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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 (에린 핸슨) 공유 낭송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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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인 나는, 류시화님의 수필과 시, 류시화님이 번역하고 엮어 낸 시들을 좋아했다. 에린 핸슨의 아닌 것은 류시화님이 옮긴 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공유가 낭송해서 더 유명해졌다.

 

40대에 내 방 천장에 붙은 야광별을 보고 기겁하던 지인 K. 철저히 현실만 살던 그녀는 야광별은 초등학생까지만이라는 기준이 있었다. 반면 소설가 R언니는 천장에 붙였던 야광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졌고 깨어나 보니 온통 별 밭이었다는 내용의 수필을 썼다. (국산별이 아니었던 모양^^) R언니랑 밤새워 대화하기도 했었지. 반백년 가까이 살고 나서야 현실에 땅을 딛고 세상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K의 느낌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모란곳 pix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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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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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언니와 동류였는데 이제는 지인K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때가 더 많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희성은 일본 순사에게 고문당하며 고사홍, 고애신, 황은산 등 독립 운동가들의 이름을 듣는다.

희성 :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들이구려...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 ... ...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런 이유로 그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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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C로부터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선물 받았다....... 집 안은 마음 편히 쉴 곳 없이 난장판인데 비단실로 수를 놓고 앉아 있는 심리는 뭘까. 수를 놓는 동안 무상무념의 현실도피?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면서 못 치우는 것도, 아예 치워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도 치료가 필요한 마음 아닐까...

 

남의 집이야 엉망진창이든 남이사 도깨비 난장 속에 앉아 수를 놓든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으려니 하면 되는데 왜 나는 화가 나는가. 어느 정도 사람 사는 곳 답게 해놓고 수를 놓으라는 힐난의 마음 때문이고, 더 이상 아름답고 무용한 것에 시간이나 돈을 쏟지 않는 성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주식투자 공부를 한다며 역시나 살림에 소홀한 나를 투사했기 때문이고...

 

지인C :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 사람이 살이 많이 쪘더라고. 내가 말을 예쁘게 하려고~ 어쩌다 몸이 커졌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크게 웃었어~ 

화가 치밀었다. 지인C가 악의가 없다는 것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것이 더 속상했다.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할 말, 상대가 기분 나쁠 말을 구분하는 센스?사회생활의 기본?이 없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종종 C에게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라고 말해준다. 인간 군상들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몸이 커졌다고 아무리 돌려 말해도 살쪘다는 뜻인데 예의 없고 미운 말일 뿐이다.

: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마음은 이럴 걸. ‘에이씨! 살 찐 것도 속상한데 대놓고 살쪘다고 말해서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네! 여기서 내가 화내면 속 좁은 사람이 되니까 나도 그냥 웃어야지... 재수 없어, 정말!’

 

내가 이렇게 해석해 주어도 방어기제가 작동한 지인C는 그 자리 모든 사람이 유쾌하게 웃었다고, 살 찐 분이 마음이 너그럽고 평소 친하게 지내서 아무렇지 않았을 거라고, 합리화하기에 바빴다. 내가 너무 뾰족하다기에 바로 인정했다. 지인C의 잘못을 뾰족하게 지적했으니까.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기억이 긍정적인 기억보다 선명하고 오래간다고 한다. 열 번 잘 해줘도 한 번 잘 못하면 관계가 서먹해지는 이유다. 인간관계는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이 쌓이는 것이다. 내가 지인C에게 무례하게 지적질한 것 역시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에린 헨슨의 시처럼 우리는 몸무게나 머리 색깔이 아니기에

나의 체형이 화제에 오르거나 웃음거리가 되어도 아무렇지 않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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