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 목 : 워터 댄서
저 자 : 타네히시 폴 코츠
옮 긴 이 : 강동혁
출 판 사 : 다산책방
초판 1쇄 : 2020. 10. 23
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차분하게 앉아서, 혹은 뒹굴뒹굴 책 읽는 시간을 즐깁니다. 요리나 설거지할 때는 전자책을 1.6~2.0배속으로 듣곤 합니다.
타네히시 코츠의 장편소설 ‘워터 댄서’도 들은 책입니다. 964쪽에 달하는 분량인데 듣는 것보다 종이책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고 싶을 만큼 마음에 와 닿았고 감정이 절제된 품위 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전미 도서상 수상작가의 존엄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개가 있네요. 오프라 윈프리는 ‘내 평생 읽은 최고의 책이다’라고 평했습니다.
워터 댄서 줄거리
19세기 미국, 노예제도가 당연시 되었던 남부의 버지니아 주와 노예해방이 시작된 북부의 필라델피아 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주인공 하이람 워커는 남부 버지니아 주 라클리스 농장에서 노예 어머니와 백인 주인 하월 워커의 아들로 테어납니다. 하이람은 한번 본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기억력과,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킬 본질적인 기억’을 떠올리면 사물이나 사람을 순간 이동시킬 수 있는 비상한 초능력을 가진 소년입니다.
하이람은 비상한 기억력이 있는데도 다른 농장으로 팔려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 기억은 너무도 괴로웠기에 자기 보호를 위한 기억상실일 거라고 하이람은 생각합니다.
어머니와 강제로 이별한 후 아직 어린 하이람은 다섯 명의 아이가 팔려가는 걸 경험한 테나의 집으로 갑니다. 끔찍한 일을 당한 테나는 아이들을 싫어했습니다. 하이람은 생각하죠. 아이들을 예뻐하고 따뜻하게 대해 줄 여인들은 많았지만 지금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을 이해해 줄 사람은 테나라고.
일하고 돌아온 테나는 집에서 하이람을 발견하고 말없이 식사를 해 먹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내가 네 어머니가 될 수는 없어. (중략) 로즈는 아름다운 여자였고, 누구보다 마음이 고왔어. (중략) 로즈는 남의 뒷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떠벌리지도 않았다. 내가 너한테 로즈 대신이 되어줄 수는 없어. 하지만 넌 나를 선택했지. 그건 안다. 내가 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내가 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이 말이 이렇게 가슴 뭉클한 위로가 될 수 있다니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하이람은 그날 늦게까지 어머니를 묘사한 테나의 말을 생각합니다.
‘나는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모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이 내용을 추가했다. 어머니에 대한 그 작은 조각 퍼즐이 내게 얼마나 필요했는지 테나가 알았을 리는 없다.’
이야기는 절제된 감정으로 품위를 유지한 채, 행간에서 울림 강한 감동을 느끼도록 전개됩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작가에 대한 존경이 샘솟곤 합니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온갖 고통을 겪으며 어른이 된 하이람에게 테나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잃고 더 이상 사람을 좋아할 수 없게 된 내가, 또 다시 잃을 수도 있는 너를 키우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월 워커는 열세 살이 된 하이람의 재능을 알아보고 농장 노예들의 숙소가 아닌 저택의 토끼굴에 살게 합니다. 토끼굴에는 저택의 허드렛 일을 도맡아 하는 노예들이 살고 있었죠.
하월은 하이람이 교육을 받게 합니다. 1년간 교육을 받으며 하이람은 자신이 라클리스의 유산에 지분이 있는 핏줄이라는 희망에 부풀지만 하월은 말합니다.
“이젠 네가 메이너드(하이람의 백인 이복 형. 수준미달 철부지.)를 돌봐 줄 때다. 내 시대는 영원하지 않을 테고, 메이너드에게는 훌륭한 하인이 필요하다. 너 같은 하인. (중략) 이 지역 사람 대부분은 너 같은 아이를 경매로 데려갈 거다. 뭐랄까. 넌 꽤 큰 돈이 됱 테니까. 머리 좋은 유색인만큼 값진 건 없지.(하략)”
“내겐 네가 필요하단다, 얘야. 메이너드의 곁에는 네가 있어야 해. 그 애의 곁을 주켜주는 건 네게도 크나큰 영광이다.”
하이람 입장에서 가슴 찢어지는 잔인한 말을 뱉어내는 하월에게 하이람이 한 말은 두 마디였습니다.
“네, 주인님.”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렇게 내 수업은 목적이 드러나면서 끝나버렸다. 내게는 메이너드라는 노역이 맡겨졌다. 나는 그 후로 인생의 7년을 그의 개인 하인으로 보내야 했다.’
스무살 안팍의 하이람은 소피아라는 또래의 여자와 탈출하다 잡혀 노예상에게 팔려갑니다. 그러나 그 노예상들은 흑인 해방을 위한 비밀 조직 ‘언더그라운드’ 였고 하이람은 타의에 의해 요원이 되지요.
흑인 노예 소피아는 자각한 여성입니다. ‘자신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어 그를 위해 아이를 낳고 빨래를 해야 한다면, 백인 남자나 흑인 남자나 자신에게는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죠.
하이람은 언더그라운드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또 자신 역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누구도 타인의 고유한 존엄성을 해칠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고 온전한 어른으로 거듭나게’됩니다.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난 하이람은 소피아와 테나를 구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가젤은 사자와 발톱을 겨루지 않는다. 도망친다. 하지만 우리는 도망치는 일 이상을 했다. 우리는 작전을 세웠다. 우리는 선동했다. 우리는 태업했다. 우리는 독살했다. 우리는 파괴했다._245쪽’
인종과 성별, 빈부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가볍게 무시되던 시대에 고통당한 하이람의 삶을 보면서, 또 하이람이 스스로 속박의 사슬을 부수고 나오는 과정을 읽으며 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작가의 의도대로 그런 부조리는 없어져야 하며, 인간성 회복의 염원에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하이람이 살던 시대보다 많이 평화로워졌지만 미얀마 사태, 중동 지역 갈등, 중국 소수민족 핍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차별과 왕따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하이람 가진 초능력인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킬 본질적인 기억’을 떠올리면 사물이나 사람을 순간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소설가 구병모씨는 ‘공포와 절망을, 고통과 상실을 잊지 않고 기억할 때 사람은 다른 세상으로 도약할 실마리를 얻게 된다고 말이다.’라고 해석합니다.
소설 속 말로 소개를 마칩니다.
“나는 알아서 씻고 먹고 옷을 입을 수 있는 건강한 남자와 여자들이 나오는 꿈을 꿔.
정원을 가꾼 사람에게 장미 정원이 주어지는 세상을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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