왕자를 사랑했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곤히 잠들어 있다니!!
세 살 연상의 언니 : 쯧쯧쯧... 니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니. 왕자를 칼로 찌르면 인어공주가 아니라 미저리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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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자기를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실천했다. 그건 남녀 간의 건강한 사랑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인어공주의 지고지순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나 역시, 그를, 차마, 불행하게 만들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을 때, 왕자를 찌르지 않은 인어공주를 마침내 이해할 수 있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말에 지극히 공감한다. 유명 연예인이 옛 애인의 폭로로 이미지가 실추되는 소식을 듣곤 한다.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서로의 잘못을 용서해주면 참 좋을 텐데. 질투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서 폭로하지만, 이후에 몰려오는 자괴감의 쓰나미는 스스로를 더 심하게 괴롭힐 것이다. 용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용서하는 사람 자신이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나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우리의 만남과 이별은 태초부터 예정된 것이라고도 한다.
잠시 지구별에 머무는 여행자인 우리.
내면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면서도 선을 지향하느라 애쓰는 우리들 모두에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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