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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 사랑에 답함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1. '나는 벗을 고르는데 까다로운 편이다. 물론 내가 남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킬만한 좋은 벗이 못된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러나 내 덕목이랄 수 있는 것은 별 볼일 없는 인간들과 사귀느니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낫다고 자위할 줄 아는 능력에 있다. 눈은 다락같이 높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자의 외로움을 견딜줄 안다는 뜻이다.' - 아주 오래전 읽은 소설인데, '눈은 다락같이 높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자의 ..
부암동 카페, 산모퉁이 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가는 날. 5월다운 꽃무늬 면블라우스를 다려 놓았다. 친구와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맛난 음식과 음식보다 더 맛난 수다를 떨 것이다. 9시 12분 열차를 타기 위해 원주역에 8시 51분에 도착. 무궁화호를 기다리는 시간에 두유와 구운 계란으로 요기했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옆 자리 아주머니가 계속 기침한다. 상비하고 다니는 일회용 마스크를 꺼내썼다. 생각같아서는 아주머니에게 주고 싶었다. 기침 환자는 외출시 마스크 착용이 기본 매너다. 차창 밖으로 초록이 펼쳐진다. 아카시아 흰꽃이 조롱조롱 피었다. 9시 54분 어쭈케 잘 오고 있냐는 친구의 전화. 친구를 만난다는 '기되, 카통(막례쓰 편들은 알제?)'은 설레는 일이다. 양평을 지나며 빗줄기가 차창에 부딪힌다. 청량리 카페베네 앞에..
비밀과 거짓말 어제도 오늘도 바람이 무척 많은 날이다. 요즘은 아카시아 마른 꽃잎들이 가게 안으로 날아 들어온다. 4월에는 벚꽃잎들이 날아 들어왔다. 며칠 지나면 손님들의 신발에 묻어온 버찌의 진보라색이 가게 바닥에 콩콩 찍힐 것이다. 어느새 우거진 녹음이 싱그럽다. 강한 햇볕을 피해 초록 그늘 밑으로 천천히 걷다 보니 더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은, 충만함에 슬며~어시, 물들어갔다. 카페 닥터 허의 여유로움 속에 앉아 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은 오래전에 읽은 은희경님의 소설 제목인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제목만 잊히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크고 작은 비밀을 품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관계, 특히 연인으로 만남에서는 꼭 밝혀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건강상태, 재정상태, 직업, 학벌, 흡연 여부... ..
카페에서 누리는 소확행 반일 근무하는 수요일.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로 걸어 Dr. Huh로 오는 길. 의료원 사거리 근처 공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찍은 사진. 소설 수업시간에 소설가 K선생님이 글을 쓸 때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다'고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다. 작가 김영하는 알쓸신잡에서 고 박완서님이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설반 K선생님이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하시는 자리에 참석해서 박완서님을 뵌 적이 있다. 너무 유명한 분이 바로 옆에 앉아 계시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당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아는 척 해서 피곤하실 것도 같고.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라고 조용히 인사했다. 박완서님은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고 답하셨다. 나는 늘 ..
강진 마량항 여행기 2019. 5. 4. 토요일. 오후 2시 45분, 원주집에서 전남 강진 마량항을 향해 출발했다. 412km, 5시간이 넘는 거리다. 화창하기보다는 뜨거운 날씨였다. 지역에 따라 섭씨 29도까지 오른다는 예보가 있었다. 나는 한껏 기분이 좋았고 도반(남편)은 나의 기분을 지켜주려고 노력했다. 도반은 내 생일을 기념해서 남해 산지에서 산낙지 탕탕이를 사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싱싱한 오이를 생각해. 그럼 내 생일을 잊지 않을 거야.” 산낙지를 먹기 시작한 건 마흔이 넘어서부터였다. 쓰러진 소도 일으키는 효험이 있다니 이후 기력이 쇠할 때 혼자 가서 먹기도 했다. 스스로 기괴스럽다고 느꼈다. 휴게소에 들러 이영자의 소개로 유명해진 소떡소떡을 먹었다. 소시지와 떡을 번갈아 꼬치에 꽂아 살짝 튀겨낸 간식이다. 머..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수요일은 반일만 근무한다. 오전에 부슬거리던 비가 멎고 낮에는 쨍쨍 해가 났다. 봄인가 하면 여름인, 계절 변화에 익숙하다. 봄옷을 다 입어 보지 못하고 여름옷을 입게 되곤 한다. 카페 Huh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세 시간 책을 읽을 참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인디밴드 잔나비의 노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흘러나왔다.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잔나비는 이제 더는 언더그라운드가 아닌 듯하다. 카페에 앉은 지 한 시간 만에 나와서 프리지어 한 단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글을 쓰기 위해. 느낌이 충만할 때 스마트폰으로 글쓰기는, 내 생각을 따라잡지 못한다. 손가락이 노트북 자판 위를 토톡톡톡 날아다녀야 한다. 친구의 플레이 리스트에 잔나비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들었던 곡은 ‘뜨거운 여름밤은..
식약동원 밥이 보약 오늘 저녁 남편의 저녁상이다. 현미 보리 흑미 귀리 호박씨 시래기를 넣어 지은밥에 시금치 고사리 곤드레 김치를 넣어 비빈다. 파프리카 상추 토마토 바나나 가지에 감식초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다른 날은 수비드 닭가슴살을 살짝 구워 안주로 삼는데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꽁치를 구웠다. 지난 주말 평창에서 뜯은 여린 쑥으로 쑥국을 끓였다. 보리새우를 듬뿍 넣고 된장을 풀었다. 지인이 직접 말려 갈아 준 표고버섯 분말, 다진 마늘, 들깨가루를 넣었다. 쑥향이 기가 맥혔다. 미식가인 남편이 정말 맛있다며 두 그릇을 들었다. 엄마가 택배로 보내주신 반찬이 오늘 도착했다. 열무김치, 건새우마늘종볶음, 매실 장아찌. 남편이 진짜루 맛있다며 사진 속 반찬을 거의 다 먹었다. 진짜루 짤 텐데... 남편이 잘~~ 먹었다며..
평범하지 않은 작가 공지영의 지인이 술자리 담소에서 '예술가에게는 어느 정도 규범에서 벗어남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나' 라고 했단다. 마약 복용 협의로 법정에 선 작가 프랑스와즈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변론했다. 이외수의 외도에 대해 잡지사 인터뷰에서 부인은 말했다. "남편의 창작에 영감이 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상상과 추억과 경험과 수천 년 쌓인 간접경험(책, 영화, 다큐멘터리...)이라는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 있다. 회원수 십만 명이 넘는 카페에 올린 글이 인기를 끌며 작가라는 별칭을 얻었고 엄마의 자서전을 대필했으니 대필작가라는 이력이 있으나 내 책을 낸 적은 없으니 진짜 작가는 아니다. 남편에게 말했다. "글쓰는 능력을 왜 ..