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소설이나 시 등 문학 작품을 읽는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해도 괜찮다. 살아가는 데는 재미도 필요하다. 그런데 성공과 부를 열망하는 이들은 오로지 재미만 추구하는 독서는 지양한다.

하완 작가는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서 ‘소설을 통해 자기이해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를 깊이 이해하면 타인도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면 관용하게 되고 관용하면 조화를 이루기 쉽다. 서로 다른 ‘너와 나’이지만, 우리는 인류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되어 있다.
인문교양, 자기계발, 문학, 예술, 사회정치, 사회운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다. 은근히 어느 분야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시야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책은 사람과 삶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인간사는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은, 언어를 재료 삼아 삶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정교한 거짓말(허구)을 짓는 예술이다. 예술가는 굶주리면서도 예술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후원도 하고 소비도 한다.
필자의 인생 소설 중 하나인 『인생』을 여유 있게 향유해 보시길 권한다.

위화의 인생, 원주 북클럽 독서모임 후기
소설 『인생』의 저자 위화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문혁에 대해 나무위키에는 ‘자국의 문화를 자국민들이 스스로 멸절시키려 한 전례가 드문 대사건으로, 공산주의 체제의 내재적 폭력성과 경직성, 그리고 현실적 한계를 예시할 때 킬링필드 등과 함께 언급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홍위병들의 집단 광기로 공자와 관우의 묘가 파괴되었고 책이란 책은 모조리 찢기거나 불태워졌다. 위화는 한 인터뷰에서 표지가 없어서 제목도 모르고 군데군데 찢기고 타다 남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뒷부분이 없어서 결과를 모를 때는 상상력을 발휘했는데 그것이 작가가 되는데 도움이 된 거 같다고 밝힌다.
도서명 : 인생, 중국어 원제 ; 활착(活着)
지은이 : 위화
옮긴이 : 백원담
도서 추천 및 발제 : SK(필자)
진행 : 변은혜 작가
일시 : 2024. 9. 13(금) 오전 6:30

§ 별점과 독후 소감을 자유롭게 발표합니다.
변 작가님 : 소설 인생은 주인공 푸구이가 살면서 직면하는 고통에 대해 절규, 원망, 공격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견디며 살아낸다는 내용이다. 현대소설 중 고전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정00님 : 5.0
이전 토론 도서인 할레이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만큼 감동적이었다. 푸구이의 인생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감동했으며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질투 날 정도였다.
강00님 : 3.8
술술 잘 읽혔고 해학도 있지만 인물이나 사건이 덜 와 닿았다. 다 읽고 나서 희망보다는 허망함을 느꼈다. 인생무상이랄까. 중국 고전이 더 재미있다. 중국 현대 문학은 고전보다 퇴보한 느낌이다.
김00님 : 4.0
재밌게 잘 읽었다. 1점을 뺀 이유는 내용이 너무 참담했다. 푸구이를 뺀 인물들을 굳이 모두 죽였어야 했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명작들은 가슴을 아프게 하는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 속 허구라지만 너무 가혹했다.
장00님 : 4.5
푸구이는 스스로 평범하게 살았다고 하지만 ‘고난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결말에 늙은 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부분에서 삶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체념과 달관의 경지가 느껴졌다. 묵직하고 처연했다.
SK(필자) : 5.0
재미있는 이야기를 술술 읽다보면 삶과 운명에 대한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강하고 생동감있는데 특히 자전, 펑샤, 얼시는 매력적이다. 푸구이가 살짝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면 그의 행동이 이해간다. 기생 등에 업혀 일부러 장인어른에게 인사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국공내전에서 전우의 고무신을 탈취해 밥을 지어먹고 전우가 눈밭에서 발이 시려서 동동대는 모습에 키득대는 장면, 아들이 수업 중인데 교실에 난입해 아들 따귀를 때리는 장면, 아들이 갑자기 죽은 상황에서 옛 전우 춘성에게 ‘다빙’은 찾았냐고 묻는 장면...)
안00님 : 5.0
소설은 잘 읽지 않았다. 지인의 조언대로 이 소설을 읽었는데 처음으로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푸구이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SK님과 다른 의견인데 푸구이가 사회적 지능이 높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어떻게 변화든 거기에 잘 적응한다. 푸구이를 보면서 세상을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SK : 푸구이가 사회적 지능(활착 능력)이 높다는 것에 동의한다. 본서의 원제 ‘활착’은 식물을 옮겨 심었을 때 옮겨진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뜻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다.
§ 인상 깊은 부분과 이유를 말해봅시다.
정 : 먹을 입 하나 줄이고자 딸 펑샤를 다른 집으로 보내는 장면이다. 몇 달 후 펑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돌려보내려다가 차마 못 보내고 같이 살기로 하는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정말 애틋했다.
변 작가 : 우리나라가 빈곤했던 시절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SK : 문화대혁명 때 춘성이 주자파로 몰려 홍위병들에게 몰매 맞는 장면이다. 푸구이가 쓰러진 춘성을 보호하며 “제발 때리지 말아요.”라고 한다.
“그가 누군지 알아? 옛날 현장이야. 주자파(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실권파)라구.”
“난 그런 거 몰라요. 나는 그가 춘성이라는 것밖에 몰라요.”
세상을 바꾸겠다며 열심히 활동해봤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무지랭이 취급받는) 푸구이야말로 휴머니스트다.
안 : 룽얼은 속임수 도박으로 푸구이의 재산을 모두 뺐지만 후에 지주로 몰려 처형 당한다. “푸구이, 너 대신 내가 죽는구나.” 이 사건을 계기로 푸구이는 제대로 살아야지 결심한다.
“가족끼리 매일 함께 할 수 있다면 복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라는 대목에서 주변인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김 : “내 한평생도 이제 다 끝나가네요.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잘해 주니, 나도 마음이 흡족해요. 나는 당신을 위해 두 아이를 낳았어요. 당신에 대한 보답인 셈이죠. 다음 생에서도 우리 같이 살아요.”
자전이 죽으면서 하는 고백 부분이 아름답다. 푸구이와 살면서 고생을 많이 한 자전인데 끝까지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푸구이는 자전의 믿음으로 변화한 거 같다. 동경하는 부부의 모습으로 나 역시 아내와 마지막에 서로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 : “사람이란 말일세, 살아 있을 때 아무리 고생을 많이 해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를 위로할 방법을 찾는 법이라네. 자전도 그때 그랬던 거지. 그녀는 나한테 몇 번이나 얘기했다네.” 이후는 김00님이 한 말이 나온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개인이, 죽기 전에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부분이 인상 깊다.

§ 논제 1.
작가 위화는 작품 곳곳에 삶에 대한 끈질긴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학작품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삶의 의지에 대한 표현이 있다면 나눠봅시다. 또는 각자 이승에서 저승으로 환승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 이승에 남도록 붙잡아 주는 것(스스로에게 해 주는 말, 타인의 말이나 행동...)이 있었다면 나눠봅시다.
장 : 영화 <송곳니>는 부모의 비정상적인 양육으로 집 안에 유폐되어 자란 삼남매 이야기다. 부모는 송곳니가 빠지면 집 밖의 자유를 준다고 거짓말한다. 스무 살이 된 장녀는 피를 철철 흘리며 스스로 송곳니를 빼서 부모가 보도록 세면대에 던져두고 집을 탈출한다.
정 : <19호실로 가다>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육아와 가사에 지쳐 혼자만의 시간, 자유를 갈망하던 여자가 싸구려 호텔 19호실을 얻은 후 그곳에서 자유를 만끽한다는 내용이다. 끝까지 안 읽어서 결말은 모른다.
강 : 여자가 자살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도 생각난다.
SK : <송곳니>나 <19호실로 가다>, <쇼생크 탈출>는 끈질긴 삶에의 의지라기보다 <빠삐용>처럼 자유에 대한 갈구 아닐까.
변 작가 : 자유에의 갈구나 삶에 대한 의지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SK : 소설 <파친코>의 선자라는 인물은 생명력이 강하다, 삶의 터전이 부산 영도에서 일본으로 옮겨져도 활착해서 살아간다. 식민치하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살아낸다. 소설 첫 문장인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소설 <토지>의 임이네도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인물인데 이기적이고 우악스럽고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모른다.
안 :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가 황폐해지자 새 터전을 찾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 박사는 자신의 구조를 위해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만 박사는 악역이지만 개인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끈질긴 생존 의지 앞에 선악 구별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김 : 학생 시절부터 삶을 이끌어 준 말씀이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늘 스스로에게 해 주며 살고 있다.
장 : 만 박사나 임이네처럼 살면 괜찮을까? 부끄러움이나 수치심 없이 오로지 생존 자체를 위해서 살고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정 :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SK : 법륜 스님도 교도소 수감자들 대부분이 자신은 아무 죄 없이 끌려와서 억울하다고 한다더라.
§ 논제 2.
주인공 푸구이는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역사적 격동기를 살아갑니다. 역사의식도 없고 정세에 대해 무지한 개인이 오로지 자신의 삶에 닥친 화복과 희로애락을 닥치는 대로 겪어낼 뿐입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p.13)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각자의 견해를 나눠봅시다.
안 :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생존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다. 삶에 철학적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능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변 작가 : 독서 클럽은 본능을 뛰어 넘는 이상 추구를 위한 모임이기도 하다. 동시에 우리가 딛고 사는 땅에서의 일, 먹고 사는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평범함이나 본능 속에서 독특한 의미를 길어내는 것이 수필이다.
안 : 작가님 말씀이 딱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다.
장 : ‘무엇을 위해 사는가’는 철학적 질문이지만 단순히 하루하루 수양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도 의미 있다. 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할 때 제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 : 고전을 읽고 있다. 인간의 습성은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오직 너 자신을 등불 삼아 가라.”고 하셨는데 저 역시 “나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군자는 대로행이다. 너가 너 자신을 속일 수 없다.”고 하셨다. 저도 자녀들에게 “군자는 대로행”임을 가르친다.
김 : 기독교인이기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간다. 사람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위해 살아간다. 10대에는 학업 지옥에서 벗어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20대에는 꿈을 펼치기 위해 열심이었고 30대에는 가족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힘썼다. 40대에는 가족의 삶을 잘 돌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힘쓰고 있다.
강 :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잘 알아야 무엇을 위해 살지 알게 되는 거 같다. 사주 명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난 곳, 우리나라, 지구,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다. 이런 기운의 영향을 잘 알고 대처하면 인생을 조금 더 순리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사주에는 나쁘고 좋은 것이 없다.
안 : 인생 문제와 직면했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역사상 대내외적으로 많은 전쟁을 겪었는데 지금의 평화가 감사하다.
SK :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산다는 기본이 깔려 있다.
법륜 스님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본인 마음이 편한 선택,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하라고 말씀하신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하셨다.
사람은 '자기만족'을 위해 산다고 생각한다. 구도자의 삶이든 지극히 세속적인 삶이든 자기만족이며, 이타적인 행동도 결국 자기만족이다. 이왕이면 이기적이기 보다 이타적인 행동에서 만족을 느끼는 삶이 좋지 않겠나.
§ 토론 소감을 나눠봅시다.
장 : 소설 잘 안 읽는 편인데 『인생』을 읽으며 삶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되어 좋았다.
김 : 재미있었다. 너무 일찍 읽어서 독서 토론 논제를 보면서 기억이 안 나는 부분도 있었다. 등장인물에 대해 더 자세히 분석하고 이해해야겠다.
안 : 논제가 너무 좋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 삶의 의지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 읽기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었다.
정 : 모름지기 작가라면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질투 날 정도로 좋은 책이다.
강 : 안00님께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 준 시간인 거 같아 뿌듯했다.
SK : 원주 북클럽 체인지 리더 한 분 한 분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 참 좋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접하며 생각이 확장됨을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다. 모두에게 감사하다.
변 작가 : 소설로 논제를 만들 때는 소설 속 사건과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북클럽 사용설명서』를 참고해도 좋다.

좋은 자리 마련해 주시고 유익하게 이끌어 주시는 변 작가님, 총무로 봉사하시는 강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강 작가님이 추석맞이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속에 분노가 점차 사그라지자, 나는 진정한 작가가 찾으려는 것은 진리, 즉 도덕적인 판단을 배격하는 진리라는 걸 깨달았다. 작가의 사명은 발설이나 고발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 <인생> 서문, 위화
다음 원주 북클럽 체인지리더 모임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일시 : 9월 27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장소 : 원주시 단구동 맥도날드 DT점
선정도서 : 인듀어런스 / 캐롤라인 알렉산더 / 뜨인돌
참석 희망자는 네이버카페 책마음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리더의 안내를 따르면 된다.
https://cafe.naver.com/bookmaum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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