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점심은 혼자 간단히 외식합니다.
혼자 횟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까지 가봤는데요.
혼식으로 숯불고기 집에만 안 가 봤습니다.
1인분만 주문하면 주인 입장에서 숯불 값도 안 나올 거 같아서요.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혼자 구워먹는 숯불 고깃집이 있다는데
우리나라 어딘가에도 있겠지요.
목사님 설교를 듣다가도 점심엔 뭘 먹을까 궁리하곤 합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셨거늘.
버거킹 치즈와퍼, 고고싱 김밥, 칼빈콩 닭칼국수, 홍콩반점 탕짜면...
오늘은 고고싱 김밥을 먹기로 하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브런치 카페가 커피 내음(coffee naeum)입니다.
매일 갓 구운 빵이 있다는 배너 광고에 에그타르트가 확 땡겼습니다.
에그타르트는 없었습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핫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치즈케이크는 지대로 느끼느끼 크래미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커피에 대해 조금 배웠다고 아메리카노 맛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로스팅한 지 보름 이상 지났는지 크레마가 별로 없었고
아로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커피가 가장 맛있는 기간은 로스팅한 지 3일~7일 사이라고 합니다.
갓 볶은 커피는 탄산가스가 많아서 오히려 맛에 방해가 된다고요.
커피 내음 넓은 매장에 손님은 한 테이블에 3명이 전부였습니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요.
커피 맛은 아쉬워도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락방 같은 느낌의 좌석도 있고요.
곳곳에 비치된 도서들 중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도 있어서 반가웠지요.
콜드브루 기계에서 떨어지는 더치커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야외 테라스 쪽 좌석도 좋네요.
스터디 룸도 있습니다.
한 켠에 비치된 무릎담요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맨 위의 빨간 무릎담요는 오래 전 제가 갖고 있던 것과 같았습니다.
빨간 무릎담요를 보면서 왜 옛 추억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있으면 포근했던 기억 때문이었을까요.
마침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가 흐르기 시작했고
마음 깊은 밑바닥에 그리움이 슬며시 고이더군요.
무언가 그리워서 아린 느낌,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내 마음을 말랑하게 해 주는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친구와의 유쾌한 대화, 아름다운 경치,
낯선 여행지에서의 하릴없는 어슬렁거림,
향기 좋은 커피, 부드러운 치즈 케익과 티라미수,
감동적인 영화나 드라마, 감성을 터치하는 노래...
그리고.
닿을 수 있지만, 닿지 않음을 택한, 너를 향한 그리움.
너에게
- 유치환
물같이 푸른 조석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을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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