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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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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소개하는 친구 올리브나무입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열림원, 2021. 10. 28)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연상시키는 책입니다. 2019년 가을에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에서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기사가 나갔습니다. 암투병중인 이어령 선생님이 인생은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자 사람들은 감동했고 7천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김지수 작가는 시대의 지성이 전하는 깊은 통찰을 담기 위해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리뷰입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리뷰

책은 프롤로그, 16번의 인터뷰,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 :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에필로그 : 라스트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제게 강한 인상을 준 꼭지 제목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은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내게 덤벼드는 일, 자기 머리로 생각하면 겁날 게 없다, 풀을 뜯어먹는 소처럼 독서하라, 글을 쓰면 벼랑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운 나쁜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해, 지혜의 시작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즐거움, 나는 타인의 아픔을 모른다, 밤사이 내린 첫눈, 눈부신 쿠데타, ‘바보로 살아라, 신념을 가진 사람을 경계하라’, 꿈은 이루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것, 상처를 가진 자가 활도 가진다,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 ‘새벽에 가장 먼저 머리를 쳐드는 새, 부지런함이 아닌 예민함’ ’

 

 

이어령님은 독자들에게 삶 속의 죽음혹은 죽음 곁의 삶에 대해 담담히 들려줍니다. 분노의 5 단계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2004년 작고한 미국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임종 연구 분야를 개척했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저서로는 인생수업이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연구하며 임종을 수없이 지켜보고 책으로 남긴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이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는 없었답니다. 타인의 죽음을 관찰하는 일은 철창 안의 호랑이를 보는 것과 같았다면서 “(나에게 직접 닥친) 죽음은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내게 덤벼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너무도 공감했습니다. 죽음뿐 아니라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건과 사고는 오롯이 각자의 몫입니다. 이 책의 꼭지 제목인 나는 타인의 아픔을 모른다와 상통합니다. 김미경 선생님은 나의 꿈과 아픔을 남편이 몰라주는 것은 남편이 나빠서가 아니라 타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꿈, 희망, 희로애락은 타자가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홀로 고독한 나와 너는 바다 위의 섬들처럼 뚝 떨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모든 섬들이 해저로 연결되어 있듯 너와 나는 공감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너는 내 거, 나는 네 거,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섬이라는 거리를 유지한 채 이따금 우리로 공감하는 관계가 성숙하다고 봅니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이어령님의 아우라가 모두 감동적이었지만 특히 한국종합예술학교가 설립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울림이 컸습니다.

[“농림부 장관! 당신이 어린애 낳았는데 여섯 살도 안 된 애가 하루에 열 명이 심어야 할 모를 혼자 심으면 농림학교 만드세요. 그런데 문화 영역에서는 네 살짜리 모차르트와 피카소가 나와서 '아버지, 그거 틀렸어요.’ 하고 가르쳐요. 이런 천재들을 보통 애들처럼 길러서 대학 입학시키자고요? 그사이 아이는 다 망가져요.

 

천재가 있으면 특별 교육시켜야 해요. 특권이 아니에요. 오히려 불쌍한 애들이지.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쓸모를 못 찾은 놈에게 눈곱 하나 떼서 붙여주면 그 아이가 화가가 되고, 귀지 좀 후벼서 넣어주면 그 아이가 음악가가 되는 거예요.

 

'너 세상 나가면 쓸모없다 조롱받을 테니, 내 눈곱으로 미술 해먹어라. 너 세상 나가면 이상한 놈이라고 왕따 당할 테니 내 귀지로 음악 해먹어라.'

그게 예술가예요. 예술가들은 그 재능 빼면 세상 못 살아요. 아무것도 못해서 범죄자 돼요. 그러니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에요. 학교 만들어주는 게 자비예요.”

 

그 얘기 듣고 사람들이 '와' 웃고 잠시 침묵했어. 총리가 “그럼, 통과된 걸로 알겠습니다.”하고 땅땅땅 때린 거야. 그 순간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생겨났다네. 한예종 아이들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오면 내가 그래. '너희들이 five minute kids, 5분 동안 태어난 아이들이야.”

김지수 : “신의 눈곱, 신의 귀지를 몸에 붙이고 태어난 아이들이군요!”

이어령 : "그래서 바보야. 쓸모를 따지는 인간 세상에서는 바보지."]

 

이어령님이 고령의 나이에 암투병중인 걸 안 사람들이 마지막 말을 들으려고 마구 몰려들었으나 이어령님은 김지수님을 택합니다. 김 작가가 그 이유에 대해 여쭙자 자신에 대해 가장 촉촉하게 써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하셨지요. 김 작가의 문장에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 있었습니다.

[나는 신의 뜻과 바보의 쓸모를 아는 선생을 존경을 머금고 바라보았다. 사는 동안 외롭고 황홀했을 또 한 명의 바보를! 바보 이어령과 세상의 모든 바보를 애틋해하는 스승 이어령을.]

 

이어령님은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만 비참하거나 숭고한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당신도 암 선고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고요.

[“(전략)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고 관대해질 수 있을까 싶어. 뒤늦게 생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네.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걸. (중략)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어.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운이 나쁜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다.’는 이어령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우리 모두가 탄생부터 주어진 좋은 운에 더해 날마다 좋은 운을 쌓아가길 소망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특별한 수업의 초대장을 건넨다. 위로하는 목소리, 꾸짖는 목소리, 어진 목소리…… 부디 내가 들었던 스승 이어령의 목소리가 갈피마다 당신의 귓전에도 청량하게 들리기를.] - 김지수,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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